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아버지는 큰 무쇠 솥에
물을 그득 담아 불을 지폈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부엌에 온기가 돌면
엄마는 더운물 찬물 섞어 쌀을 씻고
작은 무쇠 솥에 밥을 지었지
고슬고슬한 밥을
식구수대로 밥공기에
그득하게 담고
누룽지는 설탕을
훌훌 뿌려
설탕이 녹아들면
쇠 주걱으로 박박 긁어
방으로 들이밀었지
누룽지 한 조각 집어 들고 씹으면
내 입속은 바삭바삭 달콤한 노래로 찼고
아버지가 데워 놓은 따뜻한 물은
학교 가기 전 세숫물이 되곤 했지
그을음 가득한 옛 부엌이 그리운 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흙으로 돌아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