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럴까요? ㅎㅎ
(1) 우산의 임자는?
가게의 카운터 앞에 손님이 잠시 앉을 수 있도록 긴 의자가 놓여있는데, 그 의자에 작은 우산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누가 들고 다녔던 우산을 잠시 놓아두었다가, 그만 깜빡 놔두고 간 모양이다. 손님이 다시 돌아와서, 우산을 보고는, '아~! 내가 놓고 갔던 그 우산이 여기 있네요. 그동안 보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기대하며, 계속 그 자리에 그냥 놔두었다.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았던, 집사람도 정신이 없어서, 손님이 누군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단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도록 놔두었건만, 아무도 자기 우산이라며 나서지를 않는다. 비가 자주 오는 뉴욕에서, 비는 오고 개고, 시간이 흘렀는데... 오가는 많은 손님 중에, 한 손님이 드디어 그 우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결국에는 우산 주인이 나타난 모양이다. 그런데...
자기가 오가며 보니, 아무도 그 우산을 안 찾아가는 것 같은데, 자기도 어디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우산을 하나 잃어버렸단다. (여기 정신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러면서. '그 우산을 자기에게 줄 수 없겠냐?'라고 하는 것이다. 잃어버리고는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나, 어디 가서 잃어버리고 남의 우산을 대신 달라는 사람이나 도진개진이다. 솔직하게 얘기해 주어서 고맙기는 한데, 그렇다고 남의 물건을 주인 허락도 없이 다른 이에게 줄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우산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나도 우산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얼마 전, 그날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산을 쓰다 말다 하며 가게를 들락거렸는데, 이제는 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혹시 모르니, 우산을 차에 갖고 다니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런데… '엇?' 우산이 안 보인다. 차에도 없고 가게 안에도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우산을 내려놓은 장소는 가게 문 앞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문 앞에 잠깐 내려놓았었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없어졌다. 그럼 이건 뻔하다. 요즘 들어 부쩍 홈레스들이 가게 안을 기웃거려보다 아무도 없으면 들어와서 이것저것을 집어 간다. 그래서, CCTV도 설치했고 차임벨도 달아놓았다. 그런데 우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늘 가게 안에 있는 집사람은 누가 물건 집어 가는 줄도 모르고 도대체 뭐 하고 있었단 말인고? 씩씩거리며 CCTV를 돌렸다. 드디어, 범인이 모니터에 잡힌다.
한 남자가 천연덕스럽게 문 앞에 놓여있는 우산을 집어 들고는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잡혔다. 그건 바로 나였다. 근데, 내가 그 우산을 내려놓은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집어 들고나간 기억은 전혀 없는데? 아마 내가 습관적으로 그 우산을 집어 들은 모양이다. 그럼 그 우산은 어디에 있을꼬? 차 안에도 없더구먼.... 다시 샅샅이 찾아보니, 그 우산은 바로 운전석 뒤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잘 안 보였던 모양이다. 나만 그럴까? 사실은 많은 손님이 공통으로 하는 실수가 있다.
미국 사람들은 원래 수다스럽다. 세탁물을 찾으러 와서는, 돈을 지불하면서부터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수다를 한참 떤 후, 그리곤 나간다. 한참 지나서, 다시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수다 떠느라, 정작 세탁물은 안 가져간 것이다.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조금 전에 들렸던 중년 백인 여자 손님 하나가 얼굴이 하얗게 떠가지고는 다급하게 들어오며, '혹시, 자기가 핸드백을 놓고 가지는 않았느냐?'라고 묻는다. 아니, 여자들은 남자와는 달리 어디를 가나, 항상 핸드백 하나만은 꼭 끼고 사는 종족 아닌가? 그런데 그 핸드백을 도대체 어디다 놓고는...
