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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y 27. 2022

영화의 본질



제목이 거창합니다. 영화의 본질이라니. 이 글에 영화의 본질이라는 제목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영화 <틱, 틱... 붐!>을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는 극장에서 <범죄도시 2>를 봤죠. 지금 미국에 있는 관계로 맨해튼에 있는 AMC에서 <범죄도시 2>를 봤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업이 급격히 안 좋아진 후 AMC는 일종의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낭만에 관한 광고를 영화 상영 전 보내고 있습니다. 니콜 키드먼이 객석에 앉아서 지난 명화들을 보면서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란 어떤 경험인지 이야기하죠(결론은 AMC에 와서 영화 보라는 거지만). 어쨌든 갑자기 AMC의 광고와 <틱, 틱... 붐!>이 오버랩되면서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영화가 추구해야 하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DfnQarJXVak


( 음악을 틀어 놓고 계속 읽어가보시죠 )



영화 <틱, 틱... 붐!>은 뮤지컬 <렌트>의 연출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동명의 뮤지컬인 <틱, 틱... 붐!>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천재적인 작사, 작곡 능력을 갖고 있지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조너선 라슨이 배고픈 예술가의 삶을 버티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자신을 이야기하죠. 예술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하나둘 현실의 삶을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나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아직도 이상과 꿈을 움켜 쥔 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데 젊은 날의 시간은 빠르게 증발하고 있는 불안함, 마치 세팅된 시간이 거의 다 끝나 곧 폭발할 것 같은 시한폭탄이 머릿 속에 있는 그 불안함.



조너선 라슨은 자신이 작사, 작곡, 연출까지 한 뮤지컬 <렌트>의 최종 리허설까지 마치고 오픈 하루를 앞두고 요절합니다. 뮤지컬 역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자신의 전설적인 뮤지컬 무대를 끝내 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천재, 평생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이상과 꿈을 향해 몸무림 친 예술가. 진정 영화같은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AMC 광고에서 니콜 키드먼은 말합니다. 우린 사랑과 감동, 마법 같은 일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고요. 극장이 소등되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스크린에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펼쳐지면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로 가게 된다고요. 객석에 앉아 키드먼이 바라보는 스크린 위에 <쥐라기 공원>, <원더우먼>, <록키>, <라라랜드>의 이미지가 지나갑니다.



저는 <틱, 틱... 붐!>과 AMC 광고가 영화의 역할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영화는 우리를 꿈꾸게 만들고,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들고, 웃고, 울고, 화나게 하고, 신나게 하고, 감동하게 합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넘어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듭니다. <노팅 힐>에서는 평범한 주인공이 전 세계적인 스타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인디아나 존스>에서 주인공은 갖은 고생 끝에 결국 보물을 손에 넣습니다. <스타워즈>에서는 악당을 무찌르고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습니다. 말도 안 되고 너무도 진부한 "해피엔딩"이지만 그것은 오직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아름다움과 판타지가 펼쳐집니다. 이상과 꿈이 현실이 됩니다. 갖은 역경과 고난 끝에 성공이 쟁취됩니다. 운명 같은 사랑이 이뤄집니다, 영화가 현실을 꼭 반영해야 하나요. 꼭 현실과 같아야 하나요.






젊은 시절은 누구나 가슴에 높고 아름다운 이상과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히면서 점점 힘이 꺾이고 결국 많은 이들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저는 그런 삶이 전혀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응원받아 마땅합니다. 평범한 삶 조차 제대로 살아내기 쉽지 않으니까요. 인지하든 인지하지 않든 그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 생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고 응원받아 마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과 타협합니다. 그것이 영화까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이유가 될까요. 천만에요, 그럴수록 영화는, 그리고 예술은, 더더욱 이상과 꿈을, 거대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야 합니다. 어차피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테니 태어날 때부터 산타가 없다는 걸 아이에게 인지시켜야 할까요. "어차피 네 꿈은 이뤄지지 않아 그러니 애초부터 꿈을 갖지 마"라고 청춘에게 말하는 사회만큼 우울한 사회가 또 있을까요. 영화는 이상과 꿈을 그려야 합니다. 적어도 영화는, 예술은, 현실로부터 이상과 꿈을 지켜내는 마지막 방파제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통해 여전히 이상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수 많은 사람은 용기와 희망, 영감을 얻을테니까요. 나이를 먹고 이제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이는 영화를 통해 과거의 아름다운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할테니까요. 그래서 팍팍한 현실에 메말라있던 영혼에 촉촉한 감성의 단비를 내려 줄 기회가 될테니까요. 영화는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영감을, 누군가에게는 쉼과 감성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꿈과 이상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런 개개인이 모인 사회,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요.





https://youtu.be/PgBjMZ4IeKY



뮤지컬 <렌트>는 525,600분, 그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잴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일출과 일몰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랑'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요. 영화는, 그리고 예술은 이렇게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더해주고, 이미 사랑이 식은 이에게는 아름다웠던 추억을 기억하고 다시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합니다. 


우리가 생애 최고의 영화, 가장 인상적인 영화, 인생 영화를 꼽을 때 결국 어떤 영화를 꼽게 되나요. 현실에 찌든 영화? 피가 흥건하고 잔인한 영화? 물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영화는 사라진 줄 알았던 혹은 존재하는지 몰랐던 상상력과 감성, 추억을 자극하고 환기시켜준 영화입니다. "시네마적인 경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 아닐까요. 영화라는 매체 혹은 예술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 지는 다분히 개인적의 선택이니 누군가는 저의 의견에 반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저에게 영화, 혹은 예술은 이상과 꿈, 판타지, 아름다움입니다. 


지금도 전세계의 수 많은 젊은이들, 예술가들은 위에서 공유한 <틱, 틱... 붐!>의 'Louder Than Words' 속 가사 "새장 속 삶을 살 것인지 자유로운 삶을 살것인지" 되뇌이며 에너지를 얻고 영감을 얻으며 스스로를 다 잡지 않을까요.



PS.

제가 메시지를 주입하고 훈계하려고 하는 그 모든 한국영화와 PC 영화에 본능적으로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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