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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조 Apr 01. 2016

퇴사를 하기까지 마음의 준비기간, 1년

결국?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놈의 회사 그만두고 만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회사를 그만두자 결심했다.

일단 그만두고 보자.




작년 3월 초, 승격자 발표가 있었다.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2010년 11월, 나름 대기업에 입사한 나는 그때까지도 사원이었다.

입사 후 4년이 되는 해에 동기들이 승격 시험에 응시할 때

나는 점수 미달로 시험장조차 가지 못했다.

그리고 2015년 1월 말, 많은 후배들과 승격 시험을 치렀다.

사실 당연히 승격이 될 줄 알았다.

그 전 해에 나의 상사는 승격을 이유로 나를 다른 소속으로 발령을 내었기 때문이다.

1년 후에 꼭 다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기에

그 당시에는 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었고 승격도 마음에 걸려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사실상 그 상사는 나를 버린 것이었다.


그래, 승격이 두 번 누락된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나보다도 고생을 안 한, 편하게 회사를 다닌 후배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승격이 된 것을 보고 충격이 컸다.

분노가 치밀었다.

이때껏 게으름 한 번 피우지 않고 정말 말 그대로 성실히 업무에 임했다.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를 버린 상사, 지금의 상사, 그 윗선까지 메일을 썼다.

'찍혀도 어쩔 수 없다, 일단 나의 억울함을 알리자.'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도 희생하면서 했는데

그들은 되는 승격에서 왜 내가 누락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메일을 읽고도 두 사람은 답이 없었다.

어떤 위로의 말도 없었다.

당시의 상사만이 승격 누락자 위로 차원에서의 면담을 실시했고

내가 단지 운이 없을 뿐이었다고, 큰 상심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래, 내가 참 운이 없었다.'

동기들이 상사가 세 번 바뀔 때 나는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누구는 집 앞에 다니는 회사를 나는 처음부터 먼 곳으로 발령을 받아

사택 생활도 하고 장거리 출퇴근도 했다.

온전히 내 복이라 생각했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지난 회사 생활을 후회도 했다.

그렇게 새벽 4시 반에 샤워를 하며

몇 개월 동안 삭혀지지 않는 분노와

자괴감 등 설명하지 못할 복잡한 마음을 다잡고

어두운 출근길을 졸음운전을 하며 한 시간씩 달렸다.




승격 발표 후 나는 마음을 완전히 달리 먹었다.

회사에 열심히 다닐 필요가 없고 우리는 일하는 개미일 뿐이라고.

나는 사원이니까 사원만큼만 일하자고.

내 마음에서 회사를 버렸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 일은 욕먹지 않을 만큼 해야 했고

똑같이 출퇴근도 해야 했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한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매일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야 하나,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까짓 거 내년 승격까지 하고 그만두자.'

사실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일단 2016년 3월에는 회사는 때려치우자는 다짐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다행히 올해 승격이 되긴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쁨이 크진 않았다.

안되었어도 실망은 작년보다 덜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미 작년에 마음에서 버린 회사여서 별 감흥이 없었다.


자 이제 진짜 회사를 그만 둘 차례이다.

작년 내내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해오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결전의 날이 성큼 다가와 버렸다.

막연히 했던 상상의 날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으니 잘 생각해야 한다.

신중히, 정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현실을 접어두고 내면의 소리,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외침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보면 처음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현실에 순응해서 잘 풀릴 것 같은 방향으로 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등지면 힘든 순간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을 외면하고 진정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에서의 삶을 비교했다.

내가 어떤 것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지.


회사에 가는 날에는 알람을 들어도 5분 더 뒤척이다 축 쳐진 어깨와 다리를 이끌고 좀비처럼 화장실로 걸어가 샤워를 하며 몸과 정신을 깨운다.


VS

쉬는 날에는 늦잠을 자고 싶어도 평소보다 일찍 눈이 뜨이고 더 자려고 해도 몸과 정신이 가뿐하여 더 이상 누워있기가 싫다.


회사에 출근하면 밖의 날씨가 어떤지도 모르고 9시간 동안 건물 안에 갇혀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해야 한다.

VS

쉬는 날에는 햇볕, 바람,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사소한 것들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몸과 마음이 지쳐 꼼짝도 못 하겠다. 좋아하는 운동도, 친구 만나 수다 떠는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누워서 쉬다가 내일 출근을 생각하며 일찍 잠을 청한다. 내일 눈 뜰 때 어제 조금 더 일찍 잘걸 후회하지 않도록. 일어나는 몸이 조금이나마 가뿐하길 바라며.

VS

다음 날이 쉬는 날이면 저녁 늦게 친구를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책도 잠이 와도 계속 읽고 싶다. 텔레비전도 마음 놓고 보고 깔깔 웃는다.


이 글을 보면 우습게도 회사를 다닐 경우는 다 부정적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일이다.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 때에 갈 수 있는 회사가 있음에 감사하고,

일을 즐기고 퇴근 후에도 취미생활을 하며 원하는 인생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1년이 넘게 그런 마음을 먹을 그 어떤 의욕도 생기질 않는다.

회사 탓이 아니라 온전히 내 탓이라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되뇌어 봤지만

스스로 반성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 이미 내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더 이상 무슨 고민이 필요하겠는가!


지금이 회사를 진짜 그만두어야 할 시기, 그만두어도 후회가 없을 때라고 단정 지었다.




마음의 준비는 1년 동안 충분히 했다.

어렸을 적 꿈꿨던 나의 20대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곧 다가올 30대는 정말 다이나믹하게 살아보자.

한 번 사는 인생 뭐 있나?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어도 후회가 되는 순간은 올 것이고

지금 그만두지 않아도 반드시 후회는 따라올 것이다.


결론은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따른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어떤 미래를 데려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이렇게 나는 퇴사의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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