그 여자 손님은 얼마나 황망해서 그러는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카운터 안쪽까지 들어와서 기웃거려 본다. 우리가 혹시 숨기기야 했겠는가만은 그래도 자기처럼 정신없어 보이는? 주인이 미덥지 않아서 확인차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없는 핸드백이 나올 리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래도 양반이다. 사실은 더 큰 것을 잃어버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2) 기억 상실
(그런데, 사실은 더 큰 것도 잃어버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차를 타고 갈 일이 생겨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 차가 주로 주차되어 있을 곳에 '어? 내 차가 안 보인다?' 주차장 직원도 갖고 있는 내 차의 다른 열쇠로 아마 잠시 옮겨놓은 모양이다. 내가 짐작되는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내 차가 안 보인다. 내가 갖고 있는 열쇠의 알람으로 눌러보았다. '삐! 삐!' 소리가 나야 할 텐데, 전혀 소리도 안 들린다. '이 사람들이... 어디 또 멀리 구석 쟁이에다 주차한 거 아녀?' 조금은 화도 나고 해서 따지려고 주차장 직원을 불렀다. '도대체 내 차를 어디다 주차한 겨?'라고 하려고 불러 세웠는데, 그 주차장 직원의 얼굴을 딱~ 보는 순간...
생각이 났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여는데, 바로 가게 앞에 빈자리가 생겼다. 맨해튼이 어떤 곳인데,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냉큼 주차했겠다. 그리곤 까맣게 잊어버리고, 몇 시간 뒤, 차를 타러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 생각 없이, 쭐레쭐레 주차장까지 걸어와서는 차를 찾았으니 있을 턱이 없다. 주차장 직원이 내게 다가와 반문한다. '왜 불렀냐?'라고... 난 먼저 만면에 미소부터 띠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양반이다. 돈이 관련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조금 있으면, 냉큼 차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요일별 길거리 주차란 것이, 청소차가 청소하며 지나갈 때 비켜주기 위한 것인데, 만일 안 비켜주었다가는?, 정부로부터 벌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그날도 차를 끌고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에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얼른 주차했겠다. 그리고는 바쁜 일이 생겨서 다른데 신경을 쓰느라 그만 깜빡했다. '얼레!' 아니 벌써 차를 움직여야 할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원래 양반은 점잖게 걸어야 하거늘, 특히나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그렇게 종종거리며 뛰어다니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한가하게 걸어 다닐 상황이 아니다.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해서, 평소에도 안 하던 조깅을 다 했다. 헉, 헉~ 뛰어갔는데... '엇?'
내 차 유리창에 정확하게 주황색 벌금 티켓이 꽂혀있다. 겨우 5 분 정도밖에 안 지났건만... '아니 그 공무원은 내 차만 노리고 시간 되기를 기다렸던 거 아녀? 그렇지 않고서야...' 공무원이 엄청 부지런한 것이 정말 원망스럽다. 또 65불이 날아가게 생겼다. 그래도 요즘은 전에 비해 벌금이 반값으로 내려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도 속은 쓰리다. 사실, 문제는 내가 꼼지락거리기 싫어해서였다. 주차장에 들어가더라도, 월정액을 내고 주차하는 것이니, 더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주차하고 걸어서 돌아오는, 고것이 귀찮아서 아무 데고 장소만 있으면, 중간에 얼른 주차해 버린 내가 원망스럽지만, 이미 끝난 얘기이다. 까짓, 집사람한테, 잔소리 한 번 더 들으면 된다. 근데, 사실은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우리 부부가 공통으로 저지르는 일이 자주 발생하니, 그것은 셀폰을 어디다 놓고는 잊어버린 것이다. 분명 아까 어디다 잘 두느라고 두었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도대체 눈에 안 보인다. 그러면, 집사람, 또는 내 셀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그래서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전화벨 소리가 전혀 안 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집이나, 아니면 가게에 아예 두고 온 경우이다. 그날 하루는 셀폰 없이 지내야 한다. 또 요즘 들어 점점 더 자주 발생하는 일은...
꼭 무엇을 가져와야 할 일이 생겨서, 이층으로 올라가거나, 지하실로 내려갈 경우, 당도는 했는데, 내가 왜 올라왔는지, 아님 왜 내려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이다. 그러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보면 생각이 난다. 이런 일은 돌이킬 수나 있지,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생긴다.
