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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un 11. 2018

2018년 5월 결산

열흘 늦은 결산이라니, 정신없이 살았다. 




- 5월의 영화: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역시나 개봉했을 때부터 봐야지봐야지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몇 달이 지나서야 보게 됐다. 한 마디로 브라보! 이걸 영화관 사운드로 듣지 못한 건 좀 아쉽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 제작방식, 사람, 고민까지 문자 그대로 '영화 음악의 모든 것'을 1시간 30분만에 보여준다. 정보도 충실하지만 내 몸에 각인되어 있는 그 음악이 그 장면과 함께 흘러나올 때, 즐거움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제고 다시 봐도 좋을 영화




- 5월의 책: 자비 없네 잡이 없어 / 희망제작소 기획



5월에는 수습종료작품으로 라디오 다큐를 만들었다. 기획안을 작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뒤지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눈에 띈 책. 발간될 때도 눈여겨 봤지만 급하게 읽을 일 없겠다 싶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결국 이 주제로 3주간 라디오 다큐를 만들게 될 줄이야.. 주제를 들은 선배들마다 라디오 다큐에 안 맞는다고 뜯어말렸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만들어보려구 밀어붙인 건(나 원래 이렇게 고집 센 사람이 아닌데 ㅠ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2030세대의 '노동에 대한 감각'이, 그리고 그로 인한 고민이 바로 내것이었기 때문이다. 다큐는 말아먹어서 차마 공개하진 못하겠고 취재한 내용과 내 고민을 바탕으로 조만간 글이나 몇 개 써볼 생각이다.




- 5월의 맥주: 니딥 심트라 트리플IPA



쬐끄만(280ml) 잔 하나에 만삼천원이고 도수까지 10도 이상이니 주문하기 주저할 수밖에 없지만 무려 두 번을 먹었다... ㅋㅋ 니딥(Knee Deep) 양조장의 IPA는 어지간하면 평타 이상 치는데 무려 '트리플'을 붙여놓은 IPA라니 홉을 얼마나 때려박았으면 이런 자신감인가, 싶은 뭐 그렇게 기대치를 올리는 네이밍.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맛이다. 꽤 쥬씨한 과일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 IPA에 비해 '깊이'가 확실히 다르다. 도수도 높지만 바디감이 묵직해서 '독하다'는 느낌까진 들지 않는다. 막잔으로 좋은 선택. 5월에는 링고도 자주 가고, 탭룸도 새로운 곳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생맥을 많이 마셨다. 새로 마셔본 생맥주 24종, 병/캔은 2종. 합쳐서 26종. 이제 슬슬 새로운 맥주 찾는 것도 한계가... ㅠㅠ



- 5월의 맛집: 은성순대국



2016년 1월 1일에 북아현동으로 이사와서, 2018년 6월 1일 영등포구로 떠났다. 2년 5개월을 살았는데, 무려 2년여가 지나서야 은성순대국을 가본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 ㅠㅠ 5월 초에 그냥 생각나서 한 번, 5월 말에 이사 대비 동네 맛집 도장깨기(?)를 하면서 한 번, 두 번을 찾아가 먹었다. 국물이 맑은 편인데(사진은 좀 뽀얗게 나옴) 입에 착착 붙는 감칠맛, 풍성한 건더기의 고소함은 가끔 기억날 것 같다.



- 5월의 아쉬움: 삼냥이 이별



북아현동 길냥이들. 왼쪽부터 하양이-애교냥이-까망이-점박이. 하양이-까망이-점박이는 작년 여름 갓 태어났을 때부터 봐왔다. 첨엔 엄마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들이 목격됐는데 어느샌가 셋만 모여있더니 옆동네에서 넘어온 애교냥이(사람 좋아하고 잘 따라다님)랑 넷이 같이 몰려다니더라. 애교냥이가 이 삼냥이들을 좀 챙겨준달까 데리고 다녀준달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암튼, 얘들 사진 영상 엄청 많은데 언제 한번 정리해봐야겠다. 이건 5월 중순에 찍은 사진. 커가면서 셋이 몰려다니는 일이 없었는데 우연히 출근길에 애교냥이까지 넷이 모여있는 걸 포착. 이사 오기 전에 한번쯤 더 보고 싶었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왔다. 잘들 지내렴




- 5월의 첫 경험: 은행대출



전세 보증금 마련 때문에 대출이 필요해 금융의 세계에 진입했다. 꽤 괜찮은(?) 회사에 다녀도, 지금 지고 있는 빚이 없어도, 신용등급이 1등급이어도 1금융권에선 대출이 안 나오더라. 직장 재직연한이 짧고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서(통장에 돈 있으면 대출을 왜 받아) 안된다고 한다. 일반은행이 안되면 인터넷은행은 어떨까 싶어서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만들었다. 여기도 안된다. 우석훈은 <국가의 사기>에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청년의 신용이 결정되는, 신용계급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내가 바로 그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 수습다큐 주제를 이걸로 해볼까도 잠깐 생각했다. 전세 보증금은 전세안심대출과 다른 방법 -_- 을 마련했고 결국 은행 대출은 받지 못했다. 이사 준비도 정신 없고 대출도 잘 안 풀리고 회사에 일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꽤 많았는데 그와중에 라이언 체크카드는 쓸데없이 귀여웠다. 



- 5월의 사람: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5월 21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석방되어 출소했다. 2009년 쌍차 투쟁 당시, 지부장 이름이 내 고교 시절 은사님과 같은 이름이어서 더 쉽게 기억되었던 것 같다. 그는 2014년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었고, 메이데이/세월호 집회의 책임자로 박근혜 정권의 수배자가 되었다. 2015년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던 1차 민중 총궐기의 책임을 지고 12월에 체포됐다. 이게 며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아무 것도 못했다"고 후려쳤던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노총의 투쟁이었고, 한상균 전 위원장은 그 결과로 감옥에서 2년 이상을 보냈다. 당시 제1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정당정치의 영역에서 이에 비견할만한 무엇을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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