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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Nov 07. 2021

finite time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를 보면서 느낀 처연함




데이비드 포스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그의 다큐를 보는데 포스터가 문득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I always like, you say, how many summers do you have left? At age 68, I have maybe 15 summers left, and that's not a lot. That's a very finite number."



"a very finite number." 제가 처음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던 건 한 2, 3년 전인 것 같습니다. 포스터보다 한참 어린 제가 죽을 때까지 겪을 계절을 세본 건 아니었지만, 어느 가을날 떨어지는 잎들을 보는데 나름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동안 겪을 계절이란 이제 몇 번이나 더 남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삶이 점점 초조하고 불안하게 느껴졌던 게. 뮤지컬 <Tick Tick Boom> 속 주인공 조나단처럼 가만히 있으면 틱, 틱, 틱, 틱 거리는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그 소리는 마치 제 몸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시한폭탄이 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존재가 나를 계속 따라오고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 방금 문장은 과거형이지만, 여전히 이 불안은 계속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도 언젠가 무감해질 때가 오겠죠. 어쩌면 이런 불안의 언덕을 넘은 그때가 더 이상 스스로 젊다 말할 수 없는 시기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 불안의 계절을 온전히 잘 견뎌내고 이 부정적인 정서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언덕 뒤에 찾아올 평야가 가혹한 황무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가을에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을 더 이상 초조함이나 처연함이 아닌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상으로 감상할 여유가 생기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렇게, 조금은 느긋하게,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젊음의 열정과 아름다움이 사그라진다고 해도 그 삶 또한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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