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정말 고민이 많다. 고민이 너무 많고 뒤엉켜 있다. 고민을 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그럼 쉽고 재밌는 걸 찾게 된다. PC방에 가서 배틀그라운드를 한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유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는 게임이다. 최후의 1인이 되는 순간까지 살아남는 걸 목표로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한 가지 목표를 갖고 거기에만 매진한다는 것이 새삼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골목 사진이다. 2년 전 이맘 때쯤 제대 후 복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때도 온갖 고민때문에 매일을 힘겨워하며 살았다. 지금보다 공부할 것은 많았고 주변 사람들은 적었다. 어느날 새벽 지친 채 집으로 돌아오다가 이 골목에서 문득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의 나는 생각보다 잘 버텨내고 있었다. 주인조차도 긍정해주지 않는 삶이 나름대로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랬다. 이 골목을 지나는 잠깐의 순간만큼은 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