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자서전을 읽으며
얼마 전부터 Walter Issacson이 쓴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의 글쓰기 스타일에 매료됐었는데 그가 집필한 일런 머스크의 자서전이라니, 이건 못 참죠. 챕터 14에서 Space X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챕터에서 참 인상 깊은 부분이 나왔습니다.
"The United States is literally a distillation of the human spirit of exploration," he says. "This is a land of adventurers." That sprit needed to be rekindled in America, he felt, and the best way to do that would be to embark on a mission to colonize Mars. "To have a base on Mars would be incredibly difficult, and people will probably die along the way, just as happend in the settling of the United States. But it will be incredibly inspiring, and we must have inspiring things in the world." Life cannot be merely about solving problems, he felt. It also had to be about pursuing great dreams. "That's what can get us in the morning."
일런 머스크는 몽상가입니다. 그냥 몽상가도 아닌 엄청난 몽상가. 어쩌면 그가 꾸는 꿈의 크기는 미국을 넘어 알렉산더, 칭기즈칸, 데일 카네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역사상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인간들 중 가장 크지 않을까 합니다.
자서전의 저자 월터 아이잭슨은 말합니다, 머스크가 꾸는 "인류를 구한다는 (허황된) 꿈"을 처음에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듣기 좋고 의례적인 슬로건인 줄 알았다고. 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가 그 꿈을 진심으로 믿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요. 또한 아이잭슨은 머스크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쉬지 않고 광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에는 여럿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인류 생존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그의 과대망상적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심으로 인류는 위기에 처해있고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으니 그는 쉴 수 없는 거죠.
저는 과거의 한국이 '위대한 몽상가들'의 나라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에게는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열심히 일하는' DNA가 있습니다(이게 좋은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 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합시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보다도 못 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빈곤한 나라. 그런 나라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잘 살아보자"는 비전, 그 비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수많은 몽상가들이 꾼 꿈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집단적 전력투구"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잘 살아보자,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
거의 본능에 가까운, 민망할 정도로 심플하지만 그러기에 직관적이고 강력한 이 슬로건은 패배감과 무력감에 젖어있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폐허를 딛고 일어나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는 것을 꾸고 열심히 움직이고 일하도록 영감을 주고 응집시켰습니다. 저는 인간에게 '꿈'이 '행복' 만큼, 때로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요, 지옥이란 아무도 꿈을 꿀 수 없는 곳과 다름없다고. 꿈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한 명의 꿈은 세 명, 열 명, 백 명, 천 명, 만 명의 꿈으로 번져나갈 수 있습니다. 슬프게도 그 반대 역시 가능하죠.
지금 한국은 더 이상 몽상가들의 나라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원대한 꿈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현상유지가 미덕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꿈을 꾸는 법을 잊은 겁쟁이가 되어 버린 걸까요.
"모험가들의 나라인 미국의 핵심 가치는 모험심"이며 "우리를 아침에 일으키는 것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거대한 꿈을 좇는 것"이라고 말하는 일런 머스크.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울 정도로 괴팍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수많은 천재들은 그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꿈의 인력에 이끌려 그의 꿈을 실현하는 과업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이루어내는 '불가능해보이는 업적'에 깊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실로 그는 그가 뛰어드는 비즈니스 생태계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 그리고 생각과 행동의 방식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리고 점점 굳어지고 있는 다극화 체제.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이유는 일런 머스크 같은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자서전 중 챕터 14 부분을 읽으며 혁신과 발전의 엔진이 꺼지고 있는(듯 보이는) 한국의 모습이 자꾸 밟힙니다.
예전 애플의 광고에서 그랬죠, 당신이 사회에 부적응하는 미친 이들을 욕하고 조롱하며 뭐든 할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할 수 없는 것, 그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결국 그들이기 때문이라고요. 맞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모든 혁신과 거대한 변화는 불가능하고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꿈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세상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변화가 수면 밑에 있을 때까지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무시하고 조롱하지만 변화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면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죠. 일런 머스크는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결코 '필연'이 아니라고. 역사적으로 많은 경우 그것은 멈추어 있었으며 오직 수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 가능하다고 말이죠.
한국 사회는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언제나 '그 사람은 정신이 나갔다', '그 사람은 이상하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될 수 없다', 그리고는 '내 그럴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까.