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subject Math L2 안 하면 미국 대학 못 가"
"미국 아이비리그는 ACT 인정 안 해"
"AP 7 과목 시험 안 보면 상위권 대학 못 가" 등 공포 조성해 마케팅
카 센터에 차를 수리하러 갔는데 정비사로부터 "타이어가 많이 닳았군요. 고속도로 주행 중 파스가 나면 대형 사고 납니다. 이 기회에 교체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를 무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종종 자동차 수리업체의 과잉 수리가 문제가 된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사례가 SAT, ACT 학원에서 종종 일어난다. 미국대학, 그것도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너나 할 것없이 방학에 자녀를 SAT, ACT 학원에 보내려고 한다. 학원에 찾아가 상담을 하면 "현재 기록이 많이 부족하니 적어도 1500점 이상으로는 올려야 한다"며 방학 동안 6주 내지 8주 집중 강의를 추천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ACT를 공부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SAT를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곳도 있다.
"SAT가 합격을 좌우합니다.이 점수를 대폭 올려야 합니다. 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1550점은 넘어야 합니다."
"왜 SAT Subject Math 2를 안 했나요. 이것은 기본입니다. 방학 동안에 꼭 수강을 해야 합니다."
"SAT subject 4과목은 기본적으로 해야 아이비리그에 합격을 합니다."
"AP시험 7과목은 해야 합니다. 방학 동안에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ACT를 했군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전혀 점수 인정을 안 합니다. 반드시 SAT를 제출해야 합니다."
학부모가 들으면 섬찟 섬찟한 이야기들이다. SAT 학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SAT 학원에 등록을 안하면 지원한 대학에 다 떨어질 것 같다. ACT를 하면 미국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것 같다. SAT subject Math L 2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카 센터의 수리공이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난다"고 공포를 조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AT 학원들은 대학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방학 때 SAT 수강을 하라고 권유를 한다. 두 곳의 마케팅 방식이 비슷하다. 그런데 SAT 학원의 수강료는 보통 한 주에 80만 원에서 120만 원, 한 달에 320만 원에서 480만 원을 호가한다. 중산층 부모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런데 한 학부모는 빚을 내서 SAT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SAT 학원들은 이 외에도, 조기 할인, 형제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카드로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100-200점을 올려주겠다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SAT 학원들의 학생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학원의 유용성에 대한 회의가 전반적으로 확산된 때문이다. 2-3년전에 비해 SAT 학원에 가는 학생의 수가 절반 가량 줄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SAT 학원들이 규모를 줄였다고 한다.
최근 미국 기사에서 "학원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라는 내용을 보았다. SAT 시험을 총괄하는 칼리지 보드가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칸 아카데미와 협력해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의 주소는 www.khanacademy.org다. SAT 준비가 어느 정도 된 학생들은 이 사이트에서 SAT 공부를 해도 충분하다.
이제 한 달에 몇 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서 SAT 학원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고득점이 가능하게 됐다. SAT의 출제방식이 예전의 비판적 독해에서 EBRW, 즉 증거에 의한 답찾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지문을 읽어서 이해가 되면 답은 저절로 보인다. 어렵게 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정답이 보인다. SAT 문제가 예전보다 많이 쉬워진 것이다.
한 컬리지보드 (www,collegeboard.org)에서는 매일 무료 문제들을 제공하고 있다. 부지런하면 SAT 학원에 가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는 무료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 SAT 학원들의 공포 마케팅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