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나의 음악노트 / 바로크 / 헨델

3. 헨델 Georg Friedrich Handel(1685-1759)

by 조세피나

‘신앙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도 신앙을 만든다.’

오페라, 오라토리오,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수많은 걸작을 남긴 헨델은 그의 음악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바흐와 함께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작곡자이며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하는 헨델.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 것처럼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 하는 것 역시 일본 출판사에서 지은 것.)

헨델 하면 불후의 명작 ‘메시아(Messiah,1742)’ 중 “할렐루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헨델의 메시아 ‘할렐루야’를 청년 성가대 반주자를 할 때 처음으로 연주했었다.

이 장엄하고 웅장한 곡을 합창단원들과 오르간 반주로 맞춰서 연주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고,

부활 대축일 연주를 겨우 마치고는 그제야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부활절과 연말이면 헨델의 이 곡이 세계 곳곳에서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이 대곡은 파산과 건강악화로 좌절 중에 있던 헨델이 고통을 극복하고 단 24일 만에 '신들린 듯이' 써서 음악가로서 인생역작을 이룬 곡이다.

헨델은 “신이 나를 찾아온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곡을 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신이 강림하는 듯한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그도 강렬하게 느꼈을 것이다.

헨델에게 있어 <메시아>는 말 그대로 인생에서 '구세주'와도 같은 곡이었을 것이다.

신의 영감을 받아 미친 듯이 써 내려간 작품이 위기에 있는 그를 구하고 명성을 안겨주었으니.


“이 작품을 써 내려가면서 흘린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 내가 섭취한 음식물의 양보다 많았습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천국과 위대하신 창조주 그분을 보았습니다.”

- 헨델의 고백


메시아를 작곡하기 전 그는 연이은 실패를 하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빚더미에 오른 데다가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헨델에게 누군가 ‘자선음악회’에서 사용할 음악 작곡을 의뢰했다.

그 제안과 수락이 그의 운명을 바꾼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자신의 재능을 쏟아내고 <메시아>를 작곡해냄으로서 음악가로서, 또한 재정적으로도 ‘성공’한다.


어려움 중에 있을 때 그에게 구원의 손을 내민 작곡의뢰가 ‘자선음악회’였다는 것에 시선이 간다.

내가 죽을 것 같이 힘들 때, 괴로울 때, 나같이, 아니 나보다 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누군가를 도울 때 나도 같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년 전, 먼 지역에 사시는 친지를 방문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창문 너머로 어떤 광경을 우연히 보았다.

노숙인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자에게 한 할아버지가 과자를 건네주고 있는 장면이었다.


할아버지는 리어카에 재활용품을 수집해서 어딘가로 가져가시는 중인 것 같았는데,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서는 그 노숙인에게 환하게 웃으시며 과자를 전해주고 계셨다.

마치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는 손주에게 과자를 주듯이. 받는 사람은 익숙한 일일 듯 덤덤해 보이는데,

주시는 분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노년에도 편히 쉬시지 못하고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는 그분의 삶도 힘드실 것임에도 실로 ‘행복한 얼굴’이셨다.

그 할아버지의 함박웃음이 잊히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라는 깊이 동감이 된다.

사람의 DNA에는 나누고 도움으로써 자신도 행복해지는 인자가 있는 것 같다.

괴로울 때, 벽에 부딪혔을 때, 내게 들어오는 이타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사드리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Key)가 된다는 것을 헨델의 메시아에서 배운다.


주로 혼자 연주하는 나는 할렐루야 대신에 메시아 중 아리아 “그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How Beautiful are the Feet of Them

- Air from “Messish”)를 자주 연주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디며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도들, 선교사들.

그들의 발은 해지고 거칠겠지만, 그들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남기고 간다.


나의 음악도, 글도 향기를 남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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