주말에 푹 쉬고, 월요일에 가게 문을 열었는데, 집사람이 고백?을 한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샌다는 것이다. 덜 잠근 채 그냥 토요일에 퇴근해버린 것이다. 수도꼭지를 잠그면서 보니, 찬물도 아니고, '아니 뜨거운 물 아녀!' 집사람이 점심을 먹은 그릇을 설거지한답시고 뜨거운 물을 쓴 모양이다. '날도 더운데, 굳이 더운물을 꼭 써야 혀?'라고 잔소리하고 싶은 것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건물주는 뜨거운 물값은, 찬물에 비해서 엄청 비싸게 청구한다. 바로 얼마 전, 물 좀 아껴 써서라도 나가는 돈을 줄여보자고 부부가 합심하여 다짐한 지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근데, 이건 약과였다. 그다음 날,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엇'
가게 안이 뭔가 수상쩍다. 나보다 일찍 누가 벌써 가게 안에 들어와 있나? 더워야 할 가게 안이 시원하다? 게다가, 소리까지 들린다? 아침인데도 에어컨이 싱싱 돌아가는 것 아닌가? 예전에는 가게에서 기계를 돌렸을 때는 뜨거운 스팀을 사용해야 하는지라, 에어컨이 전혀 소용이 없어서 에어컨을 사용할 꿈도 못 꾸었지만, 불황 덕분에?, 직원들 거의 다 내보내고 이제는 기계도 안 돌리고, 스팀도 사용 안 하며, 에어컨 속에서 지내는 것이 복에 겨워서 그랬을까? 어제 퇴근할 때, 분명히 에어컨을 껐는지 집사람에게 물어보았었다. 자기가 분명히 껐다고 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군기가 많이 빠졌다. 잔소리를 안 하자니, 기강이 더 해이해질 것 같고, 해본들 본전도 못 찾을 것 같고... 그래도 잔소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가 결국은 큰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3) 끝없는 사건, 사고
(그러다가 결국은 큰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어느 날 집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집사람의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얘, 너 지금 어디쯤 오고 있니? 다른 애들은 다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공항이란다. '헐!' 우리는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무슨 Situation인고 하면…
집사람이 전과 다르게, 안 하던 행동? 했다. 예전에는 해외여행 갈 경우에는, 당연히 낭군님을 모시고 다녀 버릇했댔는데,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니, 다른 집에선, 곰국을 끓여놓았다 하면? 그건 바로, Wife가 친구들이랑 어디 멀리 여행 갈 징조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집사람은 나를 두고 자기 혼자만 돌아다닐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서 그랬을까? 우리 집도 드디어 감염된 모양이다. 암튼 남들처럼 곰국을 끓여놓고, 친구들이랑 어디 멀리 관광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내일... 그런데?
그 여행 떠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회장님께서 중간에 일정을 바꾸어서 하루를 당겼단다. 왜? 우린 걸 몰랐는데? 그 바뀐 일정을 카톡에 올렸단다. 카톡에? 근데...
우리 언니는 강남 스타일이 아니다. 세상과 멀리하라는 말씀에 따라, 그 나이에 아직도 선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오늘도 온종일 성경과 성경 공부에만 매진하시는 그런 분이신지라, 세상, 특히 카톡 보기를 돌 같이 여기시는 그런 분이다. 이번 여행도 아마 자기 딴엔, 성지 순례의 일환으로 가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번 일은 정말로 예삿일이 아니다. 회장 언니가 회원들이 공지사항을 전원 숙지하고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 보았어야 했는데, 그쪽 언니도 아마 깜빡하신 모양이다. 근데 사태는 지금 누구의 잘, 잘못의 시비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급박하다.
긴급 상황인지라, 그동안 50년 가까이 서울과 뉴욕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갈고닦은 운전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씽씽 차를 냅다 몰았다. 사고나 경찰한테 안 걸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도, 상황은 너무나도 급하다. 집에 가자마자 짐(거의 준비는 되어 있지만)을 후다닥 싸서는, 공항으로 즉시 향했으나, 야속하게도 비행기는 그녀를 기다려 주지 않고 이미 '휑~'하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끝낼 수만도 없는 것이, 이미 여행사에 돈은 다 지불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담하며 포기할 수만도 없어서,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 머리를 짜내서 차선책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다른 비행기 편으로, 날아갔다. 지중해에서 크루즈를 타는 여행이었으니, 첫 출항지에는 늦었지만, 그다음의 기항지로 날아간 것이다. 그래도 암튼 그 후로는 집에 곰국 끓여놓고 혼자 멀리 떠나는 일은 일단 없게 되었으니 그런 일도 가끔은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나도 함께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한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런데 따라갔다간, 큰일 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생 직사 하게 한단다. 혼자 짐꾼 노릇 다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누구 짐은 들어주고, 또 누구 짐은 안 들어줄 수 없다. 모두 다 짐꾼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런데 따라갔다간, 혼쭐이 난단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나, 조그만 실수로 누구는 크게 상해를 입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겨우내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금전수 하며, 군자란, 그리고 여럿 관엽 식물인 화초들이 불쌍해 보였다. 얼마나 답답할까? 그러다 드디어 날이 풀리면서, 따스한 햇볕이 반가운 그런 봄날이 되었다. 해서 '니들도 기지개 한번 피워보렴' 하며 밖에 내놓아 주었다. 맨해튼에 나가 있으면서도, 혹시라도 온도가 내려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햇빛은 계속 찬란하게 비춰주어서,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집에 돌아가 밤에는 다시 온도가 내려갈 터이니, 집안으로 들여놓으려는데, (아이고 머니나!)
