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미친 사나이 이야기
우리 교회 원로 목사님은 나를 보고, "최 장로"라고도 부르지만, 때론 농담조로 "최 PD"라고도 부르신다. � 내가 한 때, 뮤지컬에 푹 빠졌었기 때문이었다. �
뮤지컬을 한 번 무대에 올리려면, 기획부터 시작해서, 대본을 쓰고, 음악도 준비해서, 그리곤, 배우를 선정하고, 연습을 시키고, 무대와, Back Screen도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기까지 몇 년씩 걸린다.
평균, 일 년에 한 편씩 올린다 하면, 준비하는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개의 뮤지컬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실정! �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꼭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의상과 소품.…
의상은 인터넷과, 영화 등에서 영감을 얻고, 또 주위에 의상을 제작해 주는 성도나 아님 우리 가게에서 테일러들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안 되고…
또 한복(심청전, 춘향전, 흥부- 놀부전...)은, 어머님이 여기 계실 때, 손수 다 만들어 주셨고...
문제는 소품. 물론 소품을 담당하는 분도 계시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좀 더 뮤지컬에 미친, 내가 � 찾아다녀야... 마치 개가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듯, 어딜 가나, 그 소품이 마음에 걸려, 늘 보는 것마다, 소품 위주로만 보기 마련이다. �
한 번은 교회에서 어느 수양회에 갔는데, 그곳에 마침 작은 동물원에 공작새가 있었다. 남들은 그냥 새를 보지만, 내 눈에는 그 새의 깃 털이 (- 춘양전 할 때, 변 사또의 모자를 완성하는데 안성맞춤, � ) 그래서 기어이 깃 털 몇 개를 손에 쥐고는...� 수양회를 통해 은혜받은 것 보담, 몇 배의 기쁨이… �
그렇게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은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데....
성경의 구약, 신약에서 나오는 것을 올리려면, 그 소품들은 돈 주고 사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모세와 요셉 이야기에서, 나오는 바로 왕과 신하들의 금 치장, 구리 뱀. 구약의 이스라엘 왕의 왕관... 등을 구하러, 파티 용품이나, 어린이 용 장난감 가게도 시간 나는 대로 들락거렸다. �
마침, Toy R Us에서 고무로 만든, 징그러운, 구렁이를 구 할 수 있었다. 신나서 집어 들고는, 카운터로 가져갔더니만, 카운터의 아가씨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이그, 이 걸 뭐하러...?" �
내가 누굴 골탕 먹이려 사가는 줄로 알고.... �
뱀을 사가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그 카운터 아가씨에게 어쩔 수 없이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Musical에서, 모세가 장대에 달아 올릴 놋 뱀이라"라고 했더니, 이 아가씨, 성경을 아는지, 유태인인지, 금방 태도가 돌변하며 반색을...^ ^ �
핼러윈 데이 같은 때에는, (어떤 물건은 일 년 내내 진열되지 않기 때문) 그때 나오는 계절상품 중에서도 하나 건진 것은, 마귀할멈이 쓰는 모자였다. 그 모자 위의 뾰족한 원추 모양의 중간을 잘라서, 그 천으로 위를 막으니, 영락없는, 양반의 갓을 쉽게 만들 수가 있었다. 그렇게, 심청전의 심 봉사와, 그 친구들인, 봉사들의 갓으로 만들어 써먹었다. 또 어떤 마귀할멈 모자는, 거미줄 무늬가 있는 모자가 있어서, 이는 춘양전에서, 이몽룡이가 과거 급제 후, 거지 행색으로 내려갈 때, 써먹었더니, 아주 제격이었다. �
구약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때, 가장 고심한 것이, 천사를 어떻게 분장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어떤 때는 모습을 안 나타내고, 음향으로 만도 해 보았는데, 별로 맘에 썩 안 들었다� 그럼 고심을 안고 해외여행을 해도, 내 눈은 계속 소품 찾기에만 골몰했다.�
그러다가, 이태리 베니스에 가서는 드디어 하나를 찾았는데... � 그곳에는 가면이 많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가면들이.... 그중에서 드디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흰 옷을 입히고, 가면을 씌우고, 모든 불은 다 끄고 그 천사에게만 써치 라이트를 쏘니, 아주 흡족할만한 장면을 연출할 수가 있었다. �
또 하나, 오랫동안, 해결이 안 된 소품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신약의 이야기에서는 예수님이 등장해야 하는데, 예수님이 등장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로마 병정.
