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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ak May 16. 2022

"로건 럭키" 스티븐 소더버그, 2017

"Logan Lucky" Steven Soderbergh, 2017



환기시키는 주간으로 "로건 럭키"를 꺼냈는데, 매번 심도있는 영화를 다루다보니 재밌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단순히 오락용으로만 보면 안될 것만 같은 경각심을 가지고 영화를 틀게 되었다.

누가 나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낯익은 배우들을 마주하니 너무나 반가웠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전형적인 *힐빌리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남성적이고 묵직한 이미지를 가진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크를 캐스팅했다는 것이었다. 내 기준에서 채닝 테이텀이 광부 역을 소화하기엔 트럭에서 햇살을 내리쬐며 찌푸리는 미간이 너무 잘생겼었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노랗게 탈색한 머리를 보면서 누군지 못 알아봤었다. 그리고 아담 드라이버가 맡은 크라우드 역이 그의 매력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동굴 목소리와 피지컬적인 면이 생경하다고 느껴질 만큼 강한 개성이 돋보였기에 팬으로서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불평도 잠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설득되어 점점 내가 아는 ‘그’ 배우가 아닌 영화 속 인물로 보이게 되었다.

왼쪽부터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로건 럭키는 기존 *Caper Movie처럼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기 캐릭터가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나 긴장감을 선사하는 방식이 아닌, 아주 평범하다 못해 어딘가 모자란 오합지졸들을 데려다놓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을 거의 끝까지 무식하고 형편없는 사람들로 보이게끔 한다. 실제로 지미가 돈을 주유소에 다 버리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저 병신”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돈 가질 배짱도 없으면서 뭣하러 돈을 훔쳤냐”는 말을 했을 때 아주머니와 손뼉을 치고 싶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범죄 계획과 그보다 더 허술한 국제 대회 관계자들, 애초에 설득이 되지 않았던 범행 동기, 멋진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캐릭터들, 뜬금없이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딸. 그럼 그렇지, 한국 코미디 영화와 비슷한 플롯에 실망이 들 때 즈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열거되었다.

애초에 도둑질을 하기엔 착한 성품과 그에 비해 다소 큰 간을 가진 로건 팀은 무식이 용기라는 말이 딱 들어 맞다며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조자 없었기 때문에 지미의 치밀했던 계획을 낱낱이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너무 재미있었다. 곰돌이젤리가 화력을 발휘할 때 기대를 좀 더 가져볼 걸! 하는 반성의 마음도 들었고 사실 지미는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시골 촌뜨기 ‘힐빌리’처럼 살아야만 하는 엄청난 비밀을 가진 비밀정부 소속 요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막상 영화를 다 보고나니 짧은 현자타임이 왔다. 저렇게 허술한 계획으로 돋을 훔칠 수 있다니. 진짜 럭키한 로건 형제였다. 금고가 털린 회사는 은행의 정산 시스템의 허술했다는 점을 악용해 몇 배의 보험금을 타먹었고, 구치소장은 구치소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덮고 방어했으며 FBI요원은 무엇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태도를 보이지만 다른 범죄 추리 영화에 나오는 요원들에 비해 그다지 치밀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영화를 보기 전 단순히 즐기지만은 말자는 결심과는 달리 점점 그들에게 동화되어 같이 멍청해져서 실없이 웃고 있던 내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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