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야하지 않은....
(참고로, 제목만 보시고, 혹시 어떤 걸 상상하거나 기대하시는 건 금물입니다)
예전엔, 설날이 다가오면, 한국에선 목욕탕도 가고 이발소에도 갔었다 오늘 한국의 어느 친구가 한국의 이발소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나의 이발소가 문득 떠 올랐다
미국에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치과 의사가 되어있는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왔으니, 영어가 통할 리 없었을 때였다 그래도 머리카락은 빨리 자라니 이발소는 가야겠는데, 영어는 안 되더라도, 나름 Hair Style만큼은 다른 아이들처럼, 유행을 따르고 싶어 했다 해서 굳이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이발소가 아니라, 미국인 이발소를 찾겠단다 왜냐면, 나이가 지긋하신 한국인 이발소 사장님은 어린아이들의 취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자기 식으로만 깎아버리는 고집이 있으셔서인지, 그 이발소는 굳이 안 가려하는 것이다
결국 자기 고집대로 자기 혼자 미국 이발소에 갔다 오더니만,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다 말이 전혀 안 통하는 것이었다 자기 나름대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 미국인 이발사는, 한국인 이발사보다도 더~ 자기 멋대로 그냥 깎아버리고 말았으니, 영어가 통하 길하나, 불평도 못하고,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이 아비의 마음은 아팠다. 정말로 초기 이민 가정의 비극이었다.
그래서 어떡하랴? 하는 수 없이, 이발기구를 사다가 말이 통하는 이 아비가 깎아 주어야지… 근데, 이 손님이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난생 첨으로 이발기구나 가위를 손에 잡았으니, 이발 수준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심한 우려였던 것이다. 그래도 이미 투자한 것이 있으니 본전은 뽑아야 할 것 아닌가? 해서, 어르고 달래서, 결국은 자식 머리통을 시험 삼아 깎아가며 실습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집에서 깎자 하니, 문제는 머리카락이 문제였다 내가 이발소 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발소야 전체가 온통 머리카락 천지라도 상관없는데, 집에서 잘라보니까 자른 머리카락이 온통 집안에 돌아다니는 것 아닌가? 그뿐 아니라, 아이건, 나건, 옷에 온통 머리카락이 묻는데, 나중에 빨아도 그 잔 머리카락 제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해서, 생각해 낸 것이, 손님을 빤스 바람에, 그리고 이 이발사도 빤스 바람에 이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머리카락 처리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그야말로, 진 풍경이지만, 우리 집 안이니까, 우리 식구들 이외에는 보는 사람들도 없으니, 우린 그렇게 이발을 했었다 차츰 나의 손 기술이 날로 날로 성장해서 익숙해 갈 무렵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단 하나뿐인 이 손님이 이젠 더 이상 나의 Service 받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아니? 왜? 머리 Style도 손님 원하는 대로 해 주건만? 손님은 내가 미국 아이들의 유행되는 머리 Style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이 손님이 영어를 좀 할 줄 알게 되어서, 자긴 미국 이발소로 가겠다는 것이다. 자칫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즈음, 우리 교회에서, 엄마들이 우리 아들 녀석을 보니까, 머리를 아주 잘 깎은 것이다. 왜냐면, 내 손기술은 한국 사람이 좋아할 Style로 깎았으니까.... 그래서 "어느 이발소에서 깎았냐?"라고 물었겠다. 우리 아빠가 깎아 주었다고 하니, 이 여자 성도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내 이발 기술을 칭찬하는 것이다. 그러던 끝에, 이런 제안까지 나오게 되었다.
“우리 머리도 좀 손 봐달라고 부탁해 볼까?”
우리 마누라님이 화들짝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Oh, No, No, NO…”
그녀들은 모른다.
혹시라도 나에게 이발받기를 원하시면 내가 공짜로는 해 드리겠지만…
내가 머리 깎기 위해선…
우리 이발소의 문화와 규칙이 있는데....
암튼, 그 후로 우리 이발소는 개점휴업 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