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0일

회사 창립 기념일에 처음 쉬어봤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by 좀좀

오늘은 회사 창립기념일이었다.

이제 입사 5개월이 채 안 되는 우리 회사는, 뜻밖에도 창립기념일에 휴무를 하는 회사였고, 그것도 작년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한다. 회사 직원들을 위한 복지라는 생각에 좋으면서도, 처음으로 창립기념일에 쉬어보니 매우 낯설기도 하다. 뭔가 회사의 1년을 기념해야 할 것만 같은데, 집에서 쉬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걸 보면, 18년 동안 열심히 일한 성실한 직장인 티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창립기념일이어서는 아니고, 오늘 쉬면서, 정확히는 주말 간 쉬면서 회사 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가끔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마음이 찜찜하고 불안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더 해야 할까? 등등, 나를 되돌아보면서 더 잘할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본 시간, 가끔씩 그러나 너무 자주 맞이하는 것 같은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


생각은 이렇게 정리 됐다.

불안한 것은 움직이지 않아서이다. 오리는 물에서 발을 계속 움직이고 있어야 떠있을 수 있다.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가라앉을까 걱정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나는 배가 아니다. 나는 한낱 오리일 뿐이다. 더 좋은 솔루션을 낼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더 좋은 솔루션을 못 내고 답답할 때와, 움직이지 않으면서 불안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나를 발견한 순간,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래서 액션플랜을 몇 가지 만들었다, 이건 꼭 지켜보리라. 지속하리라. 지속 가능한 액션플랜이 되기 위해서 어렵지 않은 액션플랜을 세웠다.

첫째, 집에서 해야 할 하찮은 집안일들은 미루지 않고, 즉시 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 휴지를 채우는 일이라든가, 주말에 화장실 청소를 한다든가, 휴지통일 비운다든가 하는 일들 말이다. 일 때문에 정신없고 바쁠 때가 아닌 이상, 발견하면 무조건 바로바로 해결할 테다. 귀찮음은 움직임의 주적이다. 귀찮음을 없애버리겠다.

둘째,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 자기 전에 일기를 쓰겠다. 사실 이 글이 첫 일기다. 첫 일기라서 길게 쓰고 있지만, 앞으로의 일기는 아주 짧은 메모 같은 것들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저 써 내려가는, 앞 뒤가 안 맞고, 퇴고는 절대로 하지 않을 그런 일기다. 그냥 내 생각이 정리되면 그걸로 족하다. 계속 쓰기 위해서는 길거나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 몇 글자, 몇 줄이라도 그날의 내 감정을 기록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몸이 너무 힘들거나, 아프거나, 술에 취한 날은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짧게라도 매일 같이 일기를 써 보겠다.

셋째, 일기를 쓴 뒤에는 명상을 하겠다. 아침 명상은 나에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밤에 자기 전에 명상이 나에게는 가장 맞는 상황이다. 잠을 편하게 잘 수도 있고, 하루를 정리할 수도 있고, 아직은 명상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전혀 모르지만, 한번 해보면서 변화를 느껴보겠다.


이 세 가지 액션플랜만 해보겠다. 누군가는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 이불을 펴놓는 것만 해도 하루를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집에 있는 일들을 미루지 않고,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다 보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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