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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리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

투란도트 again 2024 TRANDOT

by 조세피나

지인 찬스 덕에 연말에 오페라 티켓이 생겼다. 와우!^^

12월의 선물, ‘블록버스터 오페라’라고 광고하는 투란도트(G. PUCCINI)다.

어? 그런데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생뚱맞게도 삼성동 Coex D홀이라고 한다.

코엑스 홀은 박람회 하는 장소이지 연주회를 할 장소는 아닌데?

가는 길에 연주회 리뷰를 찾아보니 평점이 무려 1점대다.

이거 뭐지? 뭔가 이상한 예감이..

코엑스 D홀에 어떻게 무대는 만들었으나, 30만 원 하는 R석 자리에 앉았는데도(앞에서 5열)

앞사람 머리에 가려 자막이 안 보이고, 앞사람의 크지도 않은 머리가 시야를 살짝 가린다.

R석이 이러니, 다른 자리들은 오죽할까? 레고조각을 깔은 듯 까마득하게 잔뜩 자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자리는 모두 공통되게 플라스틱 의자에 천을 뒤집어 씌워 놓았다. 푸하하~

웃음이 나올 지경. 천을 걷으면 '전국노래자랑' 자리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주역인 투란도트역의 아스믹 그리고리안(Asmik Gregorian)과 칼리프 왕자역인

유시프 에이바조프(Yusif Eyvazov)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연주를 해서 다행이었다.

다른 날에 관람한 관객에 의하면, 그날엔 칼라프 역을 맡은 연주자가 감기에 걸려서 '가래 끓는 소리'를 계속 내다가 중간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제작사 측은 공연 중간에 나와서는 “외국에서는 이런 예가 흔하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나?

제작에 200억을 들였다고 하고, 가장 비싼 티켓은 무려 100만 원이라는데..

과연? 리얼리? 의구심이 솟구친다.

기사를 찾아보니 기획사가 좌석 규모를 갑자기 줄였는데, 예매 사이트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어서 예매하고 온 사람들이 막상 자리가 없어서 수백 명이 환불을 받고, 일부는 서서 봤다고 한다.

이건 환불이 문제가 아니라 연말에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기대하고 온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을 날려버린 사기다.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혼선이 빚어져 관객들의 항의와 고성이 오갔다는 등, 예매 사이트 게시판에는 사기죄로 고발합니다,

환불 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이 폭주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공연기획사 인터넷 사이트는 아예 운영이 안 되고 있다고. 헐~

연출자와 제작사 간 갈등이 있었다는데, 연출자인 다비데 리버모어는 “나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개막 공연 수시간을 앞두고 직전에 하차를 선언했다고 한다.

앞사람 뒤통수만 보다가 왔다, 기둥에 가린 뷰(?)만 보고 왔다, 최악의 오페라다 등 악플이 넘실 거렸던 이유들이 있었다.


다행히도 나와 지인들이 본 26일 공연은 큰 문제는 없었다.

지휘를 맡은 호세 쿠라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왕년에 세계적으로 잘 나갔던 테너인데, 그 유명세로 이 오페라에서 지휘봉을 잡았다.(테너로서 빼어났었지, 이 테너 선생님들이 지휘자로서는 어떤 레벨인지 모르겠다.)

투란도트 하면 떠오르는 곡은 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마라.’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잘못 번안된 것) 이 곡은 초고음인 B(시) 음이 강렬하게 몰아치는 인기 있는 곡인데,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영화와 방송에 자주 소개된 덕분에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곡만큼은 익숙하다.

동문 후배인 학생이 군악대 시험을 보는데, 이 곡을 불러서 (이 곡 자체를 유난히 좋아한 고위 간부님의 픽~으로)

순전히 이 곡 덕분에 뽑혔다는 ‘간증’이 있었다.

투란도트는 거의가 이 곡을 듣기 위해서 그 오페라를 감상한다고 봐야 한다.

테너 아리아과 주역들의 연주와 합창은 그냥 괜찮은 정도였는데, 보는 내내 자막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불편과 공간 자체의 마이너스 작용이 커서 나 또한 감상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천만 다행히도 내가 티켓을 구매하지 않았고, 거저 얻어서 본 것이었지만, (티켓을 기꺼이 주신 분은 30만 원하는 티켓을 기획사 지인을 통해서 장당 10만 원에 5장을 사셨다고 한다. 총 50만 원 지출.) 내 돈도 아니지만 본전 생각이 났다.

얼마 전에 cgv에서 편안하게 보았던 <위키드> 생각이 났다.

얼마나 자막이 잘 보이고, 자리가 편안했던가?

1만 5천 원이었는데..

너는 참 가성비 좋은 착한 음악영화였다.

내 돈으로 사서 봤다면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아니라, ‘돈이 아까워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도 보여주신 분께는 (마음 상하실까 봐 솔직하지 못하게) ‘좋았다’고 했다.

리뷰는 솔직하게 써도 되겠지?

- 연말 최대 기대주로 꼽혔던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결국 뒷말이 끊임없이 이어지다가

끝내 마지막 날(12월 31일) 공연을 취소했다.

공연 티켓 판매 부진으로 인한 주최사 측의 조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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