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난립한 국제학교란 이름의 '영어 대안학교'들
'크리스찬 국제학교'란 이름으로 기독교 학부모들을 유혹
최근 국내 영어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정말 많다. 매주 화요일 무료로 열리는 조기 유학 및 국내 국제학교 설명회에 매번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해 정보를 얻어 가신다. 그런데 10년전 묻지마 유학 때처럼 '묻지마 국제학교'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많은 국제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할 것없이 교회 내에 국제학교를 만든다.
연합 뉴스는 2년전 교육당국이 '미국 최고 수준 영재학교'를 표방하며 신입생을 모집하는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아일보도 '미 영재교육'이라며 학부모를 유혹하는 미인가 국제학교가 많다고 학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에는 '00 국제학교', 혹은 '00 크리스찬 국제학교'라는 이름의 미인가, 미인증 사설 교육 기관들이 무수히 난립하고 있다. 특히 교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그래서 '크리스찬'이라는 말과 '국제'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목사들이 '크리스찬' 이름으로 기독교인 학부모들을 끌어모아 하는 '교육 장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국제'란 이름을 교육 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 또한 많다. '철저한 신앙 교육', '국제화 영어'로 포장을 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속임에 넘어가는 학부모들이 많다. 교육에 올인하는 학부모들이다.
이들 기관들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외국인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대표적인 외국인 학교는 SFS, SIS, YISS, KIS 등이다. 국내에 미국계 학교를 포함하면, 총 40여개가 있다. 외국인 학교는 본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자녀를 위해 설립된 학교다. 2009년 제정된 '외국인 학교 및 외국인 유치원 설립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은 30%까지 입학을 허용한다. 3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내국인에 한해서다.
그러나 국제학교란 이름의 '국제형' 교육기관들은 이런 입학 제한 규정이 없다. 정확히 법률상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학교'란 이름을 쓰면 불법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영어 대안 학교'다. 학교란 이름을 붙였지만 국내법상 지위는 '학원'이다. 이런 국제형 국제학교들은 대부분 소규모이고 커리큘럼도 엉망이고 외국 교사의 자격과 자질도 검증이 안 됐다. 비용은 2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비싸다.
서울 강남의 대형 '영어 대안 학교'들도 '학교'라는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법률상 지위는 그냥 '학원'일 뿐이다. 그러나 이름은 거창하다. 이들 기관들은 미국의 6개 인증기관으로부터 고등학교로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마치 인증 받은 교육 기관처럼 홈페이지나 학부모들에게 알린다. 경기도에 수많은 '영어 대안 학교'들이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교육 장사'를 하고 있다. 분명히 순기능도 있으나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들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을 경우 미국의 이른바 괜찮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소재 영어 대안학교들이 대안학교가 미인가인지 인가학교인지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학교들이 미국 내에 있었다면 문제가 된다. 미국 대학들은 미국내 미인가 학교 출신자는 입학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차라리 홈스쿨이나 GED 출신자가 낫다.
또 한가지. 미인가 대안 학교 학생들은 학비가 무료인 독일 대학와 싱가포르 소재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독일 대학들은 미국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학교 학생인지를 엄격히 가린다. 싱가포르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국내에 우후죽순 난립해 있는 '영어 대안학교'들은 한마디로 문제가 많다. 국내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신앙'을 앞세우고 '영어'를 앞세워 '학원'수준의 국제형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도록 유혹을 하고 많은 학비를 챙기고 있으나 교육 수준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차라리 정식으로 F1비자를 받고 외국으로 내보내 교육시키는 것이 좋다. 미국 고등학교가 꼭 비싼 것은 아니다. 자녀의 학력과 부모의 경제력에 맞춰 얼마든지 유학을 보낼 수 있다. 부모의 현명함이 요구된다.
끝으로 이런 국제학교들의 문제점 세 가지를 짚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1. 또래 집단의 문제
영어로 가르치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한국 학생들이다. 몰입식 영어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2. 교사 자질의 문제
학생수가 작기 때문에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정식 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많지 않다. 말하자면 무자격 교사들이 많다.
3. 커리큘럼과 학교 시설의 문제
제대로된 커리큘럼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또한 학교라고 하기에는 시설이 너무 엉망이다. 빌딩에 교실 2-3개를 빌려 사용하면서 학교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우후죽순 난립하는 국내 영어 국제학교, 학교가 아닌 학원임에도 학부모들이 너무 깊은 믿음을 주고 있다. 국내 국제학교를 선택할 때 제대로 된 학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