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벤저스와 스크린 독과점

사회와 공동체, 나와 우리, 존재 대한 논점 없는 장광설

by Jose



이번 어벤저스를 다루는 한국의 미디어와 관련 댓글을 보고 있으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모습도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 된 것 같습니다.


"극장이 앤드 게임 많이 트는 게 왜 문제야? 관객이 재밌다는데 당연히 보게 해 줘야지. 아무도 안 보는 재미없는 독립영화 극장에서 억지로 틀어서 앤드 게임 못 보게 만드는 게 비정상 아니야?"


이번 앤드 게임의 상영관 수와 관련된 뉴스에서 가장 좋아요를 많이 받고 다수를 차지한 의견은 대략 위와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여러 미디어도 스크린 독과점을 다루고 여론도 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독과점은 당연한 현상에서 더 나아가 '관객의 권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매체들도 누가 그런 걸 굳이 아직까지 얘기하나 하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좋고 재미있으면 시장을 독점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효익이 독점을 정당화해주는 것일까요? 재미만 있으면 약자나 다양성은 설자리가 없어도 괜찮은 것일까요?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아주 조금의 양보나 불편을 감수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나의 재미를 위해 희생되는 재미없는 많은 것들, 그것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결국 애초에 사회가 왜 약자와 다양성을 강자와 독점으로부터 지키고 도우려 하는 것인지,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 안 지키면 안 되는 것인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약자는 왜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요? 타인의 삶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사회, 공동체는 왜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요? 약자, 어려운 사람 신경 안 써도 되는 거 아닌가요? 약자가 아니더라도 타인, 나와 상관없는 사람 굳이 왜 신경 쓰나요? 공동체는 왜 존재하나요? 굳이 없어도 되는 되는 거 아닌까요?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혼자 밥 먹고, 게임하고, 핸드폰 봐도 되는데 공동체가 꼭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요? 정글의 세계처럼 약한 자는 그냥 알아서 죽어도 괜찮지 않나요? 타인을 왜 신경 쓰나요? 그들이 중요한가요? 공동체가 중요한가요? 제일 중요한 건 나 아닌가요?






"한국은 뭔가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재미있고 좋은 듯 보이지만 얕고 공허한 것 같다. 뭔가 중요한 게 빠져있는 것 같다."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자, 한국을 다녀간 많은 외국인들, 외국인 친구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재미, 아름다움, 맛, 멋, 깔끔함, 빠름, 편리함, 안락함, 효율성, 소비, 개인. 모르겠습니다. 스크린 독과점과 빗나간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우리는 언제인가부터 입에 단 사탕만 먹는 아이, 돈을 벌고 쓰는 것만 아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노력, 인내, 희생, 귀찮음, 싫음, 아픔, 어려움, 복잡함에서 오는 가치보다는 말초적이고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것에 천착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죠.


개인의 의미, 타인의 의미, 공동체의 의미, 사회의 의미, 국가의 의미, 가치의 의미, 관계의 의미, 존재의 의미. 질문의 꼬리를 잇다 보면 우린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요. 그 지향점에는 어떤 가치들이 존재하나요. 그 가치 안에 공동체도 포함이 되나요? 혹시 얕고 공허하진 않나요? 파편적 개인, 말초적 흥미, 물질의 소비만 있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 한국 사회가 혹시 행복이란 이름으로 얕음과 공허함을 부추기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혹은 그게 왜 문제냐 반문할 수 있는 현상)의 본질은 모두 여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의 전체 상영관은 약 3,000개. 그중 <어벤저스-앤드 게임>은 2,700개의 상영관이 잡혔다고 합니다. 예전 천여 개 상영관 개봉으로도 독과점 논란이 뜨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참 많이 변했구나 싶습니다. 이 변화된 한국 사회의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 그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르겠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PS.

우리는 혹시 자본과 힘을 휘두르는 거대 권력을 적폐라 비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권리와 이익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실생활에서 그 문제를 쉽게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에게 디즈니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약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거대 권력인가요, 아니면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회사인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을 인식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