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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baChoi Feb 23. 2024

을의 회복탄력성을 위한 인생경험 루틴(2)

운동을 중심으로 한 루틴

같이하면 즐겁지만, 혼자 하는 운동도 즐길 수 있어야 

나는 기본적으로 운동치였다.  체육 내신은 수우미양가 중 평균 양에 가까웠고, 고교 입시 체력장은 20점 만점에 최저점인 13점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하는 농구, 탁구, 야구 등을 즐겼고, 직장생활 초반에는 동료들과 주말 테니스도 하고 등산도 했었지만,  점점 운동은 혼자 하는 활동이 되었다. 결국 가끔 하는 골프는 예외이지만,  바쁜 직장인이었던 내게 대부분의 운동은  수영, 조깅, 자전거 등 결국 혼자 하는 활동으로 굳어졌다.  즐겨 다니던 헬스클럽의 수영장이 코로나로 폐쇄된 이후, 지금은 파워워킹과 자전거, 백패킹이 주종목이 되었다. 


혼자 하는 운동은 재미가 없었지만, 몇 번 건강을 잃어 본 후엔 건강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다.  처음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대학 초년 시절이었다.  찬 이성 더운 가슴을 가지고 시작한 서클생활은, 밤샘 토론과 안주 없는 소주 댓 병, 필터 없는 담배로 미숙했던 몸과 정신을 학대했던 거 같다.  결국 농촌활동 후 몸 무게가 급격히 빠지면서,  의사로부터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고,  젊은 나이에 운동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그다음은 바쁜 직장생활 중 다시 한번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짧은 시간 내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높은 IT서비스업에서 을로 지내다 보니, 과로와 과음, 스트레스로 구안와사를 겪게 되었는데, 다시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런데 의무감에서 혼자 운동을 하는 것은 루틴 화하기 힘든 것 같았다.  지속적으로 운동하기 위해서, 내가 취한 방법은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것, 즉 멀티 태스킹을 해서 즐거움이나 의미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멀티 태스킹시 유의사항 

운동과 함께 다른 활동을 같이하는 멀티태스킹은,  즐거움을 배가 시킬 수 있지만 유의할 사항이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업무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작업전환을 위한 시간 때문에 오히려 전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경우 한 가지 활동은 걷기와 같은 매우 자동적인 활동, 또는 기계적으로 습관화되어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달리기보다는 파워워킹, 산책이 기계적으로 습관화되어 있는 활동이다.  숙련되고 자동화된 활동이 아닌 경우,  여러 가지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종종 트레드밀에서 조깅하다 다치는 사람,  자전거를 타다 다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여지없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거나,  주의가 흐트러졌을 때 발생한다.  운동과 다른 활동을 같이 할 때는, 두 가지 활동 중 적어도 한 가지 활동은 반드시 기계적이고 자동화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숙련도를 높이든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활동이 자동화된 활동이 되면,  다른 활동은 조금 의식적인 주의를 더 기울일 수 있는 거 같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활동에 의식적인 주의를 더 기울이는 편인 것 같다.  물론 안전을 위한 자전거 보험도 가입했지만, 안전 운전을 위해 시속 15km를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래에 운동을 중심으로 한 나의 루틴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팝음악과 함께하는 파워워킹

첫 번째 루틴으로 하루는 항상 음악이 있는 파워워킹 20분으로 시작한다.  최근 몇 년간 피트니스 센터에서 약간의 땀을 내고, 샤워로 시작하는 하루는 정말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트레드밀에서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서 땀을 내는 것은 몸과 마음을 정말 가볍게 해 준다.  1년 전 까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트레드밀에서 시속 9km로 달리기를 했었는데, 이제는 경사 10도, 시속 5km의 파워워킹으로 변경하였다.  파워워킹으로 변경하게 된 이유는,  스마프폰을 트레드밀에 거치하고  영어 가사를 보면서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유튜브뿐만 아니라 애플 뮤직에서도 큰 글씨 가사가 보인다.  애플뮤직은 가라오케 기능까지 있다.  유튜브로 종종  새로운 소식과 온라인 강의를 듣는데 유용해서,  월정액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유튜브 뮤직에 가사가 큰 글씨로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 뮤직 보관함에는 몇 년간의 음악 목록이 있고,  음악 진행에 따라 가사들이 큰 글씨로 보이기까지 하니 더더욱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중단하기 어려울 듯하다. 