로마 병정의 옷은, 비닐이나 가죽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신발은, 여름용 샌들을 신기우면 되는데,.... 문제는 로마 병정의 투구! �
Toy R Us. 같은 상점에서 파는 것도 있었지만, 모두 아이들 용품, 그러다 보니, 어른들 머리에 맞지가 않았다. � 그 고심을 안고, 몇 년을 보내다, 드디어 이태리 여행을 하는 중에도, 내 눈은 내내, 그 투구를 찾았다. �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
로마의 콜로세움에 가니, 그곳에서는 팔고 있었다. 종류도 세 가지 종류나 그리고 칼도 있었다. 근데, 칼쯤이야, 만들기 쉬우니까, 별 문제 아니고, 그렇게 사고 싶었던 투구를 막상 사려고 하니... 값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비쌌다. � 근데, 값이 고하 간에,... 문제는 이 걸 사면, (그것도 무대에 올리려면, 적어도 몇 개는 사 가야지, 로마 병정을 한 명만 세울 수도 없고...�) 그 투구 여러 개를 앞으로의 여행 일정도 남아 있는데...
그 큰 부피의 물건을 내내 갖고 다니자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
통탄스러웠지만, 만지작만 하면서 결국은 못 사고 말았다. � 뉴욕에 돌아와서, 궁리해도 별도리가 없던 중,... 궁하면, 통한다더니만... �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릇을 보다가, 불현듯, 이런 그릇이나, 바가지를 가지고 내가 만들어서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에 다른 것들을 본드로 붙이면, 될 것 같았다. � 해서 밥 먹다 말고, 난, 집에 있는 그릇 하며, 바가지마다 죄다 다 써 보았는데, 하나도 내 머리에 맞는 것이 없었다. �
발동이 걸린 김에, Mall에 가서, 그릇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그릇마다 죄 써 보았다. � 종업원이 이상하게 생각하든 말든, 모두 써 보았다.
그런데, 맞는 것이 있을 법도 한데, 약간 작거나, 약간 커서, 모자용으로는 하나도 써먹을 수가 없었다. �
이왕 나선 김에, 미국, 슈퍼 마켓 하며, 나중에는 한국 마켓이라는 마켓은 죄다 뒤져도...
내 머리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 마지막으로, 퀸즈에 있는 Home Plus에 까지 갔다. 여기마저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은 이제는 포기를 해야 한다. � 그릇이 진열되어 있는 진열대로 가서, 그릇마다 모두 써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 하나가 정말로 기적같이 내 머리에 딱~ 맞는 것을 하나 찾았다. 할렐루야!... �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작지만, 분명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돌아보니, 엄마와 딸처럼 보이는 그들은 내가 무서운 듯 서로를 끌어안으며, 나를 피하려는 듯하면서 나오는 소리가...
"엄마! 저 사람 미쳤나 봐!" � 그 모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결국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분명했겠다. � 근데, 나는 눈만 껌벅거리며, 나를 무서워하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왜냐면, 그들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머리가 허연 한 늙은이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더니만, 다짜고짜, 온갖 그릇들과 바가지를 한 번씩 자기 머리에 죄 써 보더니, 결국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는, 아주 기뻐하며,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를 흘렸겠다. � 눈은 뭔가에 집착하는 듯, 광채가 번뜩였을 터이니... 남들이 분명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했겠다. �
그 와중에도, 내 눈에, 건너편 진열대의 한 물건이, 내가 오랫동안 찾았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금홀"이었다. 금홀!, 에스더 왕비가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각오로 페르시아 왕 앞으로 나아갈 때, 살려준, 그 금홀!
