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자동화 시대에서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늘은 조금 더 거대한 담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페이스북 광고 상품의 최근 1-2년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가 보입니다. 어떤 변화들이 감지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들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내용은 제 개인적인 생각과 예측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글임을 감안하시고, 재미삼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광고 상품들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으므로, 이 글은 2023년 6월 1일 기준으로 쓰인 글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페이스북 광고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세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기획, 운영, 소재입니다. 어떤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가,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패키지해서 어떤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가, 어떤 핵심 가치제안을 제공할 것인가. 이와 같은 기획적인 요소들은 모든 광고의 출발점이고 페이스북 광고에서도 당연히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운영은 어떤 조건으로 광고들을 세팅하고, 상황에 맞추어 어떤 변수들을 조정하여 어떻게 캠페인을 관리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소재는 얼마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심미적으로 보기 좋으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이미지/동영상과 캡션들을 설정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맞아 떨어지면,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광고 상품의 변화를 보면 하나의 큰 트렌드가 있습니다. 메타는 광고에 있어 사람이 세팅하는 변수들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드밴티지 플러스 캠페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광고 상품은 사람이 수동으로 설정하는 주요 요소들, 예를 들어 타겟이나 게재면 같은 것들을 완전히 풀고, 페이스북 광고 시스템에 위임하는 형태입니다. 페이스북 광고 시스템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광고 상품이며, 동시에 여러 변수들을 아예 제거해 버림으로써 번거로운 세팅 과정을 없애 버렸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의 캠페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수동’ 캠페인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어드밴티지 플러스’ vs. ‘수동’. 뉘앙스가 느껴지시나요? 후자는 기존에 하던 방식일 뿐인데, 무엇인가 아주 번거롭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명명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어드밴티지 플러스 캠페인은 앱 홍보, 판매 목적의 캠페인에 지원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트래픽 목적의 캠페인을 설정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뜹니다. ‘우리가 알아서 해줄테니 걱정 마시고, 굳이 굳이 직접 하시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로 들리는듯 합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특정 목표들에서 관심사, 행동 등으로 상세 타겟팅을 설정하면 아래와 같이 타겟팅 확장 옵션이 뜹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내가 타겟팅 옵션을 정성껏 선택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드밴티지 상세 타겟팅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효율이 안 좋다고 판단하면, 페이스북은 내 설정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줄 것입니다. 내 설정은 의미가 아예 없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상기한 기능들은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도입된 것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이와 같은 변화들을 도입하고 있는 것일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실제로 이와 같은 기능들을 도입하면 일반적으로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해서 진행하는 기능들이기에, 효율에 적합하지 않게 세팅하는 경우의 수가 아예 없습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효율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효율이 나오면 이와 같은 기능들을 푸시하지 않겠지만, 효율이 전반적으로 더 좋기에 이와 같은 기능들을 적극 출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페이스북 광고의 사용을 더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세팅 변수가 적다는 것은 세팅에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관리 소요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꺼림칙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관리 소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줄어든다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변화를 반길 것입니다. 이론상으로 효율도 더 좋은데 사용은 더 쉬워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를 할 것이고 이는 매출 증대로 직결됩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기능들은 점점 많아지고 점점 더 확장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와 같은 기능들을 사용하는 케이스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운영을 통해 광고 효율을 높일 여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세팅 변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운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면, 페달을 밟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스티어링 휠을 꺾는 횟수가 줄어들 것입니다. 페이스북 광고에서 정확히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페이스북 광고에 대해 운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좋은 일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광고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자율주행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빨라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속도를 통제하는 것은 운전자입니다. 자율주행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속도를 통제하는 것은 시스템입니다. 운전자는 시스템이 시속 200km, 300km로 급발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타야 합니다.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할 것이라고 신뢰하고 타야 합니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블랙박스이니까요.
페이스북 광고에서는 마치 시속 200km, 300km로 달리는 것 같은 상황이 안 그래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변화무쌍한 시스템에서 사람의 통제권을 줄여나간다? 안 그래도 페이스북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블랙박스에 가까운데, 이중 삼중의 블랙박스가 되는 것입니다. 효율 증대와 노력의 감소라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에는 없었던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변화들은 페이스북만 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구글도 최근 퍼포먼스 맥스 캠페인이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이것은 구글의 어드밴티지 플러스 캠페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지털 마케팅 업계의 1, 2위가 비슷한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할까요? 네, 비슷한 기능들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체가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마케팅 전반에 있어 운영이라는 것은 사람의 노력은 줄여주지만, 점점 더 블랙박스에 빠지는 방향성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금까지 운영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소재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메타가 생성 AI를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당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메타에게는 생성 AI를 적극 도입해야 할 이유도 넘쳐나고 도입할 수 있는 여력도 넘쳐나기에 소재 제작에 있어 생성 AI 도입은 정해진 수순이고 시간 문제입니다. 지금도 페이스북 광고를 세팅할때 자동 개선이라는 것들을 제안해 줍니다. 이미지 밝기를 개선해 준다던지, 다른 텍스트 형태를 보여준다던지 등등이죠. 이와 같은 단순하고 불완전한 개선을 넘어 아예 이미지 생성과 캡션 생성 자체를 메타가 자체 개발한 생성 AI가 해줄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메타가 직접 개발한 생성 AI의 도입은 아직이지만,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생성 AI 도구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이미지와 캡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포토샵 등의 도구를 통해 몇 시간 동안 만들거나 모델을 동원해서 사진을 찍어야 했던 것이 정말 몇 초만에 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기에 사용성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생성 AI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디자인 템플릿들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와 같은 탬플릿을 사용할 경우 디자인 경험이 별로 없어도 그럴듯한 이미지들을 순식간에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개개인의 운영 능력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소재 제작 능력의 중요성도 점점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운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과 마찬가지로, 소재들도 100% 생성 AI가 제작해주는 날이 오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자인 경력이 없어도 생성 AI나 외부 템플릿을 통해 그럴듯한 소재를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소재 제작 능력은 이전 대비 그 중요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여전히 중요한 능력이겠지만, 상대적으로 봤을 때는 이와 같은 변화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당면한 변화들 속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게 될까요? 기획력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세팅 자동화와 생성 AI는 수단일 뿐이고, 결국은 기획에서 출발합니다. 챗GPT에게 글을 써달라고 해도 좋은 글을 뽑으려면 기획이 있어야 합니다. 광고는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도 AI가 대신해 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준 높은 작문과 이미지 생성도 AI가 해주는 것을 볼 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기획은 여전히 인간의 역량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 인사이트, 인생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들, 인간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 인간 감정에 대한 공감, 이것들은 인간이 가진 기질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기획의 가치는 더더욱 커질 것이고, 주요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운영 소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더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해당 매체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한 깊은 기술적인 이해가 더 중요해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운영은 이중 삼중의 블랙박스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왜 그러는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해집니다. 이전에는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이런 저런 세팅 요소들을 건드려서 대응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세팅 요소를 통한 대응과 개입 여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이해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야만 상황 파악과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와 같은 이해는 더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와 대행사의 전통적인 강점은 운영과 소재 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운영과 소재 제작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객사에 대해 설명하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기술적인 이해가 풍부하지 않더라도 운영과 소재 제작을 통해 대응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블랙박스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 역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이 강화되면, 운전자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 단순히 시스템과 고객사 사이의 기능적인 중간자 역할로는 차별화가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이 글은 AI가 아닌 제가 직접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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