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체와 현실성에 대하여
오늘은 메타 광고를 통한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들에서 트래픽 목표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이것들 외에도 트래픽 목표 사용을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논리가 있는데, 바로 ‘브랜딩 효과 달성을 위해 트래픽 목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라는 논리입니다. 브랜딩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인지도, 참여, 트래픽 등등의 목표로 일단 진행을 해놓고, 그 다음 전환 목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식, 혹은 브랜딩 효과를 위해 해당 목표들을 전환 목표와 병행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좋은 브랜드를 갖추는 것은 비즈니스 입장에서 필수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성공적인 브랜딩을 통해 차별화를 달성한 기업들의 사례들이 컨텐츠화되어 유통되고는 합니다. 브랜드는 비즈니스를 영위함에 있어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구축에 대한 니즈가 확실한 상태에서, 메타 광고를 통해 비교적 소액으로 브랜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달콤한 유혹입니다. 전통적인 브랜딩 광고 채널들은 영세한 신규 업체 입장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반면 메타 광고를 통해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으니 못 할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통적인 브랜딩 광고 채널을 사용하는 비용의 수십분의 일, 수백분의 일의 가격으로 진행해볼 수 있으니 훨씬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트래픽 목표로 200만원 정도 태울 수 있잖아요. 브랜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요. 브랜딩이 주는 가치에 비하면 이건 정말 저렴한 투자 아닌가요?’ ‘인지도 목표로 수 만명의 도달을 값싸게 확보하실 수 있어요. 브랜딩 효과가 있어야 전환 효과도 얻어진다니까요?’
그 형태와 구조는 다양할지언정, 핵심은 똑같습니다. 메타 광고를 통해 CPM이 낮은 목표로 조금 더 넓은 도달을 발생시키면 브랜딩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브랜딩 효과가 발생하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이것입니다. 이 논리가 합당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브랜딩을 하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브랜딩에는 정답이 없으며, 따라서 브랜딩에 대해 제가 뭔가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메타 광고를 통한 브랜딩 효과 달성’에 한정지어 생각해보면, 수많은 분들이 잘못 이해하고 계시고, 이로 인해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를 여럿 보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 전반에서 ‘브랜딩’이란 단어처럼 많이 사용되면서 또 그것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명확한 일치가 없는 단어도 잘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글의 흐름을 오히려 해칠 것 같습니다. 다만 ‘브랜딩’에 대한 생각은 한 번씩 해보셨을 것이고, 해당 단어가 주는 느낌은 분명히 있으니, 그것을 떠올리시며 글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메타 광고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타 광고의 시작은 광고 목표 설정입니다. 인지도, 트래픽, 참여, 판매, 앱 설치 등이죠. 이 목표들은 의미 없이 설정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광고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광고 알고리즘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광고 목표에 따라 설정된 각 알고리즘은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메타 광고 알고리즘의 역할은 거기까지입니다. 인지도 목표-도달 최대화로 진행을 하게 된다면, 도달을 발생시키는 것 까지가 메타 광고의 역할입니다. 트래픽 목표로 진행을 하게 된다면, 클릭을 발생시키는 것 까지가 메타 광고의 역할입니다. 판매 목표로 진행을 하게 된다면, 판매를 발생시키는 것 까지가 메타 광고의 역할입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은 메타 광고의 역할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트래픽 목표로 진행했는데, CPC는 아주 낮게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 메타 광고 알고리즘을 탓할 수 없습니다. 메타 광고는 시킨 일을 했고, 그걸로 끝이기 때문입니다. 판매 목표로 진행을 했는데,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메타 광고 알고리즘을 탓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구매는 일어났고, 메타 광고의 역할은 거기까지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광고로 인해 브랜딩 효과가 달성되었는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건 메타도 모릅니다. 애초에 브랜딩 효과는 0, 1로 이분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클릭은 0아니면 1입니다. 좋아요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픽셀 이벤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브랜딩 효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브랜딩 효과를 0 아니면 1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브랜딩 효과라는 것은 애초에 정량적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성적인 것이고 사람마다 다르게 발생할 것이기에 0이나 1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인지도 목표-광고 상기도 성과 증대 최대화’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애초에 ‘추산치’입니다. 메타에서 가설적으로 만든 지표라는 뜻입니다. 이 지표가 높게 나온다고 실제로 브랜딩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애초에 추산치이고, 곱씹어 생각해 보면 브랜딩 효과를 추산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신뢰성 높은 지표라고 볼 수 없으며, 0이나 1로 수치화가 가능한 다른 지표들과는 근본적으로 시작 자체가 다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브랜딩 효과가 발생했는지 광고관리자 상에서 수치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애초에 없습니다. 둘째로, 메타 광고 알고리즘은 브랜딩 효과 발생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도달, 좋아요, 클릭 등의 이벤트만 발생시켜줄 뿐입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브랜딩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100% 여러분의 개인기입니다.
