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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r 25. 2018

언시생 논술 #7

논제: 공익적 가치와 교양 프로그램

개인적으로 노인 이슈에 대해 그렇게 관심 있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EBS에서 좀 더 해줘야 되는 부분 아닌가, 라는 생각은 있다.


논제: EBS가 지켜야 할 공익적 가치와 이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 전략을 논하시오.


노인을 위한 방송은 없다. 새롭게 콘텐츠의 강자로 떠오르는 종편이나 케이블 PP들은 주로 젊은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지상파 역시 중년에서 젊은 층으로 시청자를 확장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그 세대가 바로 구매력이 있는, 광고주들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재현되지 않는 주체는 상징적으로 소멸한다. 방송에서 노인들이 사라지면 노인에 대한 다른 세대의 이해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대 대선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한국사회는 지역갈등보다 세대갈등이 훨씬 심각하다. 공영방송인 EBS는 전파라는 공공재를 통해 사회통합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EBS는 교육방송이다. 교육학자 듀이에 따르면 교육은 경험의 지속적인 확장이다. 그렇다면 EBS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경험의 확장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만날 때 가능하다. 미디어 콘텐츠의 주류에서 벗어난 타자를 담아낼 때, 콘텐츠의 교육적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사회 구성원들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노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교육방송의 책무이기도 하다.


사회통합과 구성원의 교육이라는 EBS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노인을 위한 방송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도 EBS는 <다큐프라임-100세 쇼크>나 <한국기행>처럼 노인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다른 방송사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노인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인의 삶은 시골이라는 공간에 박제되거나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처럼 대상화된다. 이렇게 노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EBS에 필요한 것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노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일종의 롤모델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노인들이 일방적으로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방식이었던 <인생수업 베테랑>의 포맷을 비틀어 젊은 세대가 노인들에게 최신 기술이나 문화를 가르쳐주고, 거꾸로 노인들은 ‘사람책’의 형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청년들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수 있다. 명절 잔소리꾼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의 하루를 대신 체험해보는 방식도 세대 간 이해를 돕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은퇴 이후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노인들의 사례를 통해 노년에 대한 비전과 긍정적인 롤모델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상상해볼 수 있다. EBS의 사명 중 하나인 ‘평생교육’의 의미는 평생에 걸친 교육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평생에 대한 교육이기도 하다. 다른 방송사가 외면하더라도 EBS만은 노인을 바라보고, 노인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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