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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Jan 29. 2020

미드웨이

내가 알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아닌데?



사람들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독일 감독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유니버설 솔저>와 <스타게이트>부터 그 이름도 거룩한 <인디펜던스 데이>. 의외의 소소한 재미를 줬던 <13층>, 멜 깁슨의 전성기와 함께 했던 <패트리어트>, 팝콘 영화의 정석 <고질라>, <투모로우>, <화이트 하우스 다운>, 조금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좀 더 낮추면 즐길만한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까지.


당신이 시네큐브만 다니며 누벨바그나 뉴아메리칸 시네마만 진정한 영화로 꼽는 시네필이 아닌 이상,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느긋하게 즐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롤랜드 에머리히는 꽤 즐겁게 즐길만한 여러 옵션을 제공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물론 <2012> 같은 수 많은 망작도..).


근데 <미드웨이>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엉망인 영화였습니다. 이리저리 심하게 튀는 플롯에 영화 중반을 지나면 이게 지금 어디서 뭐가 벌어지는지 영문을 따라가기 쉽지 않고, 캐릭터 구축은 전혀 되지 않아 아무에게도 감정을 이입할 수 없고, 연기도 엉망입니다. 다 보고 나면 애초에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내가 이걸 왜 본 건지 돌아보게 되는 영화. 한정된 상영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사건과 인물을 구겨 넣는 기획 단계부터 잘못된 영화의 좋은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한 가지 의아한 건, 롤랜드 에머리히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훌륭한 감독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업에서 잔뼈가 상당히 굵은, <화이트 하우스 다운>같은 꽤 재밌는 오락 영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인데 어쩌다 이렇게 대학생 졸업 작품보다 못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 였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만한 씬은 간간이 나오는 공중전이지만 그 몇 신을 위해 이 영화를 보는 건 큰 고통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난잡한 내러티브는 미드웨이 해전에 관한 역사적 이해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영화를 통해 이와 관련한 역사적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영화나 괜히 <진주만> 같은 영화 기웃거리지 마시고 1970년도 작 <도라 도라 도라>를 강력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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