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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r 25. 2018

언시생 논술 #8

논제: 플랫폼 다변화와 시사교양 콘텐츠

방송논술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처음 썼던 글인데 결국 '하던 거 잘해라'라는 소리. 
이 생각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공영방송이라면 장기간의 기획이 필요한, 그래서 상업방송이 잘 하지 않는 콘텐츠에 집중해주면 좋겠다.


논제: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시사교양 콘텐츠의 발전방향을 논하시오


2090년 세계는 0.001%의 플랫폼 소유주(IT 공룡기업)와 0.002%의 플랫폼 스타(정치인, 예체능 스타), 그리고 99.997%의 프레카리아트(일반시민)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계급사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외친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예술 활동이나 감정과 돌봄이 요구되는 서비스 분야처럼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콘텐츠 플랫폼의 다변화 국면에서 지상파 TV가 나아갈 길도 마찬가지다. MCN과 OTT 서비스의 위협에 더해 이제는 포털 사이트까지 콘텐츠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지상파 역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KBS의 <예띠 TV>는 약 4개월 만에 방송 편성을 중단했으며,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부침을 겪다가 종영했다. SBS 모비딕의 <숏터뷰>는 올해 1월에 업로드 한 콘텐츠조차 100만뷰를 달성하지 못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모험도 필요하다. 지금 지상파 TV가 우선해야 할 것은 실험보다는 다른 콘텐츠 제작사나 플랫폼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절대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신서유기>나 <72초 드라마>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바일 플랫폼은 예능과 드라마 중심으로 구성된다. 짧고 가볍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깊이 있게 대상을 탐구하거나 사건에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심층 탐사나 다큐 콘텐츠는 모바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바로 여기에 지상파 TV의 우위가 있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금세 소비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지상파 TV보다 소규모 제작사에 유리하다. 반면에 지상파 TV는 오랜 기획과 제작을 통해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2008년 시작된 EBS <다큐프라임>은 제작기간을 늘림으로써 학술적 논의를 포함시키고 국제적인 사례를 다루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KBS 역시 대작 기획인 <넥스트 휴먼>을 통해 다큐도 한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다른 콘텐츠 플랫폼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지상파만의 강점이다.


물론 새로운 플랫폼을 무시할 수는 없다. 흔히 지상파는 몸집이 커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고들 한다. 하지만 몸집이 큰 사람이 방향을 제대로 잡게 되면 무시무시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먼저 방향을 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보다는 깊이 있는 시사교양 콘텐츠 중 일부를 유통시켜보면서 플랫폼의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기존 영상DB를 여행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재가공해 유통시키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은 물론, 기존 콘텐츠에 대한 미끼 상품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큰 품이 들지 않는 시도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제작문법을 어느 정도 가늠해본다면, 그때 비로소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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