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요리사' : 요리로 해체된 계급의 벽

계급을 요리하다

by 호세
출처 : Netflix

최근 요리사들의 경쟁을 다룬 '흑백 요리사’가 예기치 못한 흥행을 거두고 있다.‘흑’과 ‘백’으로 명징하게 대비된 요리사들이 ‘생존’을 위해서 요리를 통한 경쟁을 펼친다는 플롯(Plot)은 꽤나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글에서는 흑백 요리사의 성공 요인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분석과 ‘흑백 요리사’라는 미디어 자체에서 살짝 벗어나 그 밖의 사회적 영역도 살펴보고자 한다.



흑백 요리사의 부제가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 '흑백 요리사’가 계급을 대비하는 방식은 꽤나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출처 : Netflix

백수저로 대표되는 요리사들이 처음 등장할 때, 흑수저 요리사들은 그들을 어둠 속에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으며 백종원과 안성재 셰프가 20인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할 때에도 백수저 요리사들과 흑수저 요리사들의 시선은 상하 관계의 대립 속에서 닿는다.


이러한 노골적인 계급의 대립은 많은 매체가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취해 온 고전적인 전략이다.


이번 ‘흑백요리사’를 스트리밍 한 넷플릭스의 이전 작품 '오징어게임'에서도 이러한 계급 대립을 노골적으로 볼 수 있는데, 계급에 따라 구별되는 가면과 참여자들의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는 VIP들이 전략의 차용을 보여주는 예시로 작용하기에 적절하다.


오징어게임_Netflix

다만 계급의 대립, 그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흥미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지속적이고 점층적이며, 변동의 가능성이 희미한 계급의 대립은 시청자들에게 피로를 불러올 뿐이다.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그 대립이 깨지는 순간이다. 굳건할 것 같은 계급 체계의 대립이 깨지고, 상하의 대립이 수평적 병존으로 대치될 때에 시청자들은 현실의 벽에 막혀 접어두었던 계급 상승의 가능성을 찾게 된다. 일종의 미디어를 통한 경쟁의 대리해소와 같은 것이다.


출처_Netflix

'흑백 요리사'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니즈(Needs)와 적절히 공명한다. '흑'과 '백'이라는 색깔의 대립을 통해 나타나는 계급은 명확하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고, 단 한 라운드 만에 20인을 선정하고 1대 1 대결로 이어지는 속도감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낄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상하로 마주 보던 시선은 어느새 수평선 상에 놓인다.


게다가 경쟁의 도구가 '요리'라는, 계급에 기대지 않는 성격의 것이라는 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계급 상승의 신화를 더욱 통쾌하게 느끼게끔 만든다.


이러한 점에 기대어 보면, 팀 미션에서 그려진 몇몇 장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납득하기 쉬워진다. 우리가 넘어야만 하는 백수저 팀 내부의 불화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하게 느껴질 것이고, 재료를 취하는 최현석 셰프의 행동은 공정한 경쟁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소 흥미로운 점은 시청자들이 백수저 팀을 오로지 우리와 병존할 수 없는 존재,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최강록 셰프와 에드워드 리 등 많은 셰프들에게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은 이러한 점에서 어색하게 다가온다.


출처 : Netflix

필자는 '흑백 요리사'가 계급의 대립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경쟁을 담보함으로써 '계급 대립'을 '선악의 대립'과 명확히 구분해 낸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악함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타당하겠지만, 능숙함과 훌륭함은 선악의 영역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게 계급을 선악과 연결 짓고 비난하는 우리에게 자정 가능성이 있음을, 궁극적으로 계급 갈등의 긍정적인 해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코미디 리벤지_출처 : Netflix

계급을 지우고, 오로지 웃음으로만 승부한다는 프레이즈(phrase)를 내세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코미디 리벤지의 공개가 13일가량 남았다.


물론 코미디언 이경규의 왕좌를 빼앗는다는 플롯은 이경규가 가지는 원로 코미디언으로서의 계급까지 떼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과연 계급의 가시화를 내세우는 고전적 전략을 해체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