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보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

25년 4월의 벚꽃

by 조세피나


굳이 꽃들을 찾아서 보고, 꽃구경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 4월 초가 되도록 봄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 가까운 병원에 산책을 갔다가 드디어 '올해의 벚꽃'을 보았다.

촉촉이 비가 내리는 봄날, 보아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꽃은 그 자리에서 꽃을 피워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아~! 오랜만에 탄성이 나온다.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름다운 꽃을 보는 기쁨과 함께 동시에 마음에 슬픔이 다가온다.

화마에 스러져간 많은 나무들, 꽃들, 자연과 생태계가 떠올라서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싹을 띄우고 잎과 꽃을 내려고 했을 많은 식물들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태워져 재가 되었다니..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고, 많은 이들이 집과 생계수단과 평생의 추억이 어려있을 재산을 잃었으니

이 얼마나 크나 큰 비극인지 모른다.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아오신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년에 이런 일을 당하시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진다.

큰 산불이 나 며칠간 우리나라의 한쪽을 활활 태워서 내내 걱정이 되고 우울했다.

진화가 된 후에 그 큰 피해와 처참함을 보고 너무나 슬펐다.

여러 가지로 혼란하고 걱정되는 시국에 봄이라고 꽃구경하고 봄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안 들었다.

그런데, 오늘 비 속에서도 우연히 환하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았다.

예쁜 꽃이 스스로 자신을 내게 보여 준 것 같다.

어떤 곳은 괴물 산불에 초토화가 되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꽃이 피고,

봄답게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불이 진화가 안 되어 뉴스에서 연이어 보도가 될 때에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괴로웠다.

내 물건 하나 잃어버려도 속상하고 애타는 것이 사람일진대 소중한 보금자리와 손때 묻은 소중한 물건들,

애써서 일궈낸 곡식들, 가축들과 생계수단들이 화마에 타는 것을 봐야 하는 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고통이 나의 고통, 그 슬픔이 곧 나의 슬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교문을 들어서며 언제나처럼 왁자지껄하며 지나가는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는 왈칵 눈물이 났다.

‘너희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데..’

재난과 재해는 참담하고 절망스럽지만, 다행히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탈진할 정도로 고생한 소방공무원들과 진화대원들, 팔을 걷어 부치고 전국각지에서 도우러 온 자원봉사자들,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기부자들, 모두를 위해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사람들..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일의 일은 모르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은 무너져 내렸지만 다시 살아보려고 힘을 내어 일어서는 사람들.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는 힘없는 이웃들을 위로하고 돕는 사람들.

이들 덕분에 치유되고 회복되고 결국에는 일어서게 될 것이다.

나도 이제 슬픔과 걱정을 내려놓고 나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주님, 우리나라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 벚꽃의 꽃말은 결박. 정신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주회 리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