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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훈 Feb 01. 2018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쓰는 편지

인생이 글쓰기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글을 자주 쓴다. 한땐 책을 썼고 책을 쓴 이후에는 글을 쓰는 게 좋아서 내 생각을 자주 써서 SNS에 올린다. 글쓰기에는 항상 목적이 있다. 짧은 글을 쓰든 긴 글을 쓰든 목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전하기 위한 글인지, 정보를 알리기 위한 글인지,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려는 짧은 글에도 모두 목적이 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생각나고 글을 써야겠다는 목적이 분명해지면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올리는 글도 최소 30분을 쓴다. 한 문장을 최소한 2~3번은 곱씹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쓸 때도 초고를 얼마나 많이 고쳤는지 모르겠다. 내 군생활 이야기를 통해 다른 군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목적 하나 때문에 수도 없이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되어 있는 초고를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책이 나오기까지 수십 번을 고쳐 썼지만 나는 이 과정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퇴고는 좋은 책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인생의 목적인 비전을 이루기 위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굴곡 없이 한 번에 비전을 이루기 원한다. 혹여나 잠깐이라도 우리의 인생을 잘못 쓰거나 방향을 수정하려 하면 자신의 비전이 실패한 것처럼 낙담한다. 


글을 하나 쓰는 것도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고 얼마나 많이 다듬어야 하는데 인생은, 아니 비전이라는 목적이 있는 인생은 오죽할까. 비전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문장을 고치는 것처럼 내가 걸어가는 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취직이 잘되는 전공을 선택해 한번에 대학을 가야 하고 취직을 위해 대학 생활을 잘 준비해서 졸업하자마자 남들이 인정할만한 기업에 떡하니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대학을 다니던 도중에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전공을 바꾸려 하거나 편입을 준비한다고 하면(단순히 대학 레벨을 높이기 위함이 아닌) 주변에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학 졸업 후 당연한 것처럼 취직을 해야 하겠지만 꿈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기업 취직이나 공무원 시험이 대세인 요즘 스타트업에 도전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이상한 눈빛을 받기 십상이다. 마치 한 번의 작은 방황이라도 하면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은 그런 눈빛.


물론 인생은 글쓰기와 같을 수 없다. 훨씬 어렵고 훨씬 복잡하다. 글은 잘못 쓰면 새로운 파일을 만들어 좋은 부분을 복사해서 다시 쓰거나, 틀린 부분을 지우고 새로 쓰면 그만이다. 인생은 그럴 수 없다. 부끄러워도 지우고 싶어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고 새롭게 쓸 수도 없고 다시 쓸 수도 없다. 


또 인생에서의 한 번의 실수와 실패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낭비하게 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소중하고 특별하지만 특히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게 된다면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글쓰기는 참 쉽고 편할 수도 있다. 인생과 달리 그저 지웠다가 다시 쓰면 되니깐)


 사실 내가 최근에  이러한 이유로 엄청난 슬럼프에 빠졌다. 지금은 웃으며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지만 어제(1.31)까지만 해도 말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비전과 꿈을 위해 시작한 여정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지치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낙담했다. 


정말 힘든 순간에 나는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힘든 것이고 심지어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여러 질문을 하던 중 하나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내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 개인적으로 신앙을 가진 내가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비전을 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기도하며 다듬었는지 나는 잘 알고 있고 그 비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많은 질문을 던진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내 비전은 틀리지 않았고 실패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넘어지고 실패했던 부분은 비전으로 가는 수많은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이었다. 나에겐 아직도 갈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리고 감사한 건 인생이 글쓰기보다 좋은 점이 있다. 인생이 글쓰기보다 좋은 점이 있다. 


 글쓰기는 틀린 문장이나 이상한 문장이 가치를 가지진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의 실패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가치를 가진다. 지금까지 엄청난 실패를 경험하진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경험 중에서 내게 배움을 주지 않은 경험은 하나도 없다. 2016년 내 씨앗도서였던 ‘생각의 비밀’에서 나왔던 말을 이제야 내 삶으로 깨달았다.


 이십 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가 20년간 7번의 사업 실패를 통해 성공에 가까워진 김승호 회장은 생각의 비밀에서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기만 한다면 어떤 실패든 성공의 가치를 지닌다.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성공은 사실 굉장히 간단한 원리를 따른다. 계속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성공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스노우 폭스라는 회사를 만들고 김밥을 팔아 4000억대 자산가가 된 김승호 회장. 실제로 강연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책에서 하는 그의 말이 모두 경험에서 나왔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김승호 회장의 이야기로 실패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얘기했지만 다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무수하게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나도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보통 사람보다 실패에 대해 더 많이 읽고 들은 나였다. 천권에 가까운 책을 읽으며 비전과 성공에 대한 꿈을 꿨고 누구보다 실패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생각했지만 난 머리로만 알고 있었다. 삶으로 알지 못했다. 이번 슬럼프를 통해 나는 실패를 글을 통해 머리로 배우지 않고 삶으로 배웠다. 실패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실패에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실수에 관해 쉽게 수정하고 지울 수 있는 글쓰기가 부러워서 '인생이 글쓰기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글쓰기에선 실수와 실패가 부끄럼이 되지만 인생에서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실패. 힘들고 어렵고 많은 것들이 헛수고가 되었다고 느끼겠지만... 나의 목적은 실패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비전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았다. 비전으로 가는 수많은 방법과 계획, 전략 중에서 하나의 길이 막혔을 뿐이다.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내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실패할수록 나는 더 견고히 일어날 것이다.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쓰는 편지가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실패에 낙담하는 이들에게도 힘을 주는 편지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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