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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데,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야 할까요?



인지적 융통성 발달된 다음에 언어교육 시키는 것이 바람직
영어 조기교육 이론은 이민자에 해당하는 이론




정부가 조기 유학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 학교와 외국인 학교를 많이 세우면서 '국내 유학'의 흐름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교육 수지 적자는 개선되었지만 그 여파로 미인가 국제 학교들도 대거 난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학을 보내지 않고도 유치원부터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게 되면서 학부모들 중에는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국제학교로 연결되는 교육 시스템으로 아이 교육을 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한국어로 생존해야 하는 비영어생활권에서 인지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영어 학습을 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아이가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습득(acquisition)과 학습(learning)이다. “습득”이란 삶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체득되는 것이고, “학습”이란 교육의 과정을 통해 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단일 언어 상황에서는 외국어를 의식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문제는 의식적인 학습의 시기다. 뇌 연구자들은, 의식적인 학습 활동이 뇌가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는 상태에서 즉, 너무 이른 시기(6-7세가 되기 이전)에 이루어지면, 뇌에 과부하를 주어 뇌의 정상적인 발달에 지장을 준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뇌 연구자들은 다양한 인지 요소들이 필요한 외국어 학습은 인지적 융통성을 충분히 발달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되도록 빨리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이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가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즉, 생물학적으로 언어 습득에 최적화된 시기가 있다고 보는 가설이다. 태어난 때로부터 12-13세까지가 그 기간인데 이 기간에 어떤 언어에 충분히 노출되면 그 언어를 모어처럼 습득할 수 있고 그 기간을 넘기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이 가설이 영어를 날마다 실생활의 언어로 만나는 토박이 화자나 이민자 자녀들의 영어 습득과 관련된 가설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영어생활권에 살면 어릴수록 영어를 접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생활하면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비영어생활권 환경에서는 모국어가 충분히 완성되고, 인지능력을 어느정도 갖춘 다음에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교에서 영어로 배우더라도 실생활에서는 영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영어가 뇌에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어학자 벤 리어는 “학교에서 수업의 형태로 하는 언어 교육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유일하다면 언어 발달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외국어 교수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니나 스파다’ 교수도 “모국어를 주언어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외국어 교육은 늦게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의 어느 국제학교에서 영어와 모국어를 둘 다 배워야 하니까 유아 시절부터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가르쳤는데 결과를 보니 두 언어 모두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모국어를 먼저 철저히 익히도록 하고 그 다음에 영어를 가르치니까 이전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한다.


한국 TV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주로 성인이 된 후 한국에 온 경우다. 그럼에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이는 외국어를 배우는데 필요한 것은 어린 나이가 아니라 충분한 동기이다. 초등학교 시기의 영어 교육 목표는 영어에 대한 동기 유발, 흥미 고취 정도가 맞다. 동기가 유발되고 흥미가 생기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학습 습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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