그러니까, "뮤지컬 , 에스더"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소품이다. � 남의 눈에는 단지, 커튼 걸이, 쇠 막대기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듯, 번쩍번쩍 빛나는 금으로 만든 것 같은, 아주 훌륭한, 금홀로 보였다. � 당시 뮤지컬, 에스더"는 기획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는 기약이 없었다. 하지만, 소품 욕심이 충만한 나는 좋은 것을 보았을 때는, 지체 없이 얼른 사 두고 싶었다. 하지만, 마누라 얼굴이 떠 올랐다. � 이런, 나를 보면, 또 "미쳤다!"라고 할 것 같은데... � 에잇, 모르겠다. 지금 사되, 마누라 몰래 숨겨두면 되지 뭐.....�
암튼, Home Plus에서, 그 두 모녀가 뭐라 하든, 괘념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옛 이솝 우화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끌고 가는데,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망했다는데,... ) 그러므로, 나는 누가 뭐라 하든 괘념치 말고 나의 길을 가야 한다. � 그래야, 막이 올릴 수 있으니까.... �
그런데 이렇게, 바가지만으로는 투구의 완성이 되질 않는다. 허겁지겁, 이번에는 청소용품이 있는 진열대로 갔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로마 병정의 투구에는 위에 빨간 깃털을 달아야 하는데.... 나는 빗자루를 찾았다. 여러 빗자루 가운데, 하나가 마침, 약간은 둥글게 된 것이 있었다. 그것, 두 개를, 잘라서 더 각이 지게 붙여서, 바가지에 본드로 단단히 붙이면 될 것 같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솔, 브러시는 세 가지 색깔로 되어 있었지만, 내가 그 위에 모두 빨간색 Spray Paint로 덧 입히면 될 것이다. 바가지에는 구리 색 Paint를 칠하고....�
그렇게 애써서 만든 그 투구를 드디어 써먹을 뮤지컬을 올릴 될 때가 되었다. 로마 병정 역을 맡은 성도들은 (비록 바가지에 빗자루를 매달은, � ) 그 멋있는 로마 병정의 투구를 쓰고 연극 연습을 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내어 줄 수가 없었다. � 아까워서... 어떻게 장만한 투구인데,.... � 혹시 생길지도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서, 함부로 내어 줄 수가 없었다. 리허설과, 뮤지컬 공연을 할 때야 어쩔 수 없이 빌려주었지만, � 그리곤, 연극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얼른 집으로 가져다가 모셔 놓았다.(다른 소품들은 모두 교회에 놔두었지만....) �
연극이 끝나고, 우리 교회 교인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한번 들려주었더니만, 한 집사가 대뜸, "장로님, 그럴 줄 알았더라면, 내 헬멧을 드릴 것 그랬네요." "헬멧?" � "무슨 헬멧?"
소품과 무대를 만들어 주는, 그 집사님은 건축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안전모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안전모 헬멧이 꼭 로마 병정 투구와 많이도 닮았다. (온 세상을 찾아 헤매다 오니, 파랑새는 집에 있다더니만....) �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열성을 다 하면, 성취될 수가 있다는 말이겠지만, 혼자만 미쳐서, 열정을 갖고 덤비는, 독불장군보다는, 협력하여 함께 동역하며, 일을 풀어 가는 것이 또한 하나님의 방법이고 원하시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공동체라는 말을 사용하는가 보다. 가정 공동체, 신앙 공동체...
연출자이던, 배우이던, 연극이 끝나고 막이 내리면, 허전하고, 허탈감에 빠진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왜냐면, 한 연극이 끝나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다음의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인생의 연극 무대에서, 내가 무슨 역을 맡아서 하든, 미친 듯, 몰두하면서, 열심히 하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그런데, 이제 문제는, 시간이다. 나의 시간대도 벌써, 막이 내려 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또래들은 벌써 은퇴들을 많이 했다. 나도 몇 년 전에는 Social Security 사무실을 찾았다. 미국에 와서 찾아가 보고는 실로 몇십 년 만에 처음 가본 것 같다. 나도 이제 은퇴의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하고 나면, 허전하고 허탈 감에 빠질까?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 하니, 우리 목사님이 제일 좋아하신다. � 100% 헌신할 동역자가 생겼다면서... 그것도 공짜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암튼, 인생의 막이 내려간다 하더래도 또 다른 무대, 하나님의 나라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에 대한 꿈과, 기획과 그리고 실행을 하노라면, 허탈 감을 찾을 시간도 없지 않을까? �
그러고 보니, "미쳐야, 미칠 수 있다!"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예수에 미쳐야, 천국에 미칠 수 있으니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