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에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가슴 아픈 첫사랑?

by 빨간 우산

(1) 첫 만남


이제 곧 있으면, 물놀이 계절이 시작되는데, 이런 물놀이 계절에 떠오르는, 과거의 슬프고도 안타까웠던 나의 첫사랑? 이야기 하나 할까요?


당시는 아버지들이 자식들만 데리고 물놀이 가고, 어머니들은 집안 살림하느라 물놀이는 엄두도 못 내던 그런 시절. 내가 국민학교 3학년쯤이었나, 여름 방학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던 차에, 경찰에 몸 담고 계셨던, 넷째 숙부님께서 까만 지프차를 끌고 오시며, 나보다는 세 살 아래인, 사촌동생, 윤구를 함께 데리고 우리 집에 오셔서, 나도 함께 데리고 가시겠다고.... 그래서, 어린 동생들은 다 못 가고, 우리 집안의 대표로 나만 물놀이에 참석.


곧장 가는 줄 알았는데, 숙부님의 동료인 다른 경찰관의 집에 들러가시겠다며, 독립문 근처의 영천이었던가, 어느 집 앞에 도착을 했는데, 그 경찰 아저씨만 가는 줄 알았는데, 그 집의 딸도 함께 데리고 가시겠다고....

나는 차의 창 밖을 내다보며, 순간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가슴이 마구 쿵쾅거리는 것이다.


내 생애, 여자를 보았다고 해서 생기는 이런 상황은 난생처음이었다. 아~! 그 여자는 정말로 나의 이상형이었다.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예쁜 여자 아이는 처음 보았다. 숙부님께서 차 안의 자리 정리를 해 주셨다. 고맙게도, 제일 어린 윤구를 찦 차의 옆 자리로 가게 했으니, 이제, 맨 뒷 좌석에는 나와 그녀 둘만 앉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다.


(2) 꿈같은 시간


(다시 이야기는 영천에 정차하고 있는 지프차로 돌아가서...)

드디어 그녀가 차 안에 들어선다. 차 창을 통해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쁘다. 차 안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내 옆에 앉아 있는 윤구가 원망스럽게도 꼼짝을 안 하는 것이다.


윤구는 짚 차의 옆 자리는 딱딱하고, 밖을 내다보기도 힘들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움직이랴? ) 그랬다간, 그녀와 같이 나란히 앉아 가는 기회를 영영 빼앗길 것 같아서, 나도 버텼다.

드디어, 삼촌이 냅다 소리를 지르셨다. 어쩔 수 없이 윤구는 구시렁거리며, 옆 자리로 물러났다.

(햐~아!) )


그녀가 드디어 내 옆 자리에 앉는다. 꿈만 같다. 그런데, 잠시 멈추었던, 내 심장이 다시 크게 쿵쾅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진동이 바로 옆에 앉은 그녀가 눈치챌까 봐 나 혼자 전전 긍긍했다. 나는 차마 입을 열어 말 문을 열 수조차 없었다. 연애를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 ^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앞에 앉으신 어르신들께서 말을 붙여 주셨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에게, "몇 살이냐?, 어느 학교 몇 학년이냐?... " (선볼 때의, 호구 조사가 시작 ^ ^ 되었다.) 그래서 이때 일문일답을 통해 서로를 파악 한 바로는, 그녀는 나와 동갑(휴~우! 다행이었다, ^ ^ 나보다 나이 많은 누나 뻘이면 어쩌나 했었다.) 그리고 같은 학년이지만, 다니는 학교는 달랐다. "그런데, 우리 학교엔 학생 수도 많은데(당시 미동 국민학교는 콩나물 교실로 유명했었다.), 왜 저런 예쁜 여자 애는 없는 거야?" 하며 야속했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행복한 시간이다. ^ ^ 온 세상이 갑자기 모두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 ^


사실 내가 여자들을 전혀 몰랐던 것도 아니다. 내 밑으로 여동생들이 셋이나 있고, 또 그리고 나에게는 여성 Partner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북아현동에서 살 때, 바로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내 소꿉놀이 Partner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왜냐면, 지금은 그녀도 남의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단지 성은 Lee요, 이름은 약자로 B. S. ^ ^