얘네들이 피부에 온통 화상을 입은 것 아닌가? 나는 단지 선의로 집안에서만 지내지 말고 식물이란 자고로 햇빛을 쏘여야 탄화수소 작용으로 건강해지고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라고 국민학교 때 배웠었다. 근데, 이게 뭔 일이람?
그 후로 게네들은 거의 죽어가다시피 되면서 파랗던 잎들은 누렇게 되고 말았으니, 아픈 마음으로 게네들을 일일이 가위질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예전의 그 싱싱하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사람이란 것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때론 망각이 편리할 수도 있다지만, 그 망각이라는 것 때문에 한 번이면 됐지, 또다시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지라...
밖에 비가 온다. 비가 오면? 좋은 점이 있다. 내가 집에 가서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앞마당과 뒷마당 텃밭에 꽃나무며, 잔디며, 채소에 물을 안 주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는 식물들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잠깐, 가만 생각해보니 집안의 화초도 내가 수돗물만 먹일 게 아니라, 비를 맞게 하면 얼마나 좋으랴. Good Idea 아닌가. 근데, 또다시 햇빛을 쏘이면 안 되니까, 일기예보를 들여다보았다. 종일 비가 온단다. 그럼 되는 것 아닌가. 안심하고 밖에 내놓고 비를 흠뻑 맞게 했다. 그런데...
믿지 말아야 할 것 중에는 일기예보가 있는 것을 내가 또 망각했다. 분명히 온종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래서 맘 놓고, 맨해튼으로 출근해서 보니, (어럽쇼!)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만, 게다가 햇빛까지 비추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맨해튼의 Business까지 접고 집으로 득달같이 달려가기도 좀 그렇다. 정상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보니... (엇!) (얘들아 내가 미안하다. 일기예보를 믿었던 것이 그만...) 게네들은 또다시 화상을 된통 입는 것을 미안한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화상 정도도 사실은 괜찮다. 생사가 갈리는 일까지도 생기니...
텃밭 농사를 하다 보면, 작물을 하루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누구보다도 일찍 싹을 틔워서 파종을 빨리하면 된다. 내가 키우는 채소를 하루라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어느 때가 적기인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리고 또다시 일기예보를 믿고 밖에 내놓았더니만...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엇!) 뜻밖에도 일기예보에도 없던, 눈이 밤새 살짝 내린 것 아닌가? 겨우내 애써 파종하고 애지중지 키워온 모종들이 아주 전멸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씨앗을 뿌리고, 되려 여느 해보다도 늦게 잎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었다.
요즘은 집마다 초기 로봇? 도우미? 인, '알렉사'가 하나씩은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 나온 동그란 '알렉사'에 비해 나중에 나온 '알렉사'는, 작은 노트북처럼 화면을 갖고 있어서, 잠을 자려고 불을 끄더라도, 늘 켜져 있는 환한 화면 때문에 숙면에 방해가 될까 봐 염려스러워, 나는 그 '알렉사' 앞면을 수건으로 덮어놓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불을 끄는 순간, '알렉사'도 화면이 그만큼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인간들이 실수투성이지, 앞으로 우리랑 같이 살아가게 될 로봇들은 똑똑하고 정확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엔, 내가 헷갈려서, 미국 사람 이름 중에 그 흔한 이름인, '알렉스!' '알렉스!'라고 아무리 불러도, 걔는 꼼짝도 하지 않고, 전혀 요동을 안 하는 것이다. 여성을 남자 이름으로 불렀으니, 삐져서 대꾸도 안 했다. 아무리 로봇이 완벽해도,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움직이는 한, 실수는 끝이 없을 것이다. 나만 그럴까요? ㅎ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