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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항공기 추락에 더하여

참사에 수다를 떨어 얹다니,

by 김민규

종일 두 다리가 땅에서 떠 있는 것 같네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비통함을 느끼는 것 외에는 별 도움이나 위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몇 가지 화두가 있어 답해봅니다.]


1) 왜 물로 가지 않았나? (허드슨 강의 기적)

: 고속의 강체에겐 물의 탄성과 점성이 더 위 위험하다. 점섬유체가 동체를 위 감고 튕겨내서, 활주로에 미끄러지며 서서히 속력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2) 왜 옆에 푹신한 흙땅으로 랜딩 하지 않고, 딱딱한 활주로에 착륙하는가?

: 윗 설명으로 갈음한다.


3) 왜 콘크리트 벽을 보고 방향을 꺽지 않았나?

: 랜딩기어가 안 내려와서 방향을 꺾을 수 없다. 비행기는 쇳덩이지 생선이나 독수리가 아니다. 날개로 방향을 꺾다가 옆으로 구르면 대 참사가 일어난다. 날개의 전자 제어장치가 먹통이라 속도를 못 줄였을 수 있다. 바닥면의 마찰을 이용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고, 그렇게 대응하도록 훈련받지 않았을까.


부록) 어린아이와 같은 발화와 행위를 하는 반지성주의에 절은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주택자이고 주식과 비트코인과 상가건물을 보유하고 명품을 휘감았는데 조르단은 왜 집도 없고 결혼도 못하고 자녀도 없는 거지인가?

: 모르겠다.


사고조사를 해서 얼마나 진실에 다가갈지, 규정한 사고 요인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을지. 천문학적 보상액이 달린 사건의 대기업과 정부와 언론이 한 패거리인데 발표를 믿을 수 있을지. 사고의 분석 이후 제도적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될지. 왜 잘 모르는 다수의 대중이 쓰레드에 너도 나도 초등학생 수준의 해결책과 사고진단 내용, 음모론을 내놓는지. 유치한 인간들도 다주택자인데 나는 왜 집이 없는지 답답합니다.


서로 격력하고 점잖게 조언하는 것은 좋은데, 혐오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상대를 무너트리려 하지는 않으면 좋겠네요. 유가족도 바라보는 시민들도 모두가 비통한데, 서로 총질하며 혐오를 확대해 가는 모습도 슬픕니다.


산업 재해로 인한 한국의 사망자 수가 한 해 600명이 넘고,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두 숫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자본주의에 올라탄 인간의 기술과 경영이 사람의 목숨을 숫자로 축소해서 비용을 계산해 운용하는 일에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숫자로 압축될 수 없는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삶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따듯한 방에 등 지지고 맛있는 밥 먹고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는 정상적인 살이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터에 가야 하고 비행기에 올라야 합니다. 사고의 경위를 파악해 다가오는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길 바랍니다.


인간을 도구화해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영의 비인간성에서 조금씩 멀어지길 바라봅니다. 폭주하는 잔인한 자본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서로 불필요한 총질을 멈추고 서로가 서로를 어여삐 여겨 감싸주는 사회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망자들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추가로, 국가 애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임영웅이 왜 콘서트를 강행하냐고 적극적인 욕을 하거나 비꼬는 글을 여럿 봤습니다.


나는 차별주의자이자 공동체주의자입니다. 국가의 존재에 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뇌 빠진 젊은 꼰대입니다. 공동의 안녕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며, 자본의 살인적 팽창을 정치가 견제해야 한고 생각 합니다. 적극적/소극적 자유이든 결과의/절차의 평등이든,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애도기간을 지정해서 애도하라고 부 축이는 꼴이 추잡하고 사람들끼리 서로 너는 왜 애도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고 콘서트를 열고 콘서트에 가냐고 서로 끌어내리는 모습도 웃깁니다.


나는 임영웅의 팬이 아닙니다. 트로트에 관심 없고,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는 질색입니다. 나는 연중 개고생을 하다가 연말에 겨우 그를 먼발치에서 보고 싶어 하는 아줌마들과 할머니, 그리고 그 콘서트를 통해 생업을 이어가는 수백 명의 스텝의 팬입니다. 뒤에 숨어서 연예인 하나 바보 만드는 짓을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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