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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Sep 24. 2021

오징어 게임

영화 잡설

워낙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미국 넷플릭스에서는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사실 볼 마음이 없었었는데 잠깐 보게 됐습니다. 에피소드 1 중간까지 봤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본 저의 감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촌스럽고 낮은 기술적 완성도.

요즘 계속 양산되고 있는 틀에 박힌 한국식 작법의 전형.



아마추어 촌부가 어찌 감히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도 1위를 한 작품을 비평하겠느냐만은, 적어도 저에게는 저렇게 보였습니다. 카메라 프레임이나 앵글에서 유려함이나 새로움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치밀한 고민이나 꼼꼼한 계산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생각 없이 관성대로, 교과서대로 찍었는데 그 교과서가 80년대에 나온, 교과 과정이 지나도 한참 지난 교과서의 느낌. 조명도 마찬가지. 물론 <오징어 게임>이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이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트렌드를 선도하는 tvN은 고사하고 공중파 드라마도 화면 하나만큼은 시네마틱하게 잘 뽑는(실제로 영화 찍는 카메라와 조명 기법과 컬러 교정을 쓰니) 세상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이런 조악한 조명을?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 A급 배우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출연 배우들이 모두 무명 배우들이었으면 화면이 훨씬 더 적나라하게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요즘 나오는 19금 에로 비디오 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 정도입니다. 오디오의 질은.. 이제 한국 영화에서 오디오 논의는 그만합시다. 그만 놓아줍시다.



허나 영화에서 기술적인 요소가 전부는 아니지요. 아무리 기술적인 요소가 뛰어나도 재미없는 영화들은 수두룩하고, 그 반대 경우도 수두룩하니까요. 그리고 미세한 부분들에서 드러나는 기술적 결함은 아마 대부분의 관객(시청자)에게는 하나하나 짚어서 설명하지 않는 이상 잘 느껴지지 않을 것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 보다 제작과 예산 여건이 상당히 후하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인데, <킹덤> 같은 시대물도 아니고, <승리호> 같은 SF 액션물도 아닌, 어디 하나 프로덕션에서 예산 소요가 많은 장르도 아닌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이 이런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많이 의아합니다. 다만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제일 걸리는 건,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거친 질감, 날 것의 느낌이 여기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한국 영화는 한국 영화 만의 인장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거친 영화야 어느 나라에나 그런 장르가 있고 그런 영화가 있기 마련인데, 한국 영화에선 이상하게 날 것의, 강하고, 직접적인 농도가 매우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게 좋다는 거냐 안 좋다는 거냐,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에게는 후자입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좋다 안 좋다의 개인적 취향이나 호불호의 문제를 넘어 좀 더 근원적이고 사회구조적인 뿌리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한국 영화에서 느껴지는 날 것의 느낌은 단순히 영화의 어느 한 요소 때문이 아닙니다. 인물을 대하는 카메라부터, 배우들의 연기, 행동, 무심코 넘어가는 단 1,2초의 컷들, 사물들, 소리, 음향 등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배우의 대사, 스토리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한국 영화 특유의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의 근원은 결국 '인간', '사회', '시대'를 대하는 영화의 시선과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냉소와 비관, 불신과 자극. 한국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뿜어내는 이런 부정적 기운은 현재 한국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기운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참 많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죠.



어쨌든, 이것이 제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초반 약 25분을 본 감상입니다. 단 25분이었지만 많은 것을 봤다고 판단했고, 많은 것을 느꼈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본 부분까지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매 순간이 과장된 연기, 그리고 클리셰적 장치와 흐름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흥미라는 것이 가볍고 캐주얼하고 즐거운 흥미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만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한 기술적 결함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나아질 수도 있고, 그 개선이 비록 이뤄지지 않더라도 전개와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그런 결함이 전혀 흠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앞으로 더 보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눈에 뭐가 들어가고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그런 컬컬하고 불쾌한 느낌이거든요.



무슨 25분 밖에 안 보고 별 얘기를 다한다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런 비판,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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