파워워킹에서 듣는 음악을 미리 주말에 선곡해 놓는다.  조금 비트 있는 곡들을 선곡해서 듣는데, 요즘은  Ed Sheeran의 Collide, Overpass Graffiti, Bad Habbit 등의 노래들과 Taylor Swift의 Red, Starlight  그리고 Maroon5의 Girls like you(f. Cardi B),  Chris Brown의 With you, Next to You 등을 따라 부르며 파워워킹을 하다 보면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몸이 뜨거워지면, 감각이 살아나고,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다.  이해가 안 되는 일상영어들과 비유들도 있지만, 매번 새롭기도 하고 노래 가사들이 시처럼 와닿기도 한다.  영어 공부도 조금 되는 것 같고,  파워풀한 비유의 힘과 함께 삶의 원동력인 사랑과 긍정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주위 분들에게 방해가 될 까봐 크게 따라 부르지는 못하지만,  featuring 하고 있는 Cardi B와 같은 래퍼가 노래하는 부분도 따라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예전에 장시간 운전하면서 출퇴근할 때, 졸음을 피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따라 불렀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가장 어려웠던 곡이 리쌍의 "눈물"이었는데, 엇박자 곡은 정말 따라 하기 힘들었다.  요즘 듣는 Taylor Swift의 RED는 열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비유로 가득하다.   아마 경쾌한 팝의 랩을 소화할 수 있다면,  뇌도 더 유연해지고 일상 영어를 더 잘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Loving him is like
Driving a new Maserati
down a dead-end street  

< Taylor Swift의 Red 중에서 >


직장생활에서 회식자리가 길어지면 집에 와서 취침 전에 아파트를 두어 바퀴 돌았다.  이때는 파워워킹이라기보다는 하루를 마감하는 조용한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산책하는 방식이었다.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난 후 취침 전 2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라는 권고가 있었는데,  회식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이럴 때 취침 전 가벼운 산책은 몸을 가볍게 하고, 위를 편하하게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좋은 방법이었던 거 같다.  


음악과 함께하는 자전거 타기 

운동과 음악을 엮는 두 번째 루틴은,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 루틴이다.  매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루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전거 타기는 내 건강한 생활을 위한 중요한 취미 활동이다.  8년 전쯤인가 가까운 직장에 출퇴근하는 용도로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다 보니, 한강 주변을 달리게 되었고, 주말에 춘천 그리고 충주까지 점프해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전거는 위험한 운동이기도 해서,  외부의 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는 골전도 헤드폰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이 세 번째 골전도 헤드폰인 거 같은데, 자전거 탈 때 정말 유용하다.  작년에는 종주용 자전거를 구입하고 시간을 내서 국토 종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안장에 앉으면 앞으로 나가야 하고,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 페달을 밟아야 한다.  길을 잃었서도 저절로 목표가 생긴다.  4 대강 종주 중 벚꽃이 휘날리는 섬진강 종주는 정말 기억에 남고,  저녁노을이 비치는 영산강, 낙동강, 한강은 멈춰 서서 해 지는 장엄한 광경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 보다 바다를 끼고 영덕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과 제주도 환상길은 체력이 되는 한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  자전거에 오르면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면 길이 보이는데,  보이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반자인 음악은 정말 위안이 된다.  저녁노을 무렵에는 감성적인 목소리인 김필의 "사랑하나", 윤미래의 "하루하루" 같은 곡부터 Enya의 "If I could be where you are", Birdy의 " Let it go" "Surrender" 같은 곡을 들었다.  자연이라는 책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BGM이 있어 정말 감사한 날 들이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속도를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앞으로 움직여야 한다.
- 아인슈타인 - 


시와 함께하는 백패킹 

세 번째 소개하는 운동루틴은 백패킹과 시를 결합한 루틴이다.   백패킹이 운동이라기보다는 힐링일 수 있는데,  15kg 가까운 배낭을 메고 산으로 섬으로 박지를 찾아 떠나는 것은 정말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MZ세대에게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는 운동임에 틀림없다. 사실 백패킹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체력이 있을 때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석양이 지는 노을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  캠핑용 접이식 휴대용 의자를 구비했다.  석양이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는 망원 한강공원 둔치에 있지만,  4 대강은 어디나 석양이 질 무렵 금빛 물결로 넘실 거린다.  자연스럽게 자전거 캠핑을 하는 분들도 만나게 되었고,  MZ 세대들이 코로나 시절 백패킹으로 산과 바다를 찾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가지 장비를 구입하고,  제주도 비양도와 인천 굴업도를 방문하였다.  이때 항상 가지고 가는 조그만 시집이 Mary Oliver의 "천 개의 아침"이다.  텐트를  피칭하고  대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 홀로 지낼 수 있는 한적한 밤이 온다.  텐트 내 랜턴 불빛이 그리 밝지 않아도,  글자가 많지 않은 시집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Mary Oliver의 시에 집중하다 보면,  외부의 소음은 잠잠해지고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깊은 수면에 이르게 된다.  블로그 커버 사진은 제주도 비양도 백패킹 사진이다.  달 빛이 바다에 일렁이고, 한치 잡이 배들의 불빛이 수평선에 늘어서 있는 장면은 비현실적으로 보여서, 마치 내가 트루먼 쇼의 짐 캐리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As long as you're dancing,  you can break the rules
Sometimes breaking the rules is just extending the rules
Sometimes there are no rules.

<May Oliver의 Three Things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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