우리가 사는 동네의 골목에는 같은 나이 또래는 BS와 나 밖에 없어서, 우리는 꽤 오랫동안 오손도손 남의 방해를 안 받고, 살림을 차렸었다. ^ °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처럼 살았다간, 벌써 쫓겨났을 것 같다. 왜냐면, 툭하면 술 취해 들어오고, 집안 살림은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신문 갖고 와라, 재떨이 갖고 와라" 심부름만 시켰다. 그래도 BS가 나랑 싸우지 않고 잘 지냈던 것은, BS가 착해서 그랬던 같다. 풀 뜯어서 밥상 차려서 갖다 바치고, 혼자 애(인형) 키우고... ^ ^


요즘 다시 만난다면, 옛날의 나의 폭압적인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 °

그런 BS가 있었지만, 나는 그녀로 인해, 한 번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설래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영천의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완전히 쓰러진 것이다.


서대문 영천에서 안양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당시 열악한 도로 환경을 감안해 볼 때, 꽤 오랫동안 가야 하는 거리이다. 게다가 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덜컹거릴 때마다, 나는 그녀의 맨 살의 팔의 피부가 나와 부딪치는데, 난,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 참으로 처음 겪어보는 그런 황홀감에 빠져서 얼마 가다 보니, 아니 벌써 다 왔단다. ㅠ ㅠ. (작은 아버지!, 더 좀 가셔도 되는데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미 다들 서둘러 내리니, 섭섭하지만 나도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 안양에 도착해서, 드디어, 사건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3) 첫사랑의 비극


나란히 앉아, 꿈속에서 헤매는 듯,... 황홀한 Drive를 마치고, ^ ^ 드디어 목적지인 안양 풀에 도착했다. ^ ^

짐을 풀고는, 그다음 자연스러운 순서로, 각자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이 되었다. 어르신들이 차례로 탈의실에 들어가셔서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셨다. 아리따운 그 녀도 갈아입었다. ^ ^ 다음은 우리 차례이다. 윤구와 내가 탈의실을 사용하려 하려는데 그만, "오잇?"


주인이 돈을 내라는 것이다. "저분들과 일행인데요."라고 했지만, 주인은, "그분들 것만 냈다."라는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숙부님께 말씀을 드렸더니만, 웃으시면서, "야 임마, 니들은 그냥 갈아 입어!" 하시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아주 엄중하고, 심각한 큰 시련에 직면한 것이다.


(아니, 한창 들떠서 즐거운 마음 하나 가득, 이제 마악 재밌는 시간을 시작하려는 순간,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이랍니까?) "그냥? 여기서요? 그냥 벗으라고요?"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그 녀 바로 앞에서.... 이런 비극도 없다.


나는 도~저 히 그 말씀을 받아 들일을 수 없어서 완강히 거부했다. 아니, 차 태워주셔서 난, 그냥 따라서 온 처지인 만큼, 주머니엔 땡전 한 푼 없는 극빈자 처지인 바, 출구는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삼촌을 졸랐다. 그때, 사노라면, 돈이 없음으로 인해 인생이 이처럼 비참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난, 난생처음 깨달았다. 국민학교 3학년 짜리가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삼촌이 물놀이 가자 해서 그냥 수영복 하나 달랑 들고, 쭐레쭐레 따라온 것 밖에 없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그래도 나를 삼촌에게 딸려 보내시면서, 다들 함께들 먹으라고, 김밥이며, 과일이며 바리바리 싸 주셨지만,.... 이 판국에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장 주머니에 돈 몇 푼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만인이 보는 가운데, 바지를 벗게 생겼는데....


그래도 고마운 것은, 바지를 벗으려다 말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내 시위에 동참을 해 주는 윤구가 있었기에 나는 힘을 얻고, 좀 더 강도 높게 항의를 할 수가 있었다. ^ ° 그런데, 우리를 데려가신 분들이 누굽니까? 대한민국의 치안을 맡고 계신 그분들이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더라고요. 즉각 우회 작전을 펴시면서, 만만한, 내 조력자인 윤구를 먼저 공략하시는 것이다. 숙부님의 호통 한 마디에, 윤구는 그만,....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바지를 홀라당 벗고 말았다.


