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이번에도 나이 든 나에게 '굳이' '예쁘다'라고 한 이유를 이제조금은 알 것 같다.
학교에서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콤팩트를 두드리며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여학생이 있으면(요즘 중학교의 흔한 풍경이랍니다.) 나는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거기 예쁜 여학생! 이제 화장품은 가방 안에 넣어요. 수업 시작합니다~” 한다.
대부분 눈을 깜박이며(내가 선생님 보기에 예쁜가? 하는 귀여운 눈빛을 함) 별 반항을 안 하고 ‘순순히’ 화장품을 치운다. 내가 그런 학생들에게 ‘기술적으로’ 얘기를 해서 내 말을 듣게 하듯, 그 자매님은 (상대에게는 불편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칭찬(?)을 양념처럼 덧붙인 것이 아니었을까?
반가운 것은 내가 그때처럼 크게 당황하지 않고, 말 한마디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끈하거나 주눅이 들거나 난감해하는 것이 억울한 것이고 지는 것이다.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대꾸도 안 하고 별 신경을 안 쓴 것이 주효했다.
자매님이 멋쩍어서 “요즘은 결혼들을 안 하니까.”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입을 그만 닫았으니.
상대가 원치 않는 관심을 줄 때는 내쪽에서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면 되는 것이었다.
곤란한 질문을 하면 굳이 대답을 하지 말고.
오늘 살펴보니까 자매님이 몸도 불편해 보이고, 그 나이대의 분들 중에서도 건강하고 평안해 보이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사람은 다 자기 수준에서, 자기의 상황에서 사람을 보고 판단한다.
그분이 보시기에 나는 결혼을 안 해서 큰 일(?)이 난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도 추운 날씨에 불편한 몸으로 늦은 시간에 성당에 기도하러 오셨으니 열심한 분이시라는 것은 인정해야지.
그분은 본인도 모르게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셨다.
1. 잘 모르는 타인이 무례한 말이나 엉뚱한 질문을 할 때 별 반응을 하지 말고 넘길 것.
2. 그냥 괜히 하는 말에 신경 쓰지 말 것.
무엇보다도 혹여 나도 '타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거나, 괜한 말로 기분 상하게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셨다.
나이가 들면서 '품위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품격을 갖춘다는 것'이 진실로 어려운 일이다.
나이 들면서 이말 저말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자기도 모르게 비호감이 되거나, 남들이 피하는 대상이 되지는 말자.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런 일을 안 겪었으면 구체적으로 깨닫지 못했었겠지..
어릴 적부터 엄마가 해주셨던 말씀.
"말은 씨가 된다. 자기 예언이 된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은 말을 하자.
나 자신도 살아오면서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말한 대로 되는 것을 느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