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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Jan 29. 2021

달이 날 보러 왔다

‘오늘 밤 바라본 저 달이 너무 처량해 ~♪’ 김 건모의‘서울의 달’ 노래가 떠오른다. 서울의 달이 그날은 처량하고, 쓸쓸하고, 슬퍼 보였나 보다. 백중이 시작되는 첫새벽이다.

불교에서 백중은 1년에 딱 한번 지옥문이 열리는 날이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조상이나, 떠도는 영가들을 스님들의 공양과 공덕으로 구해낼 수 있는 날이다. 음력 7월 15일, 양력은 8월 15일이다.


백중날 첫새벽에 영종도, 그것도 내 집 앞에 달이 떴다. 동그랗고, 붉고, 큰 달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걸쳐져 있다. 수없이 많은 달을 봤지만, 살아있는 듯 생기가 느껴진 달은 처음이다.

달 주변에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이 달의 호위병 인양 둘러싸고 있다. 붉고 밝은 빛을 발하던 달은, 어느새 구름까지 오색찬란하게 물들였다. 무명옷만 입던 구름이 색동옷으로 갈아입으니 구름도 곱다. 달과 구름이 고운 자태 한참을 뽐내더니 높은 아파트 건물 뒤로 서서히 사라진다.

백중날 새벽달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릴 때는 변소가 밖에 있었다. 밤에 변소를 오갈 때마다 나는 하늘을 봤다. 수많은 별들과 달, 구름을……. 달은 어느 날 작아졌다가, 어느 날은 동그랗게 커졌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던 시절이다. 공부는 안 하고 학교만 다닌 덕분이다.

국어 교과서인지 동화책인지 기억은 없지만, 달 속에서 토끼가 절구로 쿵더쿵쿵더쿵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나는 떡방아 찧는 토끼를 찾으려고 자주 달을 뚫어져라 보았다. 참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다.

어느 날 밤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봤다.

다음날 새벽 나는 별똥별을 찾으러 집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것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내가 찾던 별똥별이 흙길에 떨어져 반짝이고 있는 게 보였다.

붉은색의 작은 구슬 모양이었고, 반투명하며 빛이 났다.

나는 신기해서 주웠고 맛보고 싶어 졌다. 별사탕 맛이 날 것 같았다. 입에 몇 알을 넣었다. 쓰면서도 강한, 아릿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져 갔다. 놀란 나는 얼른 뱉어내고 앞에 있는 도랑물에서 수십 번 헹궜다. 아무리 헹궈도 찝찝한 뒷맛이 남아 개운하지 않았다. 어른들 말을 들어보니, 그것은 별똥별이 아니라 새로 나온 비료란다. 누군가 흘리고 간 것이다. 그렇게 달과 별은 내 어린 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2019년 8월 15일 백중날. 보름달은 내 집 앞에 떴고, 달과 내가 눈이 마주친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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