(아~! 이~ 배신자~!)하며 난, 분개해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린 사촌 동생의 그 달랑달랑 거리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녀 앞에서.... 집안 망신도 유분수지... 윤구의 벗음은, 나로 하여금, 마치 내가 벗은 것인 양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이제 남은 시위자는 나 하나만 남았다. 최 씨 문중의 사람들이 긍지심을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고집이다. "최 고집!" 나는 이 고집으로 몰고 나갔다. 더 이상 밀려 날 곳도 없고, 끝까지 버티면, 결국, 탈의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버텼다. 두 분은 그제사, 내가 왜 그리도 완강하게 버티는 지를 눈치채신 것 같다. 아름다운 미녀가 지켜보고 있어서 라는 것을 눈치챈 그분들은, 아주 재밌다는 식으로 더 짓궂게 나오시는 것이다. 내 마음을 틀켜버려, 더욱 비참해진, 나는, 정말 어디 당장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때, 숙부님이 하나의 타협안을 내어 놓으셨다. ^ ^ 자기네들이 몸으로 안 보이게 잘 가려 주겠다는 것이다. 인간 병풍을 만들어 줄 테니 얼른 입고 풀 장에 들어가자며 설득 적전으로 나오셨다. 나도 더 이상 버텨 봤자, 돈 쥐고 있는 양반들, (갑)이 돈을 안 풀으시겠다는데,... 할 수 없이 난 그 타협안에 동의해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을)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의 출구인 합의안이었다. 그리고 같이 놀러 간 팀의 화합을 위해서(팀 속에 있는 그녀도 있었으니까... ^ ^ 내가 백번 양보해서,... 도량 넓게 합의를 혀? ^ °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몸으로 병풍을 만들어 주신 가운데 들어가서, 마~악 바지를 벗으려는데,...

앗뿔싸~! 어린 나의 미숙한 판단이었다. 내가 그만 너무 서둘러 계약을 한 것이 그만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 둘이서 둘러서서(수영복 입은 맨다리로) 벽을 쳐본 들,... 얼짱 허당이었다. 더군다나, 그분들은 키가 큰 어른들이시고 그 사이에서 키가 작은 어린애가 바지를 벗는다고 보일 것이 안 보이겠는가?

순간, 나는 그 허당의 병풍 속에서, 고뇌에 찬, 마지막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남?) 지금 현 상황에서 다시 계약을 파기하고 물린다면?.... 내 인격은 (내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무엇이 되겠는가? 난 그리 무식하거나 무지막지한 사람이 아님도 또한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님, 어르신네들이 어린 나를 골려 먹는데도 바보처럼 내가 그냥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등 등을... 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랑에 눈이 멀면, 모든 판단 기준이 그 사람에게로 향 한다는 것을... ^ ^


암튼, 현 상황을 지속시킨다는 것도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눈물을 머금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벗어?....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안양의 풀장 이하는 것이 시냇물을 막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 하며, 그야말로, 휑한 길거리 수준이다. 그러니까, 난, 길 한 복판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빤스를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 자를 고민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어린, 나에겐, 실로 감당키 어려운 시간이었다.


어느새 갈아입은 윤구는 동반자요 공동 피해(남녀, 노소 평등 문제) 당사자 신분에서, 이제 구경꾼으로 변신하여 남들과 함께, 내 옷 벗는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참으로 얄밉다. 근데, 그보다도 더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내 사랑하는 그녀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킬 것인가? 내릴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하는 수 없이 드디어, 나는... 눈물을 머금고...,

행인들과 만인이 보는 앞에서.... 빤스를 내렸다....

나를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서....

허겁지겁 갈아입고, 나도 모르게, 내 눈이 순간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아주 재밌다는 식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었다.

"아~!" 하늘이 노란 것 같다. 아니 모르겠다. 하얀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된 것 같았다....


그 후로는, 그날 어떻게 보냈는지....

어떻게 집에 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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