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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 하는 남자

"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주방으로 간다"

 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에서 우유, 사과, 배, 바나나, 마, 토마토, 케일을 꺼내 믹서기로 생과일 쥬스를 만든다. 이어서 계란 후라이를 한다. 아내 것은 완숙, 내 것은 반숙이다. 요일별로 냉장고 냉동실에 얼려 놓은 가래 떡, 잡곡밥을 꺼내 전자레인지로 녹인다. 때로는 주말 농장에서 지난 가을 캐 온 호박 고구마, 꿀 고구마, 속 노란 고구마를 골라서 찌기도 한다. 야채 박스에서 꺼낸 청경채, 버섯, 양파를 끓는 물에 데친 후  두 개의 접시에 나눠 담는다.  색깔에 맞춰 차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게... 30-40분에 걸친 아침 준비는 이렇게 끝난다.

 남자가, 그것도 환갑이 지난 사람이 왜 주방에 들어가냐고? 

지난 30년간 아내는 새벽에 출근하는 나를 위해 아침 잠을 설치며 밥상을 챙겼다. 그녀는 아침 잠이 많다. 아내는 결혼 후 세월이 세번 바뀌는 동안 여행을 떠나 집을 비운 때를 제외하고 나를 위해 아침 밥을 챙겼다. 그러던 2년전 나는 아내에게 나의 결심을 밝혔다.

  "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아침 밥은 내가 챙겨줄께요. 아침 시간을 좀 여유있게 가지세요."

 2012년 4월 나는 저널리스로서의 32년 활동을 마감했다.  기자로서 최고위직인 편집국장, 대기자, 논설위원으로  활동을 했으니 감사한 일이다. 나의 은퇴와 함께 아내의 새벽 밥상을 챙기는 일도 끝나려니 했다. 그러나 나는 은퇴 오래전부터 준비한 내 비즈니스 일터인 미래교육연구소로 곧바로 출근을 했고  출근 시간만 좀 늦춰졌을 뿐 아침 밥상을 챙기는 아내의 일은 여전히 계속 됐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 것이 "이제부터 아내의 밥상을 내가 챙기자"였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아내를 위해 매일 차리는 아침 밥상>

  내가 아내의 아침 밥상을 챙겨야할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아내에 대한 또다른 감사함이다. 젊은 시절 아내는 나와의 결혼에 큰 용기를 내야했다. 결혼 전 나는 약골이었다. 아내는 나와 결혼을 하면서 이 남자와 1년밖에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나는 허약했다. 결혼 할 때 몸무게는 48kg, 지금은 몸무게 62kg으로 오히려 과체중 상태다. 아내는 그런 상황에서도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1년 밖에 살지 못할 것 같은 남자와 결혼 한다는 것은 젊은 시절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해도 어려운 결단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허약한 남자와의 결혼이라는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 

 30년여년 동안 새벽잠을 설치며 나의 아침 밥상을 챙겨준 여자, 1년 밖에 살지 못할 것 같은 허약한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용기 있는 여자.그 여인에 대한 감사함으로 나는 아침 밥상을 챙기기 위해 매일 새벽, 부억으로 향한다.  그리고  행복한 밥상을 차린다. 그래서 나는 매일 행복한 남자다. < 이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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