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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r 25. 2018

언시생 작문 #14

제시어: 의문의 1패

의문의 1패라는 제시어를 보고 처음 떠올랐던 소재가 탁현민이었고
매일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 내용이 나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대입해서 써봤다. 
좀 밋밋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직설적으로 할 말을 다 하고 싶을 때 쓸만한 포맷 같기도


제시어: 의문의 1패


[앵커] 어제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집단명예훼손 혐의의 고소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돼서 하루 종일 시끌시끌했습니다. 오늘 뉴스쇼 화제의 인터뷰 시간에는 이 고소장을 접수하신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서울시에 사는 김진우씨,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김진우 씨 안녕하세요.


[김진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어제 이 문제로 SNS가 들썩들썩했습니다. 고소취지가 집단명예훼손이라고 하던데,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잠깐 설명 부탁드릴게요.


[김진우] 네. 아마 청취자 분들도 ㅌ 행정관에 대한 비판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다” 같은 표현들을 책에 써서 문제가 됐거든요. 그런데 책 제목이 <남자 마음 설명서>잖아요. 마치 남자들이 다 자기처럼 여성혐오적인, 왜곡된 여성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를 하고 있어서요. 저는 아니다. 남자 마음이 아니라 당신 마음만 그런 거다. 다른 남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렇게 보고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앵커] 아, 그러니까 ㅌ 행정관처럼 왜곡된 여성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남성들이 많은데, 마치 남성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서 그런 분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그 말씀이신 거죠?


[김진우]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그냥 에세이의 제목일 뿐이고, 실제로 전체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주장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ㅌ 행정관이 사과 입장을 표명한 적도 있는데 고소까지 하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진우] 네. 그런데 소송에서 꼭 이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ㅌ 행정관 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나 다른 남성 정치인들, 혹은 권력자들이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하면 대개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남자들 원래 다 그렇다”는 식으로 댓글이 달리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또 남성들이 메신저를 통해 다른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다가 밝혀지는, 그런 문제가 터지면 “저런 생각 안 하는 남자들 있냐” 이런 반응이 나오기도 하구요. 저는 그럴 때마다 의문의 1패를 당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앵커] 의문의 1패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김진우] 제가 남자잖아요. (웃음)


[앵커] 아 (웃음) 그러니까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남자분들도 다 똑같이 싸잡아서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앵커]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여성혐오적인 내용을 담은 해병대 군가가 공개돼서 또 화제가 됐는데요. 사실 많은 남성 집단 안에서 그런 성차별적 문화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거든요.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남자도 아니다”라며 무시당하기도 하구요.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성들이 스스로 성차별적 문화를 자정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집단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적 쟁점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얘기는 잠시 뒤 라디오 재판정 시간에 변호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취자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진우] 네. 성차별 문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차별에 반대하시는 남성분들도 각자 계신 자리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화제의 인터뷰, 청와대 행정관을 집단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김진우씨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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