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차

by 조제

빈 차 라고 써있는 택시를 보면

타고 싶어진다


아저씨 멀리 가주세요

아무데나요


택시는 계속 달려가고

나는 집에서 멀어진다


돈이 없는 것에서도 멀어지고

아픈 엄마에게서도

눈물과 아픔에서도

지긋지긋한 우울에서도


아가씨 5만원 어치 왔어요.

더 가줄까?


문득 들린 아저씨의 말에

정신이 차려지고

계좌에 5만원이 남아있을까

집에는 어떻게 다시 돌아갈까

멀어졌던 걱정들이 저벅저벅 걸어

내게로 다시 돌아온다


택시에서 내리고

바다 풍경을 바라본다

인천 바다는 작지만 그래도 바다니까

걱정들을 파도에 하나씩 버려본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는 파도

다시 돌아오는 걱정


빈 파도를 타고 어딘가 갈 수는 없을까

저 멀리 해가 지는 곳으로

나와도 떨어져서 멀리멀리

멀어지는 나를 보고

웃음 지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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