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를 치료하듯 조울증도 치료해야
빅토르 위고, 샤를 보들레르, 빈센트 반 고흐,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애드거 알렌 포,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폴 고갱.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다.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점과 조울증을 앓아 그 삶이 퍽 고단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조울증을 앓는다는 소식이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미 명문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가수 타블로도 조울증을 앓아 자살 충동 속에 어렵게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조울증은 ‘천재병’이라고도 한다. 한 보고서는 7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A학점 학생의 조울증 발병률이 중위권 학생보다 4배나 높았다고 한다.
조울증은 의학적 용어로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다. 기분이 아주 들떠 말이 많아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에 옮기는 증상(mania)과 우울함이 계속되어 매사에 재미가 없고 피곤하고 의욕이 없으며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우울증(depression)이 반복된다. 현대 의학도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뇌의 전달물질 이상으로 보는 생물학적 원인과 사회 심리적 원인 그리고 유전적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스트레스다.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조울증 발병의 ‘방아쇠’로 본다. 지속적인 과도한 스트레스가 뇌 전달물질의 이상을 일으키고 사회 심리학적으로 조울증을 유도한다고 본다. 조울증이 발생하는 연령은 대체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으로 학업 및 교우 관계, 이성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때다.
몇 년 전 투신자살해 서남표 총장의 사퇴 계기가 됐던 한국 과학기술원(카이스트) 장모(25)씨도 4년째 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약 20%가 자살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조울증은‘뇌를 앓는 병’으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치료가 최선의 방법이고 환자 가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위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의사, 환자, 가족 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조울증=정신병’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고쳐야 한다. 이것은 ‘미친 것’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 이상에 따른 질병으로 소화계, 순환계 질환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이 나 가족이 이를 ‘정신병’이라고 숨기면 결과는 ‘자살’로 이어진다. 조울증도 암처럼 ‘귀찮은 친구’ 정도로 생각하며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 질환일 뿐이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