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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Nov 19. 2019

정직원이 늘어나는 게 좋기만 한 일일까?


배달 직원과 대리 기사가 정직원이 되는 게 좋은 일일까.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운영을 꽤 잘해서 배달 직원을 10명을 두고 있다. 배달 직원은 급여를 매 배달 건당으로 지급받는다. 주문이 많으면 당신도 행복하고, 배달이 많아지니 배달 직원도 행복하다. 반대로 주문이 줄어들면 당신도 불행하고, 배달이 줄어드니 배달 직원도 불행하다. 배달 직원은 사장인 당신과 운명 공동체로 묶어있다. 어차피 배달 직원의 급여는 배달 건수에 비례하니 아무리 주문이 줄어도 당신은 배달 직원을 해고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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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금까지 대부분 식당의 운영 방식이었다(요즘은 배달 인력 업체와 계약하는 식으로 많이들 하기는 하지만), 세금을 납부할 때 배달직원은 개인 사업으로 신고한다. 주인은 배달 직원이 정직원이 아니니 따로 4대 보험이나 주휴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 휴무일은 직원들과 사장이 내부적으로 적당히 조율해서 룰을 만들어 쉴 것이다. 손님에게 친절하고 싹싹하고 연차가 쌓이는 직원은 인센티브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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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법원은 배달 직원을 정식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사장인 당신은 이제 배달 직원이 정직원이 됐으니 배달이 많던 없던 일정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휴무일도 보장해야 하고 4대 보험도 들어야 한다. 급여 외 추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주문이 줄어도 급여와 보험료와 휴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들락날락하는 상황에서 당신은 지금까지 고용하고 있던 10명의 배달 직원을 변함없이 고용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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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장은 고용을 줄일 것이다.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요식업이기에 매출이 일정치 않은 상황에서 배달하지 않고 놀고 있는 직원에게 까지 급여와 세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직원은 주방과 홀에도 있다. 당연히 배달 직원을 줄이게 된다. 매출이 없을 때도 계속 급여와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적은 인원으로 빡빡하게 돌리는 게 상식이 있는 사장이라면 당연히 택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당신이 몇 십억씩 통장에 쌓아 놓고 취미로 장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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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법원은 얼마 전 배달 직원에 이어 대리운전기사에게도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대리운전기사는 개인사업자로 신고했었지만 이제 회사는 그들을 정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 과연 어느 회사가 그 많은 대리기사를 상시로 고용하려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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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를 조금 유심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휴대폰을 하나만 쓰는 기사는 거의 없다. 손바닥에 들린 네 개. 다섯 개의 휴대폰은 매일 밤 하나의 콜이라도 더 당겨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고된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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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그들에게 주휴수당 및 세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배달 직원처럼 콜 당 떼어가기 때문에 회사는 많은 기사와 계약하고, 기사 역시 많은 회사와 계약한다. 서로서로 노력하는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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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대로 이제 대리기사 회사가 기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해야 된다면 회사들은 현재 계약되어 있는 상당수의 기사들과 계약을 끊을 것이다. 위에서 본 배달 직원의 상황과 같이 대리기사의 고용 역시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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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와 기본 급여액 상승도 이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과연 이러한 정책이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될까? 사장이라고 다 빌딩 올리고 월세 받으며 사는 게 아니다. 거리에 있는 수많은 상점의 주인들은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못한 돈을 가져가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급여와 세금 지출이 갑자기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그들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문을 닫거나 직원을 해고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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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달 직원 상황으로 돌아가서. 만약 주인인 당신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6명의 배달 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가장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해보자. 6명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4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일이 전국 수 천, 수 만개의 식당에서 벌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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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눈에 띄게 고용이 나빠지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위의 이야기를 잘 따라온 사람이라면 이런 지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걸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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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노동자를 위한다는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고용 지표와 경제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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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 4차 산업이 고도화가 될수록 기업의 운영이 제조업보다는 식당처럼 된다는 것이다. 기업 수명 사이클의 진폭은 커지고, 주기는 더 단축된다. 예전보다 더 빨리 생기고,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빨리 쇠락하고, 더 빨리 망한다. 기업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화되는 기업 환경 구조에서 과연 지금까지의 경직된 노동 구조를 유지한다면 어느 기업이 쉬 고용을 늘리겠는가. 고용 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도 잘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용 시장은 오히려 더 경직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이 늘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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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통계를 조작하고, 통계를 아예 부정하고 있다. 고용과 산업 지표가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통계청장을 바꿔가면서까지 눈과 귀를 막고 통계와 지표를 무시하는 정권은 역대 존재하지 않았다. '경제는 심리이다, '경제 건강하다, 문제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잘못의 모든 책임을 지난 정권과 대외 여건 탓으로만 돌린다. 한번 둘러보라, 학교에서, 회사에서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발전이라는 것은 애초에 상황과 문제를 나의 것으로 수렴시켜 그것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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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한국의 고용 구조는 만약 당신이 합리적인 판단을 지닌 사장이라면 늘리고 싶어도 맘껏 늘릴 수 없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오히려 이런 기업 환경과 고용 구조라면 많은 기업과 사장은 설사 경제가 좋아지고 비즈니스가 성장을 해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고용을 늘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모든 사업과 기업에는 사이클이라는 게 있는데 고용을 계속 유지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부담이 크다면 고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은 사장이라면 당연히 고려할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건 기업을 욕할 일이 아니라 고용 구조를 이렇게 경직되게 만든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세계에서 공장 단위 면적 당 로봇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인 이유.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러한 때에 지금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검찰 개혁이 우리 삶의 문제와 경제 문제보다 더 우선순위라는 말인가. 안 그래도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왜 자꾸 이상한 곳에만 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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