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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들과는 겸상이 안된다.

공주들과는 오래 연애할 수 없다.

by 김민규

부모가 결핍 없이 오냐오냐 사랑으로 범벅해 키운 애들이랑 오래 말 섞기가 힘든데, 또 그런 애들이 돈은 많아서 표정관리 하면서 자리를 지키면 맛있는 걸 많이 사줘서 개꿀이다. 돈도 없고 재수가 없으면 고립된다.


도련님 공주님은 사소한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며 자신이 규정하는 대중을 속물, 속인, 천민으로 손쉽게 판정하고 자신은 그들과는 다른 고고한 정신세계를 건설한 독보적인 존재라는 뽕에 차서 가난과 멸시를 견딘다.


사소한 위기에도 세상은 왜 나만 억까하냐며, 나를 얼마나 위대한 성군으로 만들려고 이런 연속적 시련을 주냐고 하늘을 원망하고 또 감사하지만, 자신이 천민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 배의 시련 안에서도 나름의 발전과 실천을 해낸다는 실마리는 갖지 못하고 그들을 멸시하고 동시에 두려워한다. 혐오와 두려움은 한 몸이다. 알지 못하면 두렵고 두려우면 밉다.


어디 처박혀서 서예나 그림을 짓거리고 사상서를 읽으며 노동을 하지 않아 팔다리는 야위어가고 머리만 뚱뚱해진다.


어린이가 수십 수백억대 땅과 빌딩을 상속받는 뉴스를 읽으며 새벽 지하철에 실려 회사에 기어가는 대부분은 시민들은 좌편향되어 평등 사회를 꿈꾼다.


나도 빈자 출신이라 부자가 등따시게 자본을 증식하며 헛소리 뱉으며 건물 월세 받아먹고, 오십 대 할아버지들이 걸그룹 연습생들 꼬셔서 섹스하고 다니는 꼴 보면 배알이 꼴리는데, 아무리 그래도 걔네 재산을 빼앗아서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할 수 있겠냐?


오백 년이 아니라 오천 년이 걸려도 평등한 우주는 올 수가 없고 온 적이 없는데, 키 작고 못생기고 머리 나쁜 사람을 강제로 잘나게 만들 수 없고 팔 굽혀 펴기를 못하는 여성을 소방관으로 둘 수 없는데, 자질과 자본의 태생적 불평등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지, 사회구조가 기울고 울퉁불퉁해도 어떻게든 작동하게 만들어야지, 그 구조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강제로 평평하게 만들면 구조가 버티겠냐?


지적 성장과 노동이 귀찮아서 일을 안 하고 공부를 안 하고 다 같이 기본소득만 기다리면 되겠냐?


강남 아파트 500억 되고 나머지는 다 국유화해서 국민임대로 돌리고 비싼 아파트에 사회주의 리더들만 들어가서 살고 나라는 망해서 순댓국 한 그릇에 오백만 원씩 나가면 되겠냐?라고 말할 뻔.


계엄은 미친 짓이고, 내가 우파라는 건 이념적 보수라는 거지 덜떨어진 개새끼 할아버지들 집단을 찬양한다는 게 아니고, 좌편향 시민들은 뭘 그렇게 하향평준화를 바라는 건지, 조삼모사 원숭이들도 아니고 일단 돈 받으면 누가 그 돈을 뱉을 거고 나라가 무너지면 이민 갈 국가는 있고?? 다들 민주당 친인척이라 믿는 바가 있나?라고 말 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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