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87년 11월에 세상을 떠난 삼성 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뒤늦게 2001년 3월에 뒤따라 온 현대 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을 하늘나라에서 만났다. "어이, 정 회장! 이제 오셨나? 나 1만 원만 빌려줘. 올 때 한 푼도 못 가져왔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웃으며 답했다. "이 회장, 나도 한 푼도 못 가져왔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상에 있을 때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오는 건데.. 내 자식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아비처럼 돈 불리는 데만 정신을 쏟겠지. 전화가 없으니 알릴 수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을 앞두고 잠룡들마다 가장 먼저 내세우는 공약이 '재벌개혁'이다. 어느새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만인의 공적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등장한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의 불구속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자다.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부를 상속받은 '금수저'다. SK의 최태원 회장, 현대 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 그들도 역시 부를 상속받은 대한민국의 부자들이다. 스스로의 노력 없이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6년 4월 374억 달러(약 35조 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한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세 자녀가 아버지의 엄청난 기부 계획이 언론에 알려진 뒤 미국 ABC 방송에 출연했다. 사회자로부터 "내 돈은 어디 있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첫 딸 수전이 이렇게 답했다. "(부자들이) 엄청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신 나간 행동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미국 부자를 꼽으라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셸던 애덜슨(카지노와 호텔 소유) 등이 있다. 포브스지가 발표한 2007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오른 한국 부자들은 10명으로 굳이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만한 이들이다. 그렇다면 미국 부자들과 한국 부자들의 다른 점(異)과 같은 점(同)은 무엇일까?
같은 점은 딱 하나, 한국과 미국 부자들은 비록 규모에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서민들이 볼 때 엄청난 재산을 가졌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점은 많다.
첫째, 미국 부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었지만 한국 부자들은 세계 순위 754위인 차용규 씨를 제외하곤 모두 부를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둘째, 미국 부자들은 자녀에게 재산이나 기업을 물려주는 이가 없는 반면, 한국 부자들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식들에게 부를 물려주려 한다는 점이다.
셋째, 미국 부자들은 버핏처럼 상당한 재산을 서슴없이 기부한다. 하지만 한국 부자들은 인색하다. 자식에게 재산을 불법으로 물려주려다 법망에 걸려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마지못해 '속죄성 기부'로내놓는다. 삼성, 현대, SK가 다 그랬다.
넷째, 미국 부자들은 심각한 빈부 격차 속에서도 존경을 받지만 한국 부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일지언정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게이츠, 버핏, 존 D 록펠러, 폴 게티 등 미국의 부자들이 존경을 받는 것은 자녀들에게 부를 대물림하지 않은 채 기부를 통해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녀에게 적당한 재산을 물려주되 절약과 노동의 가치를 가르쳤다. 염을 할 때 죽은 이가 입는 수의에 1만 원 지폐 한 장 넣을 주머니가 없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