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
재밌게 읽은, '코믹 삼국지'에서, 승승장구 잘 나가던 '조조'는, 절세미인이면서, 요부, '추 부인' 때문에 자식도 잃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근데, 어떤 다른 삼국지에서는, '추 부인'이 요조숙녀로 묘사된 것도 있다. 즉, '추 부인'이 의도적으로 '조조'를 배신하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장수'의 급습 때문에 조조가 도망가느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그런 안타까운 Love Story라는 것이다. 요부와 요조숙녀의 차이 때문에,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완전히 180°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만일, '추 부인'이 요조숙녀였다면, 그러면, 정말로 '조조'는 쫓기면서, '추 부인'과의 맺지 못한 사랑이 안타깝고 애절한 Love Story로 남게 되는데...
여러분은 혹시 조조처럼, 무엇인가에 쫓기며, 그런 아쉽고 , 안타까운 사랑을 했었던, 사연이 있습니까?
당시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중이었다. 목적지는 San Jose (San Francisco).
보통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다. 한 참을 날아온 것 같았는데도, 얼마나 왔을까 하고 Check를 해 보면, 아직도 멀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특별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조조만큼 안타깝고, 아쉬어서.... 사뭇 달랐던 것 같았다.
당시는 한국에서는, 미국의 중소 도시로의 직항로가 없어서, 그런 경우에는, 일본으로 가서 다른 비행기로 환승을 해야만 하는 그런 시기였었다. 일본에서 출발하다 보니, 당연히 손님들의 대부분은 일본 사람들이었고, Stewardess들도 일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Stewardess들 중의 한 사람, 유난히 나의 눈 길을 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녀의 분위기는 지난번에 북한에 가서 공연할 때, 사회를 봤다던, 꼭 '서현' 같았는데, '서현'이보담도 훨씬 더 이뻤다. 근데, 사실은 여잘 보는 내 눈이 무척 높다. 그건, 울 엄마 때문이다. 누군들, 자기 엄마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꼭, 내 엄마라서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정말로 예뻤다. 그런 엄마를, 갓난아기 때부터 줄곧 매일 보고 살았으니, 웬만한 여자는 내 눈에 찰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그런 나의 시선을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녀의 미모가 출중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내가 전에 일본도 다녀 보아서, 일본 사람들도 잘 안다. 그래서, 한국 여자, 일본 여자, 중국 여자가 같이 있으면, 대번에 거의 정확히 구분해 낼 수가 있다. 그러니까, 나의 눈길을 끈 그 여자는, 일본 여자 답지 않게? 아주 특출하게 눈 부셨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런 미모의 Stewardess가 나에게 특별? 서비스를 자꾸 하는 것 아닌가? 오며 가며, 나에게 뭐 필요한 것 없냐고 묻지를 않나?, 사탕을 나누어 줘도 남보다 더 많이 주고...
그래서? 왜? 나를? 내가 혹시 그녀의 맘에 들었나?
식사도 한 차례 끝나고, 심심해지기 시작할 무렵, 그 녀가 복도 쪽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일본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깊은 대화를 잘할 정도는 못되어, 자연, 우리는 영어로만 얘길 해야만 했다. 그 녀는, 직업상, 간간히, Stewardess 일로 왔다 갔다 하다가도, 일이 끝나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 아닌가? 나에게만...
나도 신사인데, 어찌 다가오는 여자에게 쌀쌀하고 냉랭하게 대 할 수가 있으랴? 게다가, 미인한테 말이다.
근데, 이 여자, 이제는 아예 내 앞(옆)에 쪼그리고 앉는 것 아닌가? 복도에...
첨엔, '다리가 아파서 그러나?'라고 생각을 했댔는데, 그 녀 표정에서 그 게 아니라는 것이 읽힌다. 그 녀는, 마치 어린아이가 할아버지 앞에서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턱 받치고, 기다리듯이 내가 무슨 얘기든 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아닌가? 이 여자 봐라?
남자는, 여자 앞에서는 웅변가가 된다더니만, 그건, 아주 정확히 맞는 말이다. 그날따라, 미인 앞에 홀로 서다 보니, 어디서 그렇게도 말할 거리가 계속 나오는지, 장시간에 걸쳐서, 나의 웅변(구라?)이, 그것도 영어로 술술술 나오는데, 사실 나 자신도 놀랐다. 그러다. 보니, 아는 얘기란 얘긴, 그날 몽땅 털어놓은 것 같다.
심지어는, 공군에서 훈련 중, 오락 시간에, 동기 중 하나가 우리들에게 해 주었던 이런 얘기까지...
