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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Aug 01. 2018

2018년 7월 결산

오랜만에 월말에 제때 결산




- 7월의 영화: 스탠바이 웬디



가볍게 보려고 틀었다가 정신없이 빨려들어갔다. 주인공 웬디의 일상을 그리는 방식, 그녀를 둘러싼 캐릭터들, 이야기의 짜임새와 흐름, 그리고 스타트랙까지(!?)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좋았다. 스탠바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험. Please, Stand by. 




- 7월의 책: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출간됐을 때부터 눈독만 들이다가 왠지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에 읽기를 주저했다. 그런데 이 한권의 책 안에,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 즉 인식론과 정체성의 정치, 즉 존재론과 무엇의 가치는 인정하고 무엇은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고민, 그러니까 윤리학까지, 페미니즘 철학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음 약간 오버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놀랍다는 뜻이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길지도 않으니 올해 미투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를 바라보는, 혹은 페미니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가다듬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 7월의 맥주: 코로나도 노스아일랜드IPA



처음 마셔본 뉴잉글랜드 IPA는 런던 브루독에서 마신 거였고 그래서 어지간해선 뉴잉글랜드IPA에 감동하지 않게 되는데.. 링고에서 생맥주로 마신 노스아일랜드IPA는 오랜만에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훅 찌르고 들어오는 홉의 시트러스/과일향과 쿨피스 같은 질감, 입에 묵직하게 남기는 단맛에 이어 터지는 단쓴상큼의 다양한 맛이 매력적. 또 마시러 가고 싶다.. 7월에 새로 마셔본 맥주는 캔/병 8종, 생맥 10종인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맥주들이었다.




- 7월의 간식: 피자스쿨



정확히는 피자스쿨 피자가 아니라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피자스쿨 피자.. 그러니까 피자스쿨이 아니어도 좋다. 남겨둔 피자를 에어프라이어에 한번 데워먹어보고 완전히 반했다. 도우는 전자렌지에 데웠을 때처럼 질겨지는 게 아니라 바삭해지고 치즈도 쫄깃하고 암튼 그래서 이젠 피자가 살짝 식었다 싶으면 냉동이 아니어도 에어프라이어에 데워먹는다. 피자스쿨 정도면 가성비도 좋고, 그동안 잘 안 쓰던 에어프라이어의 용도가 생겨서(?) 앞으로 살이 좀 찌지 않을까 싶은..ㅋ




- 7월의 첫 경험: 급성장염


굳이 다시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록차. 7월 첫째 주말에 급성 장염으로 엄청나게 아팠다. 온몸이 두들겨맞은 것 같고, 열도 나고, 밤새 뒤척이며 깼다 다시 잠들었다를 반복. '아프다'와 결이 다른 '괴롭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주말 일정 다 취소하고 그 다음주 내내 죽으로 연명... 특별히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면역력이 약해져서라는 게 의사 소견이었다. 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 7월의 이벤트: 부산여행



그동안 매번 일하러만 갔던 부산에 짧게나마 놀러갔다 왔다. 2박 3일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숙소를 잡고, 해운대와 광안리를 걷고, 부산지역 수제맥주 양조장 직영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허스토리> 인터뷰 준비하며 알게 된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들르고, 배 타고 오륙도 구경도 했다. 너무 더워서 다시는 여름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부드러운 모래, 오륙도 보러 가던 길의 바닷바람, 부산역앞 차이나타운 마가만두의 육즙팡팡 찐만두는 가끔 생각날 것 같다.





- 7월의 득템: 북라디오



오랜만에 알라딘 장바구니를 비우게 만든 북라디오. 일주일 전쯤 득템했는데 어제 확인해보니 품절이더라. 예상했던 것보단 크지만 수신도 잘되는 편이고 조작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예쁘다!! 애용할 예정




- 7월의 인터뷰: 아산병원 면접논란



7월의 마지막날 나간 인터뷰. 간호사들이 너무 적은 인력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그 문제를 말해줄 인터뷰이가 너무 바빠서 퇴근을 못하시는 바람에(아 정말... 병원은 언제까지 이렇게 간호사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유지될까) 하루종일 애태웠다. 연락 못받으신 게 본인 책임도 아니신데 연신 사과하셔서 내가 오히려 죄송할 정도였다. 물론... 인터뷰 펑크는 곧 방송사고니 다시는 이렇게 급한/무리한 섭외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 그래도 이건 꼭 다루고 싶었던 아이템이었다. 간호대 학생들의 병원 면접 예상질문에 태움 관련 질문들이 이미 있었다는 대목에선 울컥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 문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 7월의 사람: 노회찬



사회운동이든 진보정당운동이든 꾸준히 운동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있다. 흠모함, 이라기엔 낯간지럽고 존경에 가깝다. 내가 그 길을 가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느 삶이나 고군분투지만 운동의 길을 가는 이들의 삶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 노회찬의 삶도 문자 그대로 투쟁이었다. 그래서 어떤 말을 남길까 하다가 Rest in peace, 라 썼다. 이제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그의 걸음은 2018년 7월에 멈췄지만, 그와 함께 걷던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지난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노회찬 의원의 진보정당 운동사를 다뤘다. 뭐 이런 운동권들이나 관심 가질법한 내용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정치인 노회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었다. 많이들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연설도 마찬가지다. 노회찬은 대중연설보다는 촌철살인의 코멘트와 토론으로 기억되는 정치인이긴 하다. 그럼에도 7분 내내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과거와 그가 그리던 미래까지 함축하고 있는 이 연설은 전문만 읽기보다 직접 그의 육성으로 들어보는 게 어떨까.


노회찬 -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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