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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피나 Oct 27. 2024

비혼이라서

미혼, 기혼, 비혼, 불혼

같은 비혼인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비혼이라서’ 공통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모임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비혼이라는 이유로' 불편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대학동기 친구는 동네 아줌마들의 모임에는 절대 안 가고, 안 끼려고 한단다.

동네 스포츠센터에 운동을 하러 갔는데, 처음 만난 아줌마들이 자녀가 몇이냐고 묻고(결혼은 이미 했다 치고?!),

안 했다고 하면 놀라거나(왜 놀라죠?),

왜 안 했는지 호기심을 보이며(관심 끄세요!)

무례한 말들을 해서란다.(이건 아니죠!)


나의 경우는 교구(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청소년에 대한 교육 받는 자리에 가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서로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년의 가정주부들이 대부분인 자리였는데, 내가 ‘비혼’이라고 하자 한 사람이, “비혼이 뭐지?”라며 정말 ‘비혼’이라는 뜻을 몰라서 궁금한 듯,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이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런 일로 주목을 받고 싶지는 않다..

신문, 뉴스도 안 보나? 난 이런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된다.

 

*비혼이란 표현은 ‘결혼한 상태가 아니다.’ 혹은 ‘결혼이 아니다.’를 의미한다.

‘결혼하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현하려면 비혼보다는 '불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다.


같은 나이대의 동성인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과정, 환경, 문화, 종교, 상황 등에 따라서 매우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혼’이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된다고 이상하게 보거나, 걱정(?) 해 주는 척하며 무례한 말을 하는 것은 노땡큐다.


마찬가지로 비혼생활을 지나치게 자랑하거나, 결혼과 가정의 가치자체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비혼이든, 독신이든, 불혼이든 서로가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나름의 삶들을 잘 가꾸어가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거나, 둘이 사이좋게 사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결혼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며 자기 계발을 하고, 봉사를 하며 사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떤 이유로든) 겸손히 결혼을 포기하고 조용히 살아가며, 사회의 한 부분에 보탬이 되는 것도 가치 있고 귀한 삶이 아닌가?

사제, 수도자, 봉헌 생활을 하는 이들이 바로 '자발적 독신', '자발적 불혼자'들일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과도, 비혼과도, 불혼과도 소통하며 존중하며 살아가야겠다.

 

나 역시 20~30대에는 당연하게 결혼하기를 원했고, 결혼을 내 인생의 큰 숙제처럼 여겼다.

이로 인한 근심과 스트레스도 꽤 있었다.

어느덧 40이 넘으니, ‘아, 내가 평생 결혼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적어도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포기했다.

체력과 정보력이 떨어지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그리고 이렇게 체념하고 받아들인 후..

 

나는 결혼에서 자유로워졌다!

지금은 비혼인 것이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부끄럽지는 않다. (당연한 것!)

내 아이는 없지만, 학생들, 주일학교 아이들, 동네 아이들 덕에 자주 웃게 되고, 보기만 해도 좋고 마음이 기쁘다.^^

크게 봤을 때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현생인류로서 다 같은 혈연이 아닌가?

한 조상에서 나온 하늘에서 내려주신 생명들이니.

 

나의 타고 난 모성애는 이렇게 잘 발휘되고 있다.  이러면 된 거지. 뭘 더 바랄까?

외로움?  isTJ여서인지 혼자 있어도 나는 참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겐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고독이다.

 

아~행복해!(비혼이라도.)

내가 행복하면 됐지.


그런데 나도 참으로 오랜 시간과 고민 끝에 행복을 찾았으니 나만 행복하면 안 되겠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도와줄 것을 다짐해 본다.

 

미혼, 기혼, 비혼, 독신, 불혼 모두 서로 존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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