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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철학적 이해

by 김민규

나의 주 전공은 정밀기계계측공학이다. 길이, 형상, 다자유도 힘 관련 측정 및 평가방법을 연구하고 산업계의 구체적 요구 상황들에 알맞는 측정기를 개발하거나 선진국의 측정기를 모방하는 일을 했다.

마이크로, 나노 단위의 표면 형상 데이터를 얻으려 시도하면 접촉에 의해 시료 표면이 변형되어, 측정 행위 자체가 진실에 변형을 가한다. 동떨어진 두 사물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주체와 객체가 사건으로 묶이는 즉시 양쪽 다 변화한다.


따라서, 세계는 사물(입자,물질,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 사물 간의 사실에 의해 가득 차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야기를 꺾어서, 과학과 공학을 파고들면 철학과 사상에 닿고 그리고 돈을 주는 국가와 국가의 제도, 공무원, 유관기관의 박사님들 교수님들과 엮여 신체적 한계와 정신적 공황의 아모르 파티가 열리고 계엄을 시도하는 문서에 홀려 출동하고 나면 개인적 판단력을 갖지 못한 허리인 내가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다. 정신 체리야 한다.


나의 스승은 (공학박사, 지도교수) 기독교와 불교 힌두교로 버무려진 사람이었는데, 우주에는 4대 힘 (중력,약력,강력,전자기력)에 더해 다섯 번째 힘인 사랑이 세상을 구동시킨다는 말씀을 했다. 비유로 거칠게 이해하기에도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물리적 세계의 힘은 입자 간의 움직임 만을 해석하려 시도할 뿐, 초 미세 입자만이 존재해서 영혼이나 정신 시공간을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세계나 외제적 조물주나 내제적 그 자체 (it-self)에 접근하는 일은 반증가능성이 없음으로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영원히 답할 수 없는 철학의 영역으로 남는다.


스승과의 인연은 끝났고, 배운 것이 없이 부친도 땅을 떠나서, 내게 남은 것은 그들의 메시지와 인류가 남긴 풍부한 단서, 시공간을 가르는 바람과 피부를 두드리는 태양의 전자기파뿐이라, 내가 나 자신의 스승이 되어 발전을 밀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스승의 말씀들을 살면서 거듭 더듬어 보곤 한다.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화해할 수 없는 간극 사이에서 애써 연결을 만들려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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