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된 건물에 병원이 있었고 오래 방치된 건물이 와인바가 되더니 현재는 아이스크림을 판다. 인구의 급감에 용산과 강남 판교로 졸부들의 천박한 자본이 몰리면 강북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옆에는 조선 땅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하는 가게가 있다. 무려 런던베이글을 판다.
길 건너편 헌법 재판소에는 내란 수괴 범죄자를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있다. 나는 극우 사상에 휴머니즘이 섞인 잡종인데, 지능과 판단력이 빈곤한 덜 떨어진 술꾼을 치켜세우며 충성을 다짐하는 개인들을 보면, 한 자리 얻으려고 저 지랄을 하는 건지 궁금하고, 한 자리 준다면 나도 팬티 벗고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어릴 땐 나이를 빨리 먹고 싶었다. 40~60대가 더러운 돈을 손에 쥐고 헛소리를 뱉으며 수탈하는데 온몸을 관통하는 치욕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빨리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먹고 싶었다. 공자와 맹자와 손자와 주자를 읽은 적도 없으면서 유교주의를 장착해 지랄하는 꼬락서니를 당해내기 역겨웠다.
나이를 먹으며 단단하지고 정교하지고 지혜로워졌는지는 모르겠고 교활해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조급해지고 탐욕스러워지고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하는 능력은 확연히 늘었다.
개같이 일하며 친구들의 대소사를 도우며 연대해도 자식이 생기면 닫힌 가족 이기주의를 부모로부터 답습하며 만남과 대화 심드렁해지는 덜 떨어진 애새끼들이 푼돈 쥐고 구매한 아파트 값이 세배씩 오르고 절제를 모르고 늙은 부모를 치약처럼 쥐어짜며 대학원에 가고 예술을 하고 성경책을 읽고 상가 건물을 사고 유통업을 하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역겨워서 토할 것 같은데, 뒤에서 SNS를 붙잡고 쌓여가는 한숨과 나이만 먹어봐야 아직도 삼십 대야.
숙제를 절대 하지 않는 한 학생은 전교 3등을 했다. 진지하게 학습하고 숙제를 늘 꾸준히 하는 한 학생은 수학이 4등급이 나왔다. 방금 후자의 학생 어머님으로부터 항의 연락을 받았다.
공부는 재능이고, 연봉은 재능이고 운이며, 재산은 운이고, 삶도 행복도 모두 운이다. 멀쩡한 사지와 명석한 두뇌 부모의 덕성 재력 사랑 스쳐가는 친구와 선배 나 같은 선생을 만나는 일도 모두 운이다.
자유의지로 책임을 돌려 개인을 노동과 죽음의 줄다리 사이로 내몰고 임금을 점차 줄이고 땅값을 올리고, 아파트 매매가를 올리고, 상가 임대료를 올리며, 대중을 말려 죽인다. 하부구조가 무너지고 인공지능을 고칠 기술자도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구매할 소비자와 단순 노동을 감당할 사람을 모두 잃고 서서히 공멸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왜 성적이 나오질 않는다는 항의를 천 번은 들었다. 안방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를 지르는 학부모도 있었다. 학원 원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술에 취한 채 기물을 부수는 원장도 있었다.
답을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
답을 하지 못하는 답은 답이 아니다.
선배가 불알을 만져도 부모가 내 돈을 갈취해도 애인이 나를 버려도 사장이 임금을 착취해도 교수가 아들의 숙제를 시켜도 친구의 아빠들이 심부름을 시켜도 애인의 엄마들이 개소리를 해도, 친구들이 모여서 다굴을 시도해도, 형들이 나이를 앞세워 무례를 범해도, 목사들이 스님들이 사기를 쳐도, 이재명이 윤석열이 문재인이 이명박이... (중 략)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죽을 용기가 없음에 슬퍼하며 비굴한 생명을 이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