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과잉과 폭력의 포르노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공포와 불안을 종교로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는 참신한 소재는 아닙니다. 금방 생각나는 영화로 <미스트>가 있고 세상의 멸망을 다루는 많은 아포칼립스 영화가 종교를 다양한 형태의 소재로 다룹니다. 종교는 인간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출발합니다. 애초에 인류 역사와 함께 궤를 같이하는 종교의 탄생 자체가 당시의 인간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대한 공포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요.
불가해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공포는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인간은 그 '미지'를 어떻게든 무언가와 연결시켜 해석하고, 이해하고, 믿음으로써 불안을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어떻게 종교가 싹을 트고 자라는지는 소설 <파리대왕>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기도 하죠.
<지옥>도 그런 연장선에서 나름 흥미로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종교에 관심이 많은 너무나 연상호 감독스러운 시도였죠. 하지만 왜 이렇게 잔인하고 자극적으로 폭력과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지. 일련의 불필요한 묘사들에서 저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어느 시점부터는 불쾌함 때문에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울 수 있는 이 드라마는 너무 노골적이고 과한 감정과 폭력의 전시가 망쳐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