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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r 25. 2018

언시생 논술 #6

논제: 다큐 2.0 전략

순전히 EBS만을 생각하고 쓴 글. 결국 써먹을 일은 없었다. ^^;;
논픽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논제: 다큐프라임의 재도약을 위한 다큐 2.0 전략을 제시하시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보고 마는 사람은 없다. 일본의 한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온라인 밈(meme)의 일종이다. 주로 수준이 높고 재밌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콘텐츠를 평가할 때 사용되던 표현이다. 요즘은 음식(“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이나 특정 연예인의 퍼포먼스를 두고도 비슷한 표현이 쓰이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에 대한 평가도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수준을 인정하고, 또 다른 다큐프라임 시리즈를 찾아볼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애초에 안 본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큐프라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EBS의 대표적인 콘텐츠다. 2016년 EBS 콘텐츠의 수상실적을 살펴보면, 총 46개중에 다큐프라임이 18개로 1/3이 넘는다. 그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화제성과 시청률만 보면 지상파나 종편은 물론, 일부 케이블 PP에도 뒤진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시청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결국 다큐프라임의 재도약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성의 확보에 달려있다.


다큐프라임이 일반적인 TV 다큐멘터리와 가지는 차별성은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주거>나 <100세 쇼크>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현안을 다룰 때도 현실을 보여주는데 그치기보다는, 국제적인 비교 분석이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체적인 분석을 전개한다. 자연스레 정보값이 많고, 지적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반면에 TV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간까지 ‘공부’하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외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능화, 연성화를 택할 수도 없다. 다큐프라임의 강점인 작품성이 손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필요하다.


다행히 검증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인물과 실화를 중심으로 한 논픽션 내러티브다.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나 강렬한 사건을 토대로 인간성에 대한 성찰, 혹은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2017년 EIDF 개막작이었던 <나의 시, 나의 도시>는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며 랩 수업을 듣는 소녀를 통해 예술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출품작이었던 <텅 커터스>는 덴마크의 한 어촌에서 대구 혀를 자르는 일을 하는 어린이들을 사례로 삼아 아이의 성숙에 필요한 조건을 진지하게 질문한다. KBS에서 제작하고 최근 영화로 개봉한 <땐뽀걸즈> 역시 성장의 반짝임과 교사의 자질에 대한 통찰을 그 어떤 교육 다큐보다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논픽션 내러티브 형식을 띤 작품들은 마치 소설처럼 인물의 변화와 사건의 전개가 주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대중성과 화제성도 높다.


또한 논픽션 내러티브라고 해서 지식 중심의 다큐멘터리에 비해 작품성이 뒤지는 것도 아니다. 에를 모리스의 <가늘고 푸른 선>이나 케빈 맥도널의 <터칭 더 보이드>처럼 10년, 20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논픽션 내러티브 다큐멘터리가 존재한다. 그 안에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사건으로부터 큰 울림이 있는 통찰을 길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큐 시선>이나 <미스터리 휴먼 다큐>처럼 짧은 기간에 제작되는 휴먼 다큐멘터리에 담긴 메시지와, 기획과 제작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다큐프라임이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다큐명가 EBS의 대표 콘텐츠인 다큐프라임의 한 갈래로 논픽션 내러티브가 자리 잡을 때, 다큐멘터리를 통해 재미(대중성)와 의미(작품성)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다큐 2.0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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