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열흘 늦은 결산. 일을 제대로 시작하니 이런 신변잡기 리스트 하나 정리할 여유조차 없어진다.
영화 자체를 두 편밖에 못봤다. 그래도 6월말까지 영화를 40편은 봤는데 6월에 겨우 2편이라니.. 하지만 <오션스8>은 충분히 월간 베스트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다. 기존 하이스트 무비 문법에 비해 스릴감이나 끝내주는 반전의 카타르시스는 좀 떨어지지만 훌륭한 캐릭터 영화인 동시에 하이스트 무비가 꼭 그래야 되나? 우린 여성판 <오션스11>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장르문법을 만들어갈 뿐이야,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도 만족스럽다. 루와 데비의 과거사 프리퀄 원한다...
책도 별로 못 읽었다. 4월에 읽기 시작했다가 잠시 손을 놨던 <헝거>는 정말 (좋은 의미에서) 소름끼치는 텍스트였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에 기록된 역사를 풀어나가고,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 성찰하고, 거기서 길어올린 의미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담론화 작업까지.. 읽는 과정이 고통스럽긴 해도 그 고통이 내 마음에 남긴 자국이 싫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마시는 것은 멈출 수 없다는 뭐.. 그런 것인가. 일부러 막 챙겨마신 것도 아닌데 6월에도 새로운 생맥주 8종, 캔/병은 9종을 마셔봤다. 2018년 상반기 누적 110종.. 이렇게 써놓으니 엄청나구만;; 어쨌든 6월의 맥주 17종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멜빈의 드렁큰 마스터 생맥주. 이로써 멜빈은 올해 총 6개의 월간베스트 맥주 중에 3개를 차지했다;; 생맥으로는 처음. 3종류의 홉을 때려박아 솔잎향, 시트러스향이 복합적으로 올라오고 마시면 입안에서 팡팡하고 달콤한 맛이 터진다. 9도짜리 임페리얼 IPA인데 알콜이 크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잘 넘어가는 것도 장점
명성만 듣다 찾아간 영등포구청의 취향원. 양꼬치 육질이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 그리고 사람들이 블로그에 잘 포스팅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지삼선의 가지튀김 식감이 예술이었다. 배만 안 부르면 칭따오를 곁들여 양꼬치/양갈비에 지삼선에 꿔바로우까지 주구장창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가게. 앞으로도 애용하겠습니다요
SNS에서 추천이 도는 걸 보고 한번 들어나 볼까 하고 오디오북 <소라소리>의 첫 에피소드를 틀었다. 윤소라 성우가 읽는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문자 그대로 충격이었다. 그동안 책 읽어주는 팟캐 몇 개를 들어봤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퀄리티. 텍스트로 읽는 것과 도저히 같다고 할 수 없는 체험에 아, 앞으로도 오디오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내가 성우 연기에 감동한 첫 번째 기억이 <창세기전3>의 세라자드와 살라딘인데 윤소라 성우가 무려 그 세라자드셨음(!!!!) ㅠㅠㅠㅠ
서대문구에서 영등포구로 이사왔다. 회사 출퇴근을 따릉이로 할 수 있는 거리로 오고 나니 확실히 아침저녁이 좀 덜피곤하다. 대형마트 3개가 도보로 갈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은 이사오기 전엔 몰랐던 사실. 자본주의의 첨단인 대형마트도 있지만 전통시장도 청과시장도 오래된 상가도 있는 동네이니만큼 뭐가 뒤죽박죽 얽혀있는 느낌이다. 뭐, 이왕 이사온 마당에 정 붙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팀에 배정되어 정신없이 1주차를 보내고, 2주차 첫 날 섭외하고 원고써서 방송 나간 아이템. 물론 원고는 선배가 많이 고쳐주셨다. 주말에 월요일 아침 회의 때 발제할 아이템을 쭉 보면서 궁중족발은 어떻게든 다뤘으면 했다. 방송이 11일인데 12일은 북미회담, 13일은 지방선거였으니 -_- 사회아이템은 묻힐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워낙 너무한 케이스다 보니 관심이 이어지더라. 한달 정도 지났는데, 이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하자는 목소리와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문제 등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좀 더 넓은 관점의 이야기도 필요한 시점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