"친구랑 단 둘이서 극장에 갔더란다. 영화가 곧 시작되려는데, 이 친구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더니, 도대체 안 돌아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어도, 또 한참 지나는데도, 그리고 드디어 영화가 끝났는데도, 그 친구는 도대체 안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극장의 화장실에 가서는 찾기 시작했단다. 하나하나씩 화장실 문을 열어가며 확인하던 중, 어느 문 하나를 열었더니만...
갑자기 뭐가 나에게 막 덮쳐오면서...
깜짝! 놀라 깨고 보니, 꿈이었더라"는 그런 얘기까지...
암튼 내가 아는 얘긴, 몽땅 다 풀었다. 그녀는 나를 계속 응시하며 목젖이 보이도록 웃기도 하며, 아주 진지하게,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나의 말(구라?)을 재밌게 들으면서, 일일이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나의 마음도 함께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러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난, 나의 일본인들에 대한 편견이 안개가 걷히듯, 싹 사라짐은 물론이고, 일본 여자들은, 저렇게, 순진하고 순종적이구나 하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에 비해 한국 여자들은, 다소 무섭기고 하고, 고집 세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며, "아~ 이런 여자랑 결혼해서 살면, 참으로 평생 매일 같이 행복할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재밌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가운데, 아니, 벌써? 도착지에 다 와 간단다. 미국이 좀 더 멀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난, 비행기가 좀 더, 더 멀리 날아갔으면 했지만, 무심하게도, 그 비행기는 기어코 착륙을 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그녀는, San Francisco에 도착하면, 며칠을 거기서 쉰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시내 구경도 하고..., 근데, 그렇게 혼자 다니면, 무척 심심하단다
엇! 뭐지? 왜? 나에게 이런 얘길??
혹시 이 여자 바람둥이?
근데, 그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 나이 되도록, 내가 사람 볼 줄도 모른단 말인가? 이 여잔, 참으로 순진하고, 순수 그 자체이다. 그리고 또 무지 예쁘다
이런 미인이 어찌 자기 몸을 그렇게 함부로 굴린단 말인가? 그럴 리 없다! 그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장담한다!
단지, 이 여자가 나에게 흠뻑 빠져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사실 내 마음도 그러하다.
이런 여자, 앞으론 절대 만나기 힘들다
일 평생, 나의 이상형 만나기가 사실 어렵다.
근데, 이 여자나, 나나, 우린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예전엔, 내가 미처 몰랐다,
내가 국제적으로다가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을...
암튼, 내가 그동안, 삼십여 년 동안, 살아 본 인생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여자의 말 뜻인즉슨, 분명히, 밖에서 만나자고 얘기해 주기를 기다리는 신호임에 틀림이 없다.
근데, 저 쪽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도... 내가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굴면, 이건 정말로 신사도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 그야말로, 숙녀를 (그것도 미녀를...) 모욕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흔들린다. 어찌해야 하노?
침을 꿀떡 삼키며, 이때, 문뜩, '조조'가 생각이 났다. '조조'가 사랑하는 여인, '추 부인'을 그냥 놔두고, 떠나야만 하는 그 안타깝고, 아쉬운 심정이 완전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근데, 잠깐...
'조조'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해도, 사실은, '안희정, 전 지사'처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죄'가 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진실한 남녀 간의 참 사랑이란, 폭력이나, 권력에 의하지 않고, 전적으로 쌍방의 스스로 우러나는, 속 마음에만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Me Too! 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몽룡'과 '춘향이'네처럼?... 일 대 일의 관계로...
잠깐, 근데, 그것도 아니다.
그들도, 사실은 신분의 차이 때문에, 갑-을 관계가 아니었던가?
그보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더 순순하고 완벽한 사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 경우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상대가 일본인이니, 조상 때부터 대대로 원수지간이었던 것도 상황이 똑같고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되는 조건은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입은 굳게 다문채...
내가 그녀의 제안?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는...
사실, 다른 데에 있었다
나도 안다. 나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의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말에도, 내가 애써 모른 척, 못 들은 척만 할 수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아는데, 그래도, 나는 결국 그날 침묵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Stewardess들이 문 앞에서 인사를 한다. 그때, 마주친, 그 녀의 그 눈 길, 그 눈 빛을 난 잊을 수가 없다. 그 앞을 지나서 가는데, 뒤통수가 근질근질거린다. 그래도, 난, 그냥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야만 한다.
씩씩하게... "하나! 둘! 하나! 둘!..."
미안하다!~ 나도 아쉽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난 어쩔 수가 없다오
내 이유는, Simple했다
공항에선...
처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