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지혜로운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혼자서 마을 구석에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혼자 살았지만 사실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다 할머니의 아이들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아빠에게 혼나고 울면서 때론 화내면서 할머니집에 오면 할머니는 우선 아이에게 달콤한 코코아를 한잔 줍니다. 그리고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고 꼬옥 안아준 다음 아이에게 말해요.
"왜그러니, 아가야. 무슨 일인지 할머니에게 말해보렴"
그러면 아이들은 이제야 살았다는 듯이 할머니에게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말하지요. 이야기가 짧든 길든 할머니는 결코 아이들의 말을 막는 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가끔씩 말하지요.
"그래, 그럴수 있지. 그렇구말고. 괜찮아."
한바탕 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대개 배가 고픕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언제나 집에서 끓고 있는 맛있는 스프와 신선한 우유, 따뜻한 빵을 가득 상에 차려주어요. 달콤한 딸기잼과 버터도 물론 같이요.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시들었던 얼굴이 다시 발그레지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잠이 와요. 아이들이 기분좋은 얼굴로 사르르 잠이 들면 할머니는 포근한 담요를 덮어줍니다.
그리고 깨어났을때 아이들은 자기가 다시 엄마,아빠집에 있는걸 알게 됩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볼에 뽀뽀를 해주지요. 아이들을 데려오면서 할머니에게 혼났거든요. 아이들의 부모 또한 이 할머니에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던 아이 시절이 있었으니 할머니의 말을 안 듣기란 어렵습니다.
지혜로운 할머니가 이 마을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다만 이 마을에 할머니가 있는 한 아이들이 혼자 울며 슬프게 잠이 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