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꿈을 낳고 꿈은 기적을 만든다-
2000년대 초반 전국을 휩쓸었던 '해외 유학 열풍'이 2006년을 정점으로 사그라들고 있다. 미국의 Open Doors 통계를 보면 1998년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수는 39,199명이었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은 46,958명, 인도 33,818명으로 한국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현재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63,710명인데 비해 중국은 304,040명, 인도는 132,888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중국,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도 미국 유학생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유독 한국만 유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는 해외 유학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학을 했어도 최근 국내 취업에서 국내파보다 유리한 점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셋째는 한국에서 살려면 인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유학생의 감소는 국가적 차원에서 심각히 우려된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출산율 저하에 따라 예상되는 인구 감소처럼 인재 획득 차원에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1800년대 후반 한. 중. 일 3국 가운데 가장 많은 유학생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보냈다. 오늘 일본이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는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해외 유학을 통한 고급 인력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던 일본 학생들이 언제부터인가 해외로 공부하러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정부가 적극 나서 일본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권장하고 있다. 2014년에 무려 3500억 원을 투입했다. 일본은 지금 고급 인력을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조만간 우리도 일본이 지금 겪는 인재 부족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될지도 모른다.
해외 유학 학비는 일반적으로 매우 비싸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대학 학비는 소득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비싸다. 주립대학의 경우 4-5천만 원, 사립대학의 경우 6-7천만 원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비책이 있다. 미국 대학에 국제 학생도 받을 수 있는 재정보조 혹은 학자금 보조(Financial Aid)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을 많지 않다. 미국 사립 대학 가운데 상당수 대학들이 국제 학생들에게도 경제적 상황에 따른 재정보조를 준다. 이는 need based를 바탕으로 학생의 성적이 아닌 가정 경제 상황에 따라 학비를 보조해 주는 제도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을 비롯해 미국 명문 사립대학 776개 대학이 이렇게 국제학생들에게도 많은 재정보조를 주고 있다. 이는 되갚을 필요가 없는 '천사가 주는 돈(Angel Money)이다. 적게는 학비의 50%에서 100%까지 조달이 가능하다.
독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대학과 대학원은 국제학생들에게도 학비가 없다. 영어로 많은 전공들이 열려 있어, 해당국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학사,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들은 한국 국립 혹은 사립대학 학비로 유학이 가능하다. 역시 영어로 많은 전공들을 공부할 수 있다.
아시아 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일본 정부는 2012년부터 Global 30(G30)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해외 유학생을 3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보는 도쿄대, 교토대, 나고야대, 오사카대, 게이오대, 와세다 대학등 일본의 명문 13개 대학을 지정해 대대적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 대학들에는 영어로 전공을 할 수 있는 플그램들이 많이 개설돼 있다. 학비는 국립의 경우 연간 500만 원, 사립의 경우 1500만 원 내외다.
중국 정부도 211 공정, 985 공정을 통해 중국 대학들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유학생을 5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는 계획 아래 연구 중점 대학들에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영어로만 공부할 수 있는 많은 전공들을 개설하고 영어권 학생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대학 학비는 연간 300만 원에서 800만 원 수준으로 한국 대학과 비슷하다. 아시아 대학 랭킹에서 한국 대학들보다 우위에 있는 홍콩, 싱가포를 대학들도 한국 학생들이 눈여겨볼만한 대학들이다. 이 대학의 학비는 연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다. 매우 유망한 전공들을 많이 개설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 들고 있는 해외유학 후 취업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중앙일보는 얼마 전 1면에 ‘SKY도 슬픈 인문계. 취업 절반도 못했다’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국내의 최고 명문대학인 서울대 연·고대를 졸업해도 인문계 출신자는 취업이 안 된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공통의 숙제다. 문제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의 81%가 인문, 사회계열 전공을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취업이 잘 되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은 19% 밖에 안 된다. 인도 학생의 70%가 , 중국 학생의 40%가 STEM 전공을 하는 것과 대비가 된다. 이런 전공 선택 구조 때문에 유학생의 국내외 취업이 어려운 것이지 유학을 다녀와서 취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해외 유학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
중국이 오늘 G2로 성장한 것은 1978년 등소평의 개혁 개방정책에 따라 중국 학생들을 대거 해외로 유학을 보낸 결과다. 중국은 이 학생들 해귀파(海歸派)라고 부른다.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우주선을 쏘아 올린 이면에는 이 해귀파 유학생들이 있었다.
한국은 좁다. 더 이상 국가는 물론 개인의 발전 동력을 국내에서 찾기는 어렵다. 젊은이들은 영어라는 언어를 무기로 취업 및 활동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야 한다. 세계 취업시장으로 나가려면 언어와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인턴 등 전공 분야 경험이 요구된다. 대부분 해외 유학생들은 이미 영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었고 넓은 세상에서 세계적 감각을 얻었다. 해외에서 공부하려는 한국 유학 희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과감하게 해외로 유학을 떠날 시기다. 한국도 일본처럼 불과 몇 년 뒤면 정부가 나서 해외로 학생들을 보내는 정책을 수립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 필자는 자녀 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에게 '유학생이 감소하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남들이 자녀를 해외유학 보내지 않을 때 보내는 것이 '성공하는 자녀교육'의 전략이다. 오늘도 꿈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