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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Jan 14. 2020

<기생충>는 아카데미에서 어떤 상을 탈 수 있을까?


결국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존의 예상보다 많은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과연 봉준호는 이 '로컬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몇 개나 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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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의 아카데미 시상식 추세는 대작에 트로피를 '몰빵'하는 과거 방식 대신 적당히 타협하며 여러 작품에 트로피를 고르게 나눠주는 경향이 뚜렷하다. 게다가 이 로컬 영화제는 영화제 중 가장 보수적이고 미국 영화 중심적인 시상식. 골든 글로브가 그 이름도 거룩한 마틴 스콜세지+알 파치노+로버트 드니로+조 페시 조합의 '어벤저스'를 무시한 채 <1917>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지만, 아카데미가 골든 글로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골든 글로브가 '아카데미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는 전초전'이라는 수식어는 과거의 유산일 뿐,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가 서로 다른 갈지자를 걸은 지는 꽤나 됐다. 미국 영화계에서 사랑과 존중을 한 몸에 받는 마틴 스콜세지 이하 노령의 '어벤저스' 멤버들이 생전에 다시는 없을 팀을 꾸려 만들어낸 거대 프로젝트를 아카데미가 골든 글로브 마냥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존경을 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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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생충>은 후보에 오른 감독, 작품,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중 어떤 상을 받게 될까. 로컬 영화제가 파격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영화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부문인 감독과 작품상은 <아이리시맨>, <원스 어폰 어 타임..>, <1917> 중 하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과연 '기생충'이 각본상을 받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부문은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당연히 이들 중 국제영화상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안토니오 반데라스 옹의 역습<페인 앤 글로리>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럼 나머지 두 부문 수상은 어떨까? 편집 부문의 경쟁상대는 <포드 앤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미술 부문의 경쟁상대는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국제영화상을 받고 만약 추가로 한 부문을 더 수상하게 된다면 그건 살짝 레벨이 낮게 분류되는 미술 부문보다 오히려 편집 부문이 더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기생충>의 편집은 다른 경쟁작들과 당당히 자웅을 겨룰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미술 부문에서 <기생충>이 <1917>을 이겨낼 수 있을까? <1917>은 고사하고 다른 경쟁작인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진 못 했다. 그렇다면 나의 최종 예상은 '국제영화상',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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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아카데미가 보수적인 시상식이라고 해도 돌발 결과는 언제나 있어 왔고(아카데미가 <문 라이트>에게 작품상을 줄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기생충>의 미국 반응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주요 부문을 기대해보는 것도 마냥 근거없는 국뽕 시전은 아닐 것이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옛날과 다르게 요 몇 년 '로컬 영화제'를 시큰둥하게 봤는데 봉 아저씨 덕분에 간만에 아카데미를 재밌게 보게 될 것 같다는 나의 기대. 영화팬으로서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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