자 그러면 다시 메타 광고를 통해 브랜딩 효과를 달성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위에서 메타 광고를 통한 브랜딩 효과 주장의 핵심은 도달을 많이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도달’이라는 수치는 얼마나 유의미한 것일까요?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일주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동안 몇 번의 광고를 보셨을 것 같나요? 그리고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광고는 몇 개인가요?
여러분이 만약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매일 사용하신다면 하루에도 족히 열 개 이상의 광고가 여러분께 ‘도달’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헤비 유저라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광고가 여러분에게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스크린에 광고가 보여지는 순간, 도달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광고 관리자에 도달과 노출 수치가 찍힙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기억에 전혀 남지 않았다면 그 도달과 노출의 브랜딩 효과는 0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도달한 광고의 대다수는 이렇게 0의 브랜딩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이 이런 광고를 진행한 업체의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향후 해당 업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일이 있을까요? 향후 판매 목표 광고가 여러분에게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이 이전에 본 것이라고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와 같은 도달이 비즈니스 입장에서 어떤 도움이 될까요?
브랜딩 효과를 충분히 발생시키려면 많은 도달을 발생시켜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도달을 많이 발생시킨다고 충분한 브랜딩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둘을 헷갈리면 크게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됩니다.
클릭, 좋아요, 구매 등의 경우 광고 소재가 미흡하더라도 알고리즘의 힘으로 소위 ‘하드캐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브랜딩 효과 발생은 메타 광고 알고리즘의 역할이 아니며 여러분이 개인기로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훌륭하거나, 재치있거나,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제대로 긁어주는 광고 소재와 문구만이 기억에 남게될 것이며 브랜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대규모 예산을 활용하고 전문 제작사, 대행사를 끼고 움직이는 대형 브랜드들도 브랜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광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또 브랜딩 효과 측정을 위해 온갖 정교한 방법론을 동원하게 되는데, 그 효과가 미진한 경우가 빈번합니다. 신규 업체,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예산도 없으며 전문 제작사, 대행사 활용도 할 수 없고 브랜딩 효과 측정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이런 온갖 악조건들을 극복하고 도달 증대를 통한 브랜딩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합니다.
‘전환 목표(판매, 앱 설치)만 진행하게 된다면 브랜딩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전환 목표 광고의 브랜딩 효과는 0이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별로 따져보면 전환 목표가 가장 브랜딩 효과가 좋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별 생각 없이 피드, 스토리, 릴스를 넘깁니다. 별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클릭도 별 생각 없이, 혹은 실수로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매나 앱 설치를 생각 없이 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생각은 합니다. 생각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는다는 뜻입니다. 구매나 앱 설치를 했다면 그것을 단기간에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구매나 앱 설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랜딩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보기라도 했을 것입니다. 그럼 이것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순간 브랜딩 효과를 일정 부분 거둔 것입니다.
인지도, 참여, 트래픽 목표를 통해 개개인에게서 전환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판매 목표와 앱 설치 목표를 통해 개개인에게서 브랜딩 효과를 거두는 것은 훨씬 수월합니다. 오히려 전환 목표가 훨씬 더 브랜딩 친화적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도달은 훨씬 줄어들겠지만, ‘도달 = 브랜딩’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난다면,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극히 빠듯한 조건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메타 광고를 통해 브랜딩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증빙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많은 도달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지만, 도달이 브랜딩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메타 광고 한정으로는 광고 도달 증대를 통해 브랜딩 효과를 거두려는 노력보다는 전환 목표 광고의 성과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꼭 해보셔야 하겠다면 하시면 됩니다. 브랜딩에 대해서는 정해진 정답이 없고, 각자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힘들 것이고 수많은 고